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와 ‘국익’...논란이 돼선 안 되는 것
[이명재의 절문(切問)] ‘국익이냐 진실보도냐’ 논란, 성립 안돼 ‘진짜 국익이 뭐냐’는 질문부터 필요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놓고 ‘국익’ 논란이 일었었다. 아니 국익 논쟁으로 몰아가려는 시도가 벌어졌었다. 이미 완료된 시제로 썼지만, 실은 여전히 잠복돼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얼마든지 이런 식의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논란의 요지는 국익이냐 진실 보도냐, 라는 것이다. 국익을 우선으로 생각해서 사실이더라도 보도를 자제하는 것이 애국적인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애초에 논란이 될 수가 없는 사안이다.
대통령의 말로 인해 빚어진 사태에 대해 ‘국익’을 거론한다면 그 논란은 국익이냐 진실보도냐의 논란일 수가 없다. 그 논란을 벌일 게 아니라 먼저 ‘국익’은 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하지 않으면 안된다. ‘국익’에 대한 정의는 쉽지 않다. 다만 국익에 대해서는 어떠어떠한 것이 ‘국익’은 아니다라는 식의 소거법적 정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식의 정의 중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건 ‘국익’은 정권의 이익은 아니라는 것이다. 권력자의 이익은 더더욱 아니다. 국가는 ‘정부’가 아니라 그 사회 공동체를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는 그 공동체의 발전, 건전한 발전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냐 아니냐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 사회의 합의된 규범과 제도는 그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지고 발전돼 온 것이다. 언론이라는 제도와 그 규범 또한 그중의 하나, 특히 근간이랄 수 있는 것이다. 공동체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그 성원들이 알아야 할 것을 알리는 것, 그것이 바로 언론이 공동체의 이익, 국익에 기여하는 길인 것이다.
국익은 정권 아닌 공동체 전체의 이익
만약 그 공동체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필요한 보도를 스스로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제가 아닌 은폐이며 국익에의 기여가 아닌 침해일 뿐이다. 만약 언론이 그런 식의 은폐와 침해를 국익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언론이 과연 유지될 가치가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그러므로 국익 논쟁에 대해 언론이 가져야 할 태도는 그런 논쟁을 ‘제대로 하자 는’ 것이 아니라, 그런 논란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논리를 펴는 것부터가 부당함을 규탄하고 가차 없는 질타를 가하는 것이어야 한다.
만약 한 사회의 바깥으로, 국제사회로 알려져서 부끄러운 일을 보도하는 것이 국익을 해친다는 식의 논리를 따르게 된다면, 그런 논리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5.18 만행을 외부에 알리는 것이 국익을 해치는 것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된다. 유신정권의 폭정을 외부에 알리는 것도 국익을 손상하는 것이 돼버린다.
국익을 위해 보호해야 하는 것은 국민이지 정권이 아니며, 지켜내야 할 것은 공동체 이지 그 공동체 수호의 방편이며 수단일 뿐인 권력자가 아니다.
‘국익 논란’의 시도가 한국사회, 한국언론에 비상한 경계심을 요구하는 것은 지금의 사태가 공영방송에 대한 여당과 권력의 발언들과 겹쳐 있기 때문이다. 어느 여당 의원은 MBC의 대통령 비속어 영상 첫 보도를 두고 “정상적인 경우라면 대통령이 실수했나, 그러면 큰 일이라고 걱정해야 하는데 외신에 퍼뜨렸다”고 말했다. 다른 여당의 인사들도 “공영방송이라면 국가의 입장을 그대로 보도해야 된다”는 말을 스스럼 없이 내뱉었다. 그러나 이는 국영과 공영을 혼동하는 것, 즉 공영을 곧 국영으로 착각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설령 국영이라도 그건 국가의 것이지 정권의 것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공영방송’에 대한 공격, 경각심 가져야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영국 공영방송인 BBC의 시사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다뤄진 것 에 대해 여당의 전 대표가 “공영은 곧 국영이라는 논리대로라면 BBC에 대해선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고 말한 게 화제가 된 모양인데, 이 발언에 관한 한 그가 옳은 소리를 했다고 보지만 이런 너무도 당연한 얘기가 날카로운 일침인 것처럼 주목받았다는 것부터가 민망한 일이다.
국익이니 국영이니 하는 이런 식의 논리는 이렇듯 저급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왜 이런 수준의 논리가 자꾸 ‘도발’되는 것인가. 그것은 과거에 이런 식의 프레임이 성공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무리수의 성공에는 언론의 공조와 후원이 있었다. 허황된 주장에 대해 비판과 질타 대신 오히려 편을 들고 응원함으로써 언론은 이런 엉터리 주장이 성공할 수 있게 해줬다. 추종하는 걸 넘어서 조장하기까지 했다. 지금도 일부 유력언론들은 ‘국익’ 논리와 비슷한 논지로 MBC를 비난한다.
그리고 이것이 비단 유력 언론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니다. 이번 사태에는 거의 모든 언론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최근에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명백한 사안, 매우 분명한 물증이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면 우리의 언론들은 ‘국익 주장’을 논란과 공박으로 만들었을지 모른다. 언론들이 ‘국익’을 위하는 일의 출발점, ‘진짜 국익’이 뭔지부터 분명히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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