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모르는 정용진 회장에게

대국민 사과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 연합뉴스
대국민 사과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 연합뉴스
  • 가치상대주의의 위선 정용진 회장의 “생각은 달라도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마음은 같다”는 사과는 헌정 유린과 극우적 왜곡마저 ‘다른 의견’으로 세탁하려는 위험한 가치상대주의이자 역사적 물타기다. 자유의 적에게 자유를 파괴할 자유는 허용되지 않는다.
  • 5·18과 반독재의 헌법적 정당성 5·18 민주화운동과 독재 저항의 역사는 취향의 다양성으로 포섭될 수 없으며,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반헌법적 폭력에 온몸으로 맞선 ‘방어적 민주주의’의 위대한 저항이었다.
  • 최고경영자의 시그널과 필연적 참사 과거 ‘멸공’ 소동과 세월호 조롱 등 정 회장의 굴절된 역사관은 기업 내부에 ‘비하를 용인하는 조직 문화’라는 시그널로 작동했으며, 이번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는 그 역사적 불감증이 낳은 필연적 결과물이다.

다른 생각이지만 마음은 같다?

이 정도의 사과라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충고를 조금 받아야할 것 같다. 그는 여러차례 고개를 숙이며 거듭 사과했지만, 그의 머리 속에 선명히 자리잡고 있는 생각에 대해선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 반성 없는 생각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정 회장에게 묻겠다. “당신의 재산을 내가 맘대로 빼앗아도 되겠는가?”

정 회장은 아니라고 단호히 대답할 것이다. 남의 재산을 맘대로 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정 회장이 그토록 신봉하는 시장경제와 사유재산권 역시 ‘우리 헌법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자유인 것이다.

오늘 사과하는 자리에서 정 회장은 ‘자유’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를 했다. 그 생각이 이 사태의 근본원인인 듯한데, 제대로 드러냈다.

정 회장은 “지금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시기”라며,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겠지만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미래세대에 넘겨주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우리 모두 같다고 믿는다”고 발언했다.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명백히 잘못된 생각이다. 이는 자칫 극우 세력의 가치관마저도 “방법론이 달랐을 뿐,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같았다”며 면죄부를 주는 교묘한 ‘역사적 물타기’ 흔적이다.

헌법상 자유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없다

우리는 각자 생각이 다를 부분이 많지만, 생각이 달라서는 안되는 부분도 있다. 헌법 내에서 생각이 달라야 하는 것이다. 헌법적 가치를 유린하거나, 헌법을 파괴하면서까지 생각이 달라서는 안된다. 한국 사회의 경영인은 더욱이 그래선 안된다. 자칫하다간 ‘반헌법적 인물’이 되기 때문이다.

신군부의 폭력에 맞섰던 5·18 민주화운동과 독재 체제에 저항한 희생자들의 역사는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될 수 있는 ‘다른 의견 중 하나’가 아니다. 그것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말살하려는 반헌법적 폭력에 맞서, 시민들이 온몸으로 체제를 지켜낸 ‘방어적 민주주의의 처절한 헌법적 저항’이었다. 우리 헌법은 이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따라서 5·18 당일 ‘탱크데이’, ‘책상에 탁’ 같은 문구를 동원해 역사적 가치를 조롱한 사태를 두고 “생각은 달라도 마음은 같다”고 뭉뚱그리는 것은, 그 자체로 반독재 투쟁의 희생자들과 헌법 수호의 역사를 모독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민주주의를 파괴할 자유는 없다

정 회장은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조금이라도 다녔으니 잘 알 것이다. 독일의 제 3제국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세계 1차 대전 후 패망한 독일은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국민 다수가 원하면 뭐든 수용한다”는 ‘상대주의’를 제시했다. 그런데 1930년대 히틀러와 나치당이 이 합법적인 다수결 투표를 악용해 집권한 뒤 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이후 2차 대전 뒤 독일은 헌법에 재발방지를 위한 개념을 도입했다.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스스로를 파괴하려는 독재 세력이나 전체주의 세력까지 ‘관용’으로 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방어적 민주주의’의 탄생이다. 민주주의에 ‘전투성’과 ‘방어 능력’을 부여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유의 적에게 자유를 파괴할 자유까지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역시 ‘방어적 민주주의’ 개념을 받아들여 ‘위헌정당 강제해산제도’가 도입되었고, 통합진보당이 그 철퇴를 맞았다. 독일은 정당 해산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개인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기본권 상실제도’까지 두고 있다.

