“블랙리스트 단죄받은 문체부가 또...”

문체부, ‘윤석열차’ 풍자그림에 경고하자 웹툰협회, “정부예산 운운하며 협박해” 이준석, 쿠데타세력에 사형구형한 사례 비교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사진=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사진=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고교생 만평 수상작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엄중 경고 조치하자 웹툰협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준석 국민의 힘 전 대표도 문체부 조치를 비판했다.

웹툰협회는 지난 4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입장문에서 “문체부는 ‘사회적 물의’라는 지극히 주관적 잣대를 핑계 삼아 노골적으로 정부 예산 운운하며 헌법의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시절 관련자들이 사법 단죄를 받은 ‘블랙리스트’ 행태를 대놓고 저지르겠다는 소신 발언은 실소를 넘어 경악할 지경”이라며 “주무부처가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분야엔 길들이기와 통제 차원에서 국민세금을 쌈짓돈 쓰듯 자의적으로 쓰겠다는 협박이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당키나 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문체부는 “정치적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요구를 고취하려하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나기 때문에 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화영상진흥원이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이지만 정부 예산 102억 원이 지원되고 있고 공모전 대상은 문체부 장관상이 수여된다”며 “공모전의 심사기준과 선정 과정을 엄정하게 살펴보고 관련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겠다”고 경고해 논란이 됐다.

이 일의 발단이 된 작품은 지난 7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윤석열차’라는 고교생의 만평 수상작.

이 작품은 윤 대통령 얼굴을 한 열차를 김건희 여사가 운전하고, 객실에선 검사들이 칼을 들고 도열한 모습이 표현돼 있다. 이 작품은 다른 수상작과 함께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진행된 부천국제만화축제 기간 동안 한국만화박물관 2층 도서관 로비에 전시됐다.

그러나 웹툰 협회는 “윤 대통령은 제42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자유’을 12번 외치고 방송에서 ‘정치 풍자는 문화예술인들의 권리’라는 발언도 했다”며 “문체부는 행정부 수반의 평소 소신과 철학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반기를 드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문체부는 보도자료를 시급히 거두고 해당 학생과 만화창작자들, 나아가 문화예술인들에게 석고대죄하라”고 촉구했다.

원로 만화가이자 한국카툰협회장을 맡고 있는 조관제 작가도 정부의 과잉대응을 비판했다. 조 회장은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작품을 그린) 고등학생쯤 되면 이 사회에 대해 나름대로 어떤 주관이나 판단을 한 나이”라며 “자기 생각을 공모전에서 표현한 것인데 세상이 너무 딱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갑갑한 어른들의 생각 때문에 순수한 작품이 이렇게 공격을 받고 주목을 받게 해서 참 부끄럽고 미안하다”라고 말하면서 “만화계의 각 협회·단체와 성명서를 낼 계획으로 지금 접촉하고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기차로 표현한 수상작에 대해서는 “다른 많은 곳에서도 그런 형태 연출로 작품을 많이 했기 때문에 편한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한편,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도 4일 윤 대통령의 대학생 시절 일화를 들어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고등학생과 대학생이면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날 것 같은데 만화로 정치 세태를 풍자하는 것은 경고의 대상이 되고,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서슬 퍼렇던 시절에 쿠데타를 일으킨 대통령에게 모의재판에서 사형을 구형한 일화는 무용담이 되어서는 같은 잣대라고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서울대 법학과 재학 당시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학내 모의재판에서 검사 역할을 맡아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한 것을 겨냥하며 ‘윤석열차’ 관련 문체부의 경고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또 “신문사마다 일간 만화를 내는 곳이 있고 90% 이상이 정치 풍자인 것은 그만큼 만화와 프로파간다, 정치는 가까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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