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과 후 민정수석 교체했어야
-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사에 대한 평가 검찰 개혁을 열망하던 지지층의 기대를 저버리고, 오히려 개혁 대상이었던 인물을 민정수석으로 기용한 것은 민심의 경고를 오독한 ‘역주행 인사’이다.
- 검찰개혁에 대한 솔직하지 못한 태도 ‘보완수사권 존치’라는 속내를 감추며 그간 지지자들을 기만해 온 정부의 태도는 신뢰를 무너뜨렸고, 이는 기술적인 인사를 통해 검찰을 장악하려는 정략적 계산으로 비춰질 뿐이다.
- 정치는 국민들과의 상호작용 진정한 정치는 일방적인 독백이 아닌 국민과의 상호작용인 만큼,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을 솔직히 고백하고 사과함으로써 멈춰버린 개혁의 정당성을 다시 확보해야 한다.
납득할 수 없는 민정· 홍보 수석 인사
정부가 단행한 국정 2년 차 전열 정비가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은 이번 민정수석 및 홍보수석 교체 등의 인사를 두고 “민심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개혁 과제에 고삐를 죄기 위한 의지”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 평가에 동의하는 지자들과 국민들은 별로 없다.
이번 인사는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경고를 오독한 ‘역주행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통령이 약속한 ‘개혁의 대의’가 흔들리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지층의 깊은 상실감이 정권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로 번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탄생과 국정 쇄신을 열망했던 지지층에게는, 이번 인사가 개혁의 완수가 아닌 기만적인 후퇴이자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로 비치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은 사법 개혁의 컨트롤 타워라 할 수 있는 민정수석 자리에 김앤장 소속의 ‘한찬식 변호사’를 기용한 점이다.
청와대는 한 수석이 공소청·중수청 안착과 형사소송법 개정 등 검찰 개혁의 마무리 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했겠지만, 그의 과거 이력은 개혁의 방향성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보완수사권을 전제한 인사?
한 수석은 서울동부지검장 재직 당시 문재인 정부 인사를 겨냥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지휘하며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기소했던 대표적인 ‘정통 특수통’이다. 이 사안은 문 정부 출범 초기에 전 정권이 임명한 산하기관 인사들을 빨리 교체하기 위한 의도와 물려있는 정치적 수사였다.
당시 그의 수사 라인에서 주임검사로 손발을 맞췄던 인물이 현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이자 친윤계 핵심인 주진우 의원이라는 점은 개혁을 요구해 온 지지층에게는 실소를 넘어 참담함마저 안겨준다. 또한 김학의 전 차관의 도피성 출국을 막기 위한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거부했던 전력은 그의 인권 의식과 개혁성에 심각한 물음표를 던진다.
그가 윤석열 전대통령과 같은 특수통 계보에 있었지만, 그와는 매우 가깝지 않았다하더라도, 윤 전대통령의 파행을 지켜보며 침묵한 인물인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인사의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보완수사권 존치’라는 현실적 타협안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속내를 감췄던 김 총리, 공을 국회로 넘겼다던 대통령
이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국회에 맡기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실상은 이미 보완수사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기울어 있었다. 이는 현재 치열하게 전개되는 당권 경쟁과도 맞물려 있다.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강경파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외치며 선명성 경쟁에 몰두하는 동안, 청와대는 한찬식이라는 실무형 전략가를 배치해 검찰 조직의 기술적 제어와 보완수사권의 실무적 가이드를 통제하려는 이중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 대통령의 검찰 개혁 과정은 출범 초기부터 ‘거짓의 파열음’이 끊이지 않았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의 안이 지지자들이 원하던 방향과 상당폭 다른 수준으로 나왔을 때, 김민석 총리는 내용을 자세히 챙기지 못했다고 변명했고 청와대 역시 알지 못한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나 국정 운영의 결정권 라인에 있는 이들이 과연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할 만큼 무능하거나 덤벙대는 이들인가. 디테일까지 일일이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농후함에도 끝내 솔직하지 못했다. 장인수 전 MBC 기자의 ‘공소취소-보완수사권 거래설’이 나왔을 때도 정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말로 부인하기 급급했다.
이후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의 조율 과정에서 드러난 속내는, 대통령이 이미 보완수사권 존치를 전제로 개혁안을 구상하고 있었음을 방증한다. 즉,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개혁 완수를 약속해놓고, 실제로는 속내를 감추며 지속적으로 말을 바꾸어 온 셈이다.
정권 초기부터 제시했어야 할 검찰개혁 방향
‘보완수사권 존치’를 줄곧 주장하는 박찬운 한양대 법전원교수조차 “정권 출범 직후 정부가 검찰개혁의 청사진과 한계를 명확하게 제시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칼럼: 보완수사권 논쟁, 왜 검찰개혁의 핵심이 됐나)
박 교수는 검찰개혁의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며 제도의 필수 요소인지 분명하게 설명했다면 보완수사권이 지금처럼 정치적 위기로 변질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도 한 원인이라 꼽으며 “출구가 있다면 하나뿐이다. 책임 있는 정치 주체가 현실을 직시하고, 지지층을 설득하며, 검찰개혁의 목표와 한계를 솔직하게 설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은 개혁의 후퇴에 대해 국민과 지지자들 앞에 솔직하게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 왜 공약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하필 검찰 내부 인사를 통해 그 과정을 관리하려 하는지 그 고육지책의 실체를 정직하게 밝히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대통령의 사과후 검찰개혁 나아가야
진정한 정치는 거래나 기술적 장악이 아닌, 신뢰의 회복에서 시작된다.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이 바뀌었음을 분명히 밝히고 정직하게 고백할 때, 비로소 민정수석 인사도 ‘기술적 장악’이 아닌 ‘현실적 고육지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정치는 일방적인 지시나 기술적인 처세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끊임없이 마음을 나누는 ‘상호작용’이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검찰을 길들이거나 제도적 틀 안에서 기술적인 계산만 반복한다면, 지지자들과의 신뢰 관계는 영원히 회복될 수 없다.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지도자라면, 자신의 판단이 틀렸거나 혹은 현실적 제약에 부딪혔을 때 이를 정직하게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하더라도 똑같다. 지지자들에게 진심을 정확히 보이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정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고 응답하는 ‘상호작용’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는 ‘대통령의 독백’이 아니라, ‘국민과의 응답’이다. 사과를 요구하는 이유가 단순한 정쟁이 아니라 검찰개혁의 궤도를 바로 잡고, 정치라는 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함이다.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가 선행될 때, 비로소 그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이라는 고통스러운 과정도 국민의 이해라는 토대 위에서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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