최고경영자가 반한법적 사고를 해서 되나

정 회장이 ‘멸공’이라며 평화공존을 지향하는 헌법과 달리 북한과 중국에 대해 이념적 적대감을 드러내고,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사회적 공감대를 조롱한 것은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민주주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다. 정 회장은 오늘 사과하는 자리에서도 이를 깨닫지 못했다.

대학교를 다닐 때는 이를 몰랐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사회성, 반민주성을 드러내도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비교적 적다. 그러나 경영자가 되어서, 그것도 신세계그룹처럼 무수한 임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의 회장이 되어서 이런 반사회적, 반헌법적 사고를 갖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바로 그것이 이번 스타벅스 ‘탱크 데이’ 이벤트에 그대로 전사된 것이 아니겠는가. 최고경영자의 그릇된 가치관이나 과거 ‘멸공’ 발언 등이 기업 내부에 ‘역사적 불감증’과 ‘비하를 용인하는 조직 문화’라는 시그널로 작동해 결국 실무진의 결재 라인까지 마비시킨 것이다. 한마디로 필연적 결과물이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는 자유의 적에게 자유를 파괴할 자유까지 허용하지 않는다.

이쯤 충고하고, 오늘 정용진 회장과 신세계가 밝힌 사과의 발언들은 스트레이트 기사로 소개한다. 기사는 연합뉴스를 대체로 인용한다.

[연합뉴스 인용]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타벅스코리아의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인해 깊은 아픔과 분노를 느끼신 5·18 유가족과 박종철 열사 유가족, 광주 시민과 국민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2024년 3월 회장 취임 이후 첫 직접 사과다.

정 회장은 “저를 포함한 신세계그룹 구성원 모두 우리 사회의 역사와 희생을 기억하고 늘 국민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시기다.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겠지만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미래세대에 넘겨주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우리 모두 같다고 믿는다”며 “저를 포함한 신세계그룹 구성원 모두 이번 일을 통해 더 낮은 자세로 배우고 더 노력하겠다. 더 많이 듣겠다. 더 무겁게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는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준도 더 높이겠다”며 “오늘의 사과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겠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스타벅스 매장에서 근무하는 파트너, 현장 직원들을 언급하며 “이분들은 스타벅스 고객 한 분 한 분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성실한 직장인일 뿐”이라며 “부디 이분들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그룹 전상진 부사장은 이번에 논란이 된 ‘탱크데이’ 행사가 고의적으로 기획된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전 부사장은 “조사 결과 해당 직원, 임원진이 고의성 갖고 해당 마케팅 기획한 사실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룹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커머스팀에서 기획했으며 팀장, 담당, 본부장, 대표이사의 결재를 통해 최종 확정됐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문구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으며 첨부파일을 열지 않고 결재를 한 사례도 있었다.

전 부사장은 “실무자의 과실 여부를 넘어 스타벅스 코리아 내부의 사회적, 역사적 민감성 부재를 드러냈다”며 “마케팅 검증 및 리스크관리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탱크 텀블러’라는 제품명이 계엄군 탱크를 상징하고, 용량(503㎖)이 특정 인물의 수인 번호를 암시한다는 등의 온라인상 의혹에 대해서는 “탱크 텀블러는 해외 제조사가 제조한 것으로 명칭은 물탱크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제조사의) 입장을 확인했다. 503㎖는 17온스를 환산한 것으로, 이 제품은 2023년부터 한국 외에 호주, 태국 등에서 판매되고 용량도 동일하게 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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