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 대통령실 도감청...살상무기 우크라에 제공 우려
최근 유출된 미국 국방부(펜타곤)의 기밀문건에 미 정보당국이 한국 대통령실의 외보안보라인을 도·감청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살상무기를 제공하는 상황이 확정될 경우 러시아와의 외교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둔 시점이어서 외교 관계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등 외신에 따르면 이 문건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기밀 문서로, ‘1급 기밀’ 문서도 포함하고 있다. 문서 다수는 미국 정보기관끼리만 공유(Secret/NoForn)하라고 적시하고 있는데, 최초 유추은 지난 2월 말~3월 초에 이뤄진 것으로 보이며, 최근 사진 문서 형태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WP는 자체 확인한 50여 쪽의 문서엔 국가정보국(NSA), 중앙정보국(CIA), 국방정보국(DIA), 국가정찰국(NRO) 등 거의 모든 미국 정보기관의 정보 활동이 담겼다고 밝혔다.
이 문건이 가장 관심을 받는 대목은 미국이 한국 대통령실 외교안보 고위 관계자들을 도·감청한 정황이 담겨 있는 점이고 특히 살상무기 제공에 대한 건이다.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의 대화를 도감청한 것인데,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해 달라는 미국의 압력과 전쟁 국가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정책 사이에서 고심하는 당국자의 움직임을 미 정보당국이 그대로 읽어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비서관은 김 전 실장에게 “한국이 미국의 탄약 (지원) 요청에 응했을 때 미국이 최종 사용자(end user)가 되지 않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이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 원수들 간에 통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전쟁 국가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정책을 위반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이 정책을 바꾸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건의했다.
이 전 비서관은 또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 3월2일까지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을 약속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이 시점이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한국) 국민들은 이 두 가지(국빈 방문과 포탄 지원)가 거래로 이뤄졌다고 생각할 것”을 우려했다. 김 전 실장은 대신 “미국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빨리 공급하는 것”이라며 폴란드에 155㎜ 포탄 33만 발을 수출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문건엔 나와 있다. 폴란드를 통한 ‘우회 제공’을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이 전 비서관은 폴란드가 ‘최종 사용자’로 불리는 것에 동의하고 우크라이나로 탄약을 보내는 것은 가능할 수 있지만 “폴란드가 무엇을 할 것인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NYT는 “이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 “한국은 외국에 판매한 무기나 무기 부품을 한국의 승인 없이 제3국에 재판매하거나 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이 문건 내용에 대해 “지난해 말 한국이 미국의 (탄약) 비축량을 보충하는 것을 돕기 위해 포탄을 판매하기로 동의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한국은 최종 사용자가 미군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내부적으론 윤 대통령의 최고 보좌관들이 그것(탄약)이 우크라이나로 가게 될 것을 우려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관련된 문서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지원해 달라는 미국의 압력과 전쟁 국가에 살상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공식적인 정책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유출된 문서들로 보면 한국정부는 폴란드에 수출하게 될 포탄 등이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될 것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 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살상무기를 제공함으로써 러시아와의 관계가 적대적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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