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가장 아름다운 인권 선언
“인권은 20층 빌딩위에 있지 않습니다” 유최안, 인권선언 낭독 거부...자신의 입장문 “제일 인권 유린 많이 한 사람이 주는 상이라니”
- 참가자 여러분. 올해 7월 조선소에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파업했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입니다.
- 오늘 인권선언문 23조를 읽기로 했으나 인권 선언 행사가 제 취지와 맞지 않아 할 말만 하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인권은 20층 높이의 빌딩 위에 자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됩니다.
- 인권은 ‘사람답게 살아보자’라고 외쳤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졸린 눈을 비비며 모두가 잠든 밤을 달리는 화물 노동자들, 그리고 오늘도 지하에서 햇빛 한 번 받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 병들고 아프지만 제대로 치료받지도 보호 받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인권을 지키려 곡기를 끊고 싸우는 사람들 속에 있어야 합니다.
- 그렇게, 인권은 가장 평범하고 가장 보편적 가치여야 합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인권을 많이 유린하는 사람이 주는 상을 이 자리에서 시상하고 있는 이 어이없는 상황이 현재 한국 사회에 인권이 어디에도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개인적 권리를 넘어서 사회적 권리 속에서 보호되어야 할 (인권이) 이렇게 웃기고 있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참담함을 느낍니다. 74년 동안 인권이 보편적 가치를 가진 권리가 되게 하기 위해 싸워온 사람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그리고, 오늘도 인간으로서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고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그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오늘을 기념하고 싶습니다. 오늘 이 인권 조항 낭독하지 못하겠습니다. 먼저 퇴장하겠습니다.”
이 시대, 이 나라에 가장 아름다운 인권선언이 탄생했다. 선언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있었다. 선언문을 읽은 이는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지난 여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독안 1㎥ ‘철제 감옥’에 들어가 하청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했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다.
그는 이날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린 ‘2022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세계인권선언 낭독 취소를 선언했다. 대신 자신의 입장문을 읽었다. 내용은 이렇다.
유 부지회장은 입장문에서 “인권은 가장 평범하고 가장 보편적 가치여야 한다”는 말로 선언적인 가치를 강조했다. 형식적인 인권선언을 낭독하는 자리와는 달리 지금 한국의 인권상황이 급속히 추락하고 있음을 지적하기엔 유 부지회장만한 인물이 없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 제일 인권유린을 많이 하는 사람이 주는 상을 이 자리에서 시상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현재 한국사회 인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명하게 지적했다.
그래서 마땅히 있어야 할 인권은 “인권은 20층 높이의 빌딩 위에 자리하지 않는다. 그래서도 안된다. (대신) 사람답게 살아보자라고 외쳤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졸린 눈을 비비며 모두가 잠든 밤을 달리는 화물 노동자들, 오늘도 지하에서 햇빛 한 번 받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 병들고 아프지만 제대로 치료받지도, 보호받지도 못하는 사람들 속에, 그리고 거리에서 인권을 지키려고 곡기를 끊고 싸우는 사람들 속에 있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550자 남짓한 입장문이었지만, 어느 때보다도 큰 울림이었다.
당초 유 부지회장이 낭독하기로 되어 있던 세계인권선언문 23조는 뭐였을까.
세계인권 선언 23조는 ▲모든 사람에게는 노동, 자유로운 직업 선택, 적절하고 알맞은 노동 조건, 실업에 대한 보호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아무런 차별 없이 동일한 노동에 대해 동등한 보수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노동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과 가족에게 인간의 존엄한 존재 가치를 보장하고, 필요한 경우에 여타의 사회적 보호 수단에 의해 보완되는 적절하고 알맞은 보수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요구할 권리가 있다 등의 내용이다.
지난 여름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시켜달라고 요구하며 스스로 ‘철제 감옥’속에서 시위를 해야했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세계인권선언 23조가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었다. 시위로 인한 피해에 대해 사용자측이 막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해 논란이 되어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런 비현실적인 상황은 유 부지회장의 말대로 어이없을 수 밖에 없었다.
이날은 또 화물연대가 전면운송거부(파업)을 철회키로 결정한 날이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안전운임제 일몰제 영구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지 15일 만의 일이다. 오전 9시부터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 전체 조합원 2만 6144명중 3575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중 절반 이상인 2211명이 파업 종료에 찬성했다.
화물연대는 “조합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합원 총투표라는 대승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정부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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