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석진환-김만배 돈거래’ 진상조사위 내용 보니
한겨레 ‘편집국 간부의 돈거래’ 사건 진상보고서 공개 진상조사위, 석진환 씨 기사개입여부 밝히지 못해 검찰 발표 의존않는 취재에 소극적이었을 수 있어
한겨레신문이 석진환 전 신문총괄과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가 돈거래 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보고서 ‘한겨레 윤리는 어디에서 실패했나’를 27일 공개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이 보고서에서 석진환씨가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한겨레 기사에 개입한 정황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발표에 의존하지 않고, 사건의 진상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취재에 임하고, 취재 지시를 했어야 할 법조팀장이 관련 취재에 소극적이었다면, 그 자체가 간접적으로 개입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거래한 9억원 출처 몰랐다니
보고서에 따르면 석 전총괄과 김만배 씨는 2003~2004년 무렵 처음 알게 됐고 2017년 3월부터 각각 한겨레와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으로 대법원 기자실에서 함께 지냈다. 이후 1년에 두 차례 가량 함께 골프를 쳤고, 석 전 총괄이 법조팀을 떠난 뒤에도 1~2개월에 한 번씩 만났다.
돈거래는 2019년3월 얘기가 나오면서부터다. 석 전 총괄이 2019년 3월 아파트 청약의 어려움을 김씨에게 얘기하자, 김씨는 “돈을 빌려줄 테니 청약을 해보라”고 제안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인 석 전 총괄은 2019년 5월 수표로 3억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20년 8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9억원(선이자 1000만원 포함)을 수표로 받았다. 김씨로부터 받은 9억원과 금융기관 대출, 기존 주택 보증금 등을 합쳐 2021년 8월 아파트 분양대금을 모두 치른 석 전 총괄은 남은 돈 2억원을 김씨에게 갚았다.
석 전 총괄은 조사위에 “입주 시 전세를 놓고 전세보증금을 받아 빌린 돈을 모두 갚을 계획”이었다면서 “그러나 ‘자녀 학업을 마친 뒤 천천히 갚으라’는 김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우선 입주하고 변제할 시기를 늦췄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거래 금액 9억원 중 6억원은 김 씨의 돈이 아니라 또 다른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제공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석 전 총괄은 조사에서 “돈을 빌릴 당시 유산을 받아 평소 돈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던 김씨가 친분 관계로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도 진상조사위 서면조사에서 “돈의 출처를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석 기자는 당연히 제 돈을 빌려주는 것으로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조사위는 “두 사람 모두 ‘어떠한 부탁이나 요청도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상궤를 벗어나는 거액의 돈거래를 하면서 출처나 의도에 대한 의심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사회부장, 알고도 조치 취하지 않아
진상조사위는 보고서에서 “돈거래가 있기 전에도 그는 김씨로부터 골프, 식사 등의 대접을 꾸준히 받아왔다. 결과적으로 돈거래까지 이어지게 된 출발점이 됐다”며 “김씨와의 비정상적 거래를 통해 상당한 금전적 이익을 추구한 그의 행위는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한겨레 윤리강령 실천요강 및 취재보도준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본격적으로 공개되기 시작한 2021년 9월 석 전 총괄이 해당 직을 맡아 실질적인 이해충돌 상황이 발생하게 됐는데도 이를 회사에 보고하거나 직책에서 물러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이는 이해충돌 회피 의무를 규정한 한겨레 취재보도준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이번 조사에서 전 사회부장을 주요 관련자로 지목했다. “지난 1월 자신의 돈거래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석 전 총괄이 미리 이 사실을 얘기한 사람은 사회부장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5일 남욱 변호사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토대로 “김만배가 기자 집 사준다며 돈 요구해 6억원을 전달했다”는 동아일보 보도가 나오자 석 전 총괄은 이날 당시 사회부장에게 기사에 나오는 ‘언론사 간부’가 본인이라며 금전거래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해당 부장은 두 사람의 돈거래 사실을 듣고도 회사에 별다른 보고를 하지 않았다. 당시 사회부장은 그 자리에서 “차용증이 있느냐”, “이자는 어떻게 되냐”는 점 등을 물었고 “(차용증이) 있다”, “시중은행 이자 정도”라는 답을 들었다고 조사에서 말했다.
진상조사위는 “전 사회부장은 이날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사회부 내 법조팀 기자들에게 아무런 사실 확인을 지시하지 않았다”며 “석 전 총괄의 주장을 들은 뒤, 본인이 따로 객관적 확인을 해보려는 노력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사회부장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점은 지난 1월 사태가 초래될 때까지 드러나지 않았다”며 “10개월 이상 석 전 총괄이 스스로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음에도 사회부장이 이에 대해 아무런 조처나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것 등은 이해충돌 회피 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직무를 태만히 하고 결과적으로 회사의 명예를 손상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겨레 기사에는 영향 없었다?
진상조사위는 한겨레 편집국이 석진환-김만배의 돈거래 사실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두 번의 기회를 놓쳤다고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검찰 출입 기자와 법조팀장 모두 지난해 3월 동아일보 기사에 주목하지 않아 확인 취재나 지시 등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뇌물 혐의 재판에서 남욱 변호사가 증인 신문에서 한겨레 기자와 김만배씨의 돈거래 사실을 말했지만 담당 기자는 “재판을 면밀히 챙기지 않아 이 발언을 놓쳤다”고 진상조사위에 진술했다.
진상조사위는 석 전 총괄의 칼럼, 전 사회부장이 작성한 칼럼과 기사, 대장동 사건 관련 기사 수정 이력 등을 점검한 결과 석진환-김만배의 돈 거래가 기사에 직접적으로 미친 영향은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9월 이후 한겨레 정치·사회·전국부와 대장동특별취재팀 등이 출고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관련 기사는 모두 712건이다. 집배신 조사에서 712건 중 석 전 총괄의 열람 이력이 남은 기사는 32건이었다. 진상조사위는 “이 중 15건은 단순 기사 열람만 한 것이고, 17건은 지면에 맞게 분량을 축소하거나 일부 표현을 다듬고 주제와 관련된 사건 내용을 덧붙이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보고서 공개를 알린 <윤리의식 바로잡고 쇄신하겠습니다> 기사에서 “진상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독자·주주·국민들께 다시 한 번 깊은 사과와 함께 다짐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제기된 문제들을 회피하지 않겠다”며 “한 번의 보여주기 식으로 해결하지 않고 치열한 논의를 통해 고통스럽더라도 단단하게 변하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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