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정체가 무엇이든...미중관계 다시 악화
‘정찰 위성’ 아닌 ‘기후관측용’ 가능성도 어떤 결론이든 미·중 양국 관계 또 악화
미국 본토 상공의 거대 풍선이 미·중 관계를 다시 악화시키고 있다. 미 공군기의 격추로 잔해가 수거돼 정찰 풍선으로 밝혀질 경우 세계 양강의 대치가 전세계를 다시 긴장국면으로 몰고 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본토 상공을 횡단한 중국의 ‘정찰 풍선’을 이유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연기한 데 이어 본토를 벗어나자마자 이 풍선을 미사일로 격추했다. 이에 중국이 맹비난하고 나섰다.
중국은 5일 오전 외교부 성명을 내고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 민간용 무인 비행선(民用無人飛艇, 영문 civilian unmanned airship)을 공격한 데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대변인 발언(Remarks)보다 수위가 높은 외교부 성명(Statement)으로, 중국이 지난해 8월 2일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항의하며 발표한 이후 처음이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이 이미 조사를 한 뒤 여러 차례 미국에 해당 비행선은 민간용이며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미국에 진입한 완전한 의외의 사건이라고 알렸다”면서 “미국이 의도적으로 무력을 사용한 것은 지나친 대응이자 엄중한 국제관례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은 관련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며 동시에 한층 더 필요한 대응을 취할 권리를 가졌다”고 했다. 향후 보복을 예고한 것이다.
중국 국방부도 나섰다. 탄커페이(譚克非)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미국이 무력을 동원해 민간 무인비행선을 공격한 것은 분명 과도한 대응”이라며 “미국에 엄정한 항의를 표하며 필요한 수단을 사용해 비슷한 상황을 처리하는 권리를 갖는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이같은 강경한 방침은 이전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지난 3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 보도에 주의한다. 조사·확인 중”이라고 한데 이어 같은 날 오후 9시 대변인 발언을 통해 “중국의 무인비행선이 미국에 잘못 진입한 데 유감(regret)을 표한다”고 했다. 다만 “민간의 기상 등 과학 연구용이고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일어난 의외의 사건”이라며 정찰용 풍선은 아니라는 입장을 표했다. 그러나 며칠 뒤엔 이날 미국이 이 풍선을 격추시키자 중국은 곧장 공세로 전환했다.
정찰 풍선이 맞을까
중요한 건 이 풍선의 정체다. 정찰 풍선으로 밝혀질 경우 중국은 세계 외교무대에서 궁지에 몰릴 전망이다. 반면 중국 말대로 기상관측용으로 밝혀진다면 미국이 과도한 대응을 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선 미국이 순수한 ‘과학연구용’이라고 받아들일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일단 미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브리핑에서 “(정찰풍선이) 기상용 기구라는 중국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이 풍선이 의도적으로 미국과 캐나다를 통과해 민감한 군사 기지를 감시하려 했다는 것. 과거에도 중국이 정찰풍선을 최소 3차례 미 본토 상공을 횡단시킨 전력이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다른 열기구가 중남미를 통과하는 것을 관찰했고, 이를 또 다른 중국의 정찰풍선으로 평가한다”며 “이 풍선들은 다른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면서 정찰작전을 수행하려 개발된 중국 ‘풍선 함대’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몇 년간 동아시아, 남아시아, 유럽 등 5대륙 곳곳의 국가에서 중국 (정찰)풍선이 발견됐다. 다른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는 중국을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CNN은 이날 격추된 중국 정찰풍선의 비행 경로에는 미니트맨Ⅲ를 포함해 100기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지하에 묻혀 있는 몬태나주의 맘스트롬 공군기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찰풍선은 버스 3대 크기로 자체 동력을 위한 태양열 전지판과 정찰을 위한 카메라, 센서 등을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중 양국이 우주에 정찰 위성을 수십기를 올려놓은 채 상대방 영토에서 일어나는 군사적 움직임을 정밀 추적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굳이 발각이 쉬운 정찰 풍선을 띄웠을 지에 의문이 남는다. 다양한 논리가 미국쪽 정보 전문가들에게서 제기되고 있지만, 중국이 발각을 감수하면서까지 얻을 이익이 그다지 크지 않다. ‘정찰 위성’이라는 비슷한 목적에 안전한 대안이 있는데도 이를 감수할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치 않아 보인다. 이런 지적이 나오자, 미국의 대응을 보려 정찰풍선을 노출했을 것이라는 추정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이날 격추된 풍선의 잔해를 연방수사국(FBI)이 분석할 예정이다. 잔해 확산 범위는 11㎞ 이상이지만 풍선의 잔해는 수심 약 14m 정도로 비교적 얕은 곳에 떨어졌다고 미 국방부가 전했다. 잔해 수거와 분석을 마치고 미국이 내놓을 입장이 크게 주목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