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놈 집안사정 걱정하는 한국언론

연합뉴스 경향신문등 외신 일방 보도 “허술한 정보 체계”라며 엉뚱한 걱정만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기밀 문건 유출자로 잭 테세이라를 자택에서 체포해 압송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기밀 문건 유출자로 잭 테세이라를 자택에서 체포해 압송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보기관으로부터 대통령실 불법 도청을 당한 한국의 언론은 도청사실을 공개 사과하지 않는 미국을 탓하지 않는다. 대신, 미 정부의 허술한 비밀취급 체계를 비판하는 미국 언론의 지적을 앵무새처럼 한국 독자에게 전달할 뿐이다.

한국 언론이 미국 정부의 비밀취급 체계를 걱정해주고 있는 꼴이다. 도둑맞은 사람이 도둑놈의 집안 사정을 걱정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진보매체라는 경향신문조차도 이런 태도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도대체 한국 언론은 왜 이럴까.

14일 연합뉴스는 CNN 방송, 일간 뉴욕타임스(NYT), 폴리티코 등 미국 주요 언론이 13일(현지시간) 이번 사건으로 ‘1급 비밀’(top secret)로 분류된 기밀 문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지나치게 많다는 문제점이 드러났음을 일제히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외신이 인용한대로 미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방첩안보센터(NCSC)의 2020년 ‘비밀정보 사용 허가(Security Clearance) 결정에 관한 2019회계연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0월 기준 1급 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정부 공무원과 계약자를 포함해 125만1958명으로 집계됐다고 했다.

이어 2급 비밀(Secret)이나 3급 비밀(Confidential)에 대한 접근권이 있는 사람도 169만7798명에 달했다며 약 295만 명이 1·2·3급 비밀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접근권을 받는 사람 수는 해마다 늘어났던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NYT가 “이번 사건은 ‘1급 비밀’이란 것이 실제로 기밀이었는지, 국가안보기구들이 민감한 자료가 널리 퍼지도록 방치해왔던 것이 아닌지에 대해 폭넓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면서 전문가의 말까지 그대로 옮기기도 했다.

이어 미국의 기밀 분류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전하면서, 빌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1일 텍사스 라이스대학교에서 “미 정부에는 때때로 (기밀을) 과도하게 분류한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같은 보도에서 우리나라 국가통신사인 연합뉴스는 단 한마디도 미국 정보당국의 불법적인 도청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뿐만아니라 미국 정부가 한국등 주요 우방국에 사과해야한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을 외면하고 있는 미국 언론을 탓하지도 않았다. 미국 언론이 철저히 ‘미국 안보이익’에 치우쳐 자국 중심적 보도를 하고 있는데도 그대로 추종보도하고 있을 뿐이다.

진보매체라고 하는 경향신문조차도 이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미국에서 기밀 접근권을 지닌 20대 하급 병사가 군기밀을 유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2010년 기밀문서를 외국 정부에 넘기려다 체포된 브라이언 민규 마틴은 당시 22세로, 정보업무를 맡고 있던 해군 상병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2009~2010년 미 국방부 내부 전산망에서 기밀 자료를 빼내 위키리크스에 넘긴 첼시 매닝(개명 전 브래들리 매닝)도 2010년 체포 당시 23세 일병이었다”고 했다.

신문은 언급한 사례의 당사자들을 ‘범죄자’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 당국의 시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문투를 사용했다. ‘군기밀 유출’, ‘넘기려다 체포된’, ‘기밀 자료를 빼내’ 등의 표현이 그것이다.

이 신문은 나아가 “2001년 9·11테러로 큰 희생을 치르고 뒤이어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판단이 오판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신뢰성 확보를 위해 정보기관 간 정보 공유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까지 덧붙이는 친절(?)을 베풀기도 했다.

주요 우방국 한국에 대해 미국 정부가 도청한 사실이 드러난 이번 사태를 대하는 우리 언론의 시각이 그대로 드러난 보도들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안보이익은 경시하고, 외신 베끼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