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 첫 기자회견...”책임자 엄벌을”
민변 사무실에서 28명 희생자 유족 참석 진정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 6개항 요구 “명단 공개는 원하는 유족들의 동의 구해서”
이태원 참사 후 24일 만에 희생자 유족들이 처음 공식적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측의 ‘진정한 사과’를 촉구하면서 책임자 엄벌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심경과 정부를 향한 요구사항 등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일찍 민변 측에 연락한 34명의 희생자 유족 중에서 28명의 희생자 유족이 참석했다. 참사 이후 유족들이 직접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유족들은 먼저 정부 측의 ‘진정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는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이태원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 지방자치단체 경찰에 있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유가족, 생존자를 비롯한 참사의 모든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책임 규명 문제과 관련, “정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태원 참사를 방지했어야 할 모든 책임자들을 빠짐없이 조사하고 가장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나아가 참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하거나 거짓 해명을 한 자들을 무관용으로서 엄중하게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희생자 이지한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마지막 육성이 담긴 통화 녹음을 공개하고 “‘책임의 처음과 끝이 무엇이냐’고 빈정대던 국무총리, 말을 바꾼 행정안전부 장관 등 망언을 일삼는 그들을 보면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또 “헌법상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의무를 가진 대통령은 조속히 참사의 모든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책임 있는 후속조치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희생자 송은지씨의 아버지는 이번 참사를 ‘총체적 안전 불감증에 의한 간접 살인’이라고 규정하고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지만, 도로 한복판 차디찬 죽음의 현장에 국가는 없었다”며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려서 소중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희생자 이남훈씨의 어머니도 “유족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조사와 함께 우리 아들에게 사과하라”며 “제가 원하는 것은 진실과 투명한 조사, 책임 있는 자들의 사퇴와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라고 요구했다.
유족들은 유족 및 생존자들 간의 소통과 추모시설, 2차 가해 방지 등의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는 유가족, 생존자를 포함한 참사의 모든 피해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희생자 이민아씨의 아버지는 “참사 발생 이후 유족들에게 진행 상황, 안내 등 기본적인 조치도 없었다”며 “서로 공감하고, 위안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유족들인데 이를 차단한 정부의 대처는 비인도적”이라고 비판했다.
유족들은 “참사 이후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와 각종 어려움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피해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고 즉각적으로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해선 “공개를 희망하는 유가족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유가족들의 의사에 따라 공개가 가능한 희생자의 이름을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해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허한 애도가 아니라 참사의 재발 방지와 사회적 추모를 위한 정부의 공적 조치가 필요하다. 유가족들과 함의해 희생자들의 명예회복, 기억과 추모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자리에서 유족들은 ‘이태원 참사’ 발생 한 달 가까이 되도록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과 안내조차 듣지 못했다며 성토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윤복남 변호사(민변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TF단장)는 “처음부터 기자회견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면서 “장례가 끝나고 수사가 진행되는 등 모든 게 마무리된 것처럼 진행되는 것이 원통해 유족들이 협의한 끝에 자리가 마련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민변은 앞으로 유족들의 동의를 바탕으로 법적 조치와 추모의 방식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 변호사는 “얼마를 준다 한들 아들이 살아오고 딸이 살아올 수 있겠나, 철저한 진상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며 “금전적 배상만으로 끝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가 미진한 부분 등 대응팀을 구성해 법적 조치 등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채완 변호사도 “어제와 오늘 추가로 유족분들께 연락이 왔다. 지금은 유족들이 서로 모이는 단계고, 추후 목소리를 내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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