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처럼’ 공손하게 말하는 방법

[이영균의 ‘말이란 말야’] 무례하게 말해도 되는 시대는 끝났다 MZ세대들은 공손함을 당연시 해 10·20대 연예인들, 공손한 태도 몸에 배 그들은 어떻게 공손하게 대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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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에게 본받을 태도

몇 년 전부터 TV를 보다 보면 자주 나오는 얘기가 있다. ‘요즘 MZ세대는 어떻다’는 표현이다. 자꾸 그런 말을 듣다 보면 ‘MZ세대가 세상의 중심인가?’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MZ세대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해서 왜 그렇게들 신경을 쓸까? 젊어지고 싶어서? 혹은 몇 년 전부터 불고 있는 세계적인 한류의 중심에 있는 세대라서? 아니면 새로운 밀레니엄이 왔으니 그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이 시대의 주인공이라서?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해석을 하든 중요한 것은 실제로 이들이 점차 우리나라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MZ세대를 따라잡는 것이 이 시대의 과제가 됐다. 다른 부분은 모르겠고 한 가지, MZ세대가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다르면서 그들에게서 반드시 본받아야 하는 가치가 하나 있는 듯하다. 그것은 ’남들에게 공손하게 보이는 것을 당연시한다‘는 것이다. 즉, 무례한 사람은 이 세대에게는 기본이 안되어 있는 사람으로 취급 받는다.

기성 세대 사람들 중에는 간혹 무례한 것을 마치 멋진 캐릭터인 것처럼 자랑하는 이들도 있고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당당히’ 남에게 무례하게 행동하고 말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그러나 무례하다는 것은 남을 무시한다는 의미이고 특히 문화적으로 성숙된 선진국일수록 남에게 무례한 사람은 아주 수준 낮은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나라의 생활 수준과 문화 수준이 올라가면서 그런 선진국들의 문화 의식이 자연스럽게 우리 MZ세대에게도 이식되었을 것이다. 속마음이야 어떻든 남들에게 공손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기본 예의라는 것을 어릴 적부터 듣고 보고 자란 세대가 그들인 것이다. 하여튼 이 시대에 남들에게 ‘공손하게 말하는 법’은 그냥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니라 필요 조건이 되어 가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의심이 된다면 요즘 TV에 나오는 10대, 20대 연예인들을 지켜보라. 겸손하고 공손한 모습을 갖추지 않은 연예인은 거의 없다. 실제 현실 생활에서도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TV 속에서는 그렇게 공손할 수가 없다. 가정과 소속사에서 그렇게 교육을 받았을 것이고 이는 그런 태도가 이 사회에서 그만큼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서론이 길었다. 오늘은 그들, MZ세대의 필수 가치, ‘공손하게 말하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남의 말을 왜 끊냐고?

윤서 : 팀장님, 이번 프로젝트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면 좋을까요?

호재 : 알아서 해봐요.

윤서 : 너무 막막해서요. 지난 번 프로젝트가 결과가 안좋아서 이번에도…

호재 : 아니, 됐고, 일단 고민해서 초안 잡아 와서 얘기합시다.

윤서 : 네…

호재 : 그나저나 오늘은 동태탕이나 먹으러 갑시다. 윤서 씨는 동태와 명태, 생태, 북어, 황태, 노가리가 다 같은 생선을 지칭한다는 사실 알아요? 명태를 얼리면 동태, 얼리지 않으면 생태, 비바람에 말리면 황태, 바짝 말리면 북어, 명태 새끼는 노가리…. 명태는 일본근처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데… (어쩌고 저쩌고)… 난 생태탕 보다 동태탕이 좋더라고 그 식감이…(어쩌고 저쩌고)…

윤서 : (영혼이 털린 눈빛으로) 네. 팀장님. 정말 대단하세요. 그런 건 다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호재 : 하하. 생선을 좋아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 도루묵에 대해서도 얘기 좀 해줄까요?

윤서 : (흐억!) 아, 하하… 네…

꼰대의 특징을 얘기하려는 건가 하시는 분도 있을 수 있겠다. 비슷한 측면도 일부 있겠지만, 자기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꼰대의 특징과는 조금 다르다고 본다. 꼰대의 특징과 꼰대가 되지 않는 법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은 8월 7일자 칼럼(멘토는 고사하고 ‘꼰대’가 되기 싫다면)을 보시면 될 듯하다. 하여튼, 남에게 무례한 것과 꼰대는 조금 다르다. 오늘은 꼰대 얘기는 아니니까 저 대화에서 어떤 부분이 무례했는지를 짚어보자. 그 과정에서 무례하지 않게 대화하는 법이 자연스럽게 도출될 것이다.

우선,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남의 말을 도중에 끊는 것은 가장 무례한 행태이다. 자기 상사 내지 스승과 대화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상사나 스승이 얘기를 하고 있는데 도중에 말을 끊고 들어갈 수 있을까?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형태의 대화는 하지 않을 것이다.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입이 근질거려도, 상대의 오해를 즉시 바로잡고 싶어도, 혹 할 말을 잊어 버릴까봐 조바심이 난다고 해도 상대의 말을 도중에 끊어서는 안된다. 말을 끊는 것은 무례의 끝이다.

