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주최자없는 집회, 안전 매뉴얼 없었다”
“당시 현장의 인원 급증 판단, 아쉬움 있어” “당일 경찰 137명 투입...예년보다 많았다” “재발 막기 위한 대응책 수립하겠다”
‘4·30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원인과 관련,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경찰은 매뉴얼 미비 탓을 하며, 책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주최자 없이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것에 대한 명확한 통제 매뉴얼은 없었다”면서 “이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응책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홍기현 경찰청 경비국장은 31일 서울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핼러윈 기간의 이태원처럼 명확한 주최 측 없이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게 예상되는 상황을 대비한 매뉴얼은 (경찰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최 측이 있으면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당국과 경찰, 소방 등이 사전 협의를 통해 안전사고 예방 대책을 미리 수립할 수 있지만 이번 경우에는 사전 예방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리 주체는 없으나 다중 운집이 예상되는 경우 공공부문이 어느 정도 개입할 것인지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공권력을 체계적으로 작동해 재발을 막는 데 목표를 두고 경찰에서도 관련 매뉴얼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태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과 관련, “상당한 인원이 모일 것은 예견했지만 이로 인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예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 현장의 판단에 아쉬움을 표했다. 홍 국장은 “올해 핼러윈 축제 인파는 과거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은 인원이었지만 예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모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현장에서는 급작스러운 인파 급증은 못 느꼈다고 하지만, 판단에 대한 아쉬움은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때 경찰관이 좀 더 많았다고 해서 완전한 통제가 됐을까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전략이나 기술적으로 보완할 부분을 새로 매뉴얼을 만들 때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해 좀 더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핼러윈 기간 배치된 인력이 37∼90명 수준이었지만 지난 29일은 137명을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용산경찰서가 현장에 200명을 투입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데 대해서는 “확인해보니 사흘 동안 배치하는 인력을 연인원으로 계산해 200명 이상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국장은 “참사 사흘 전인 지난 26일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이태원관광특구상인연합회·이태원역 등이 간담회를 했지만 안전대책 논의가 구체적으로 오가지는 않았다”며 “당시 간담회에서는 불법 촬영이나 마약 등 범죄 예방에 대한 논의가 주로 된 것으로 안다. 올해뿐 아니라 과거에도 현장 통제보다는 불법단속, 범죄예방과 교통소통에 중점을 둬 대응했다”고 해명했다.
4자 회의에서 상인들이 압사 등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언급하며 경찰과 지자체에 사전 통제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조처가 없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 그는 “참가자들이 어떤 요구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관련 요청이 직접 거론됐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사고당일 사고장소 통제와 관련해서 한편 홍 국장은 “이태원 일대를 4∼5개 권역으로 나눠 관리했으며 (사고가 난 골목 통제와 관련한) 별도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에는 경찰이 저지선을 치고 통제했다는 지적에 대해 “폴리스라인이 있다고 해서 모두 통제라고 볼 수는 없다”며 “당시에는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오는 사람들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지난해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을 통제하는 모습이라며 돌아다니는 동영상과 관련해서는 “QR코드를 체크하는 방역 게이트”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처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문화 행사는 재난관리법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이 피해 규모를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후진국형 참사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재난 관리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하며, 재난 예방에 보다 집중적으로 투자해 사회적 비용과 인명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