둘째, 장황하게 자기 말만 하는 것 역시 매우 무례한 일이다. 일상 대화에서 우리가 누군가의 말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분 정도이다. 그것도 길다. 대게는 30초 정도가 넘어가면 집중력을 잃게 된다. 그럼에도 자기 말을 끊임없이 이어가는 것은 무례한 행위이다. 남이 듣든가 말든가 그냥 내 말만 하면 그만이라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과거 어떤 기자하고 점심을 먹는데 재미있는 얘기랍시고 자기 과거 경험을 1시간 이상 늘어놨다. 동석했던 내 후배는 이미 눈이 풀리고 기절 직전에 있었고 나 역시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눈에 힘을 주고 연신 다리를 꼬집어 댔다. 그 기자가 고의로 무례하게 대하고자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자기 윗사람이나 ‘갑’이었다고 해도 그같이 했을까?

셋째,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할 때는 ‘최소한의 양’이라는 것이 있다. 너무 짧은 답변은 어쩔 수 없이 무례하다는 인상을 준다. 예전 근무하던 회사에서는 특이한 문화가 있었다. 상사 내지 오너로부터 문자나 카톡을 받으면 반드시 받은 문장 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의 양으로 답변을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무례하고 예의에 어긋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던 것이다. 조금 특이하고 이상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 양을 채우기 위해 쓸데없는 얘기를 중언부언으로 덧붙여야 했으니까. 무언가 질문을 받았을 때 적절한 양의 답변이 예의라는 사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두 배는 좀 심하게 강박증적이고 적어도 비슷한 양 정도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상식적으로도 질문이 답보다 길다는 것은 이상한 형태이다. 즉, 답변을 할 때는 최소한 질문의 양만큼은 이야기하는 것이 무례하지 않아 보일 것이다.

넷째, 상대가 도움을 구해 왔다면 최소한의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예의이다. 도움을 구했는데 일언지하에 고민도 해보지 않고 묵살한다는 것은 상대를 무시하는 행위이다. 최소한 고민하는 척이라도 하는 것이 예의 아닐까? 반복하지만 상대가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그처럼 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생면부지의 사람이라고 해도 곤경에 빠진 사람을 그냥 외면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비난 받을 수 있는 일이다. 하물며 측근의 도움 요청을 고민도 해보지 않고 외면한다면 그 사람이 그 집단에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술

윤서 : 팀장님 이번 프로젝트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면 좋을까요?

호재 : 음… 나도 아직 깊이 생각해 보지는 않았는데… 얼핏 드는 생각은 경기가 안좋으니까 기존 제품의 리노베이션 쪽으로 고민해 보면 어떨까 싶네요.

윤서 : 알겠습니다. 일단 초안 잡아서 보고드리겠습니다.

호재 : 그래요. 고민되면 언제든 물어봐도 되구요.

윤서 : 네. 감사합니다!

호재 : 그나저나 날씨도 쌀쌀한데 오늘 점심은 동태탕 어때요? 물론 다른 메뉴도 좋구요.

윤서 : 그렇네요. 쌀쌀할 때 동태탕, 좋을 것 같아요.

호재 : 그래요. (걸어 가며) 근데 윤서씨, 동태와 노가리가 같은 생선이라는 사실 알아요?

윤서 : 어? 그런가요? 전 먹어만 봤지 그게 같은 생선인지 몰랐습니다.

호재 : 하하. 동태, 그러니까 명태 새끼가 노가리에요.

윤서 : 어머, 재밌네요. 그러고 보니 명태를 얼린 걸 동태라고 하는 거지요?

호재 : 맞아요. 얼리지 않으면 생태, 비바람에 말리면 황태, 바짝 말리면 북어…

윤서 : (박수를 치며) 와! 저는 처음 알았어요. 팀장님. 정말 대단하세요. 그런 건 다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호재 : 하하. 생선을 좋아해서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 같아요.

윤서 : 다음엔 다른 생선 얘기도 해주세요.

호재 : 그래요. 다음에 도루묵조림 먹을 때는 도루묵에 대해서 재밌는 얘기 해줄께요.

주거니 받거니 앞의 대화와는 차원이 다른 원활한 대화다. 호재의 어법 변화가 이렇게 대화를 바꿔 놓았다. 무례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고 여기서는 몇 가지 ‘공손한 대화의 스킬’이 사용되었다.

우선 두 대화에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무엇일까? 대화의 형식. 맞다. 뒤의 대화 사례에서는 두 사람이 계속해서 주고 받기식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 공손하고 예의 바른 대화를 구사하려면 이처럼 일방이 아닌 쌍방형의 대화를 계획해야 한다. 계획이라고? 맞다. 계획이라고 볼 수 있는데 대화를 주도하는 사람의 계획 하에 이 같은 쌍방형 대화가 성사되기 때문이다.

대화에도 계획이 있어야 한다

대화 하나 하는데 무슨 계획까지 할까 하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는 누구나 수도 없이 많은 대화 경험 덕분에 순식간에 대화의 계획을 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보통 윗사람과 대화할 때는 거의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때로는 의식적으로 대화의 계획을 짠 다음 대화를 진행한다. 따라서 아랫사람과 대화할 때 조금만 신경을 쓰면 대화 계획을 짠 후 대화에 임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뒤의 대화 예에서 호재는 긴 이야기를 한번에 늘어놓지 않는다. 상대의 반응을 봐가며 대화를 이어 나가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그래서 명태 이름 관련 상당히 긴 대화의 소재 중 일부만을 오픈한다. 윤서가 잘 모를 가능성이 큰 동태와 노가리의 관계만 이야기함으로써 궁금증을 야기하고 상대가 더 듣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더 많은 얘기를 풀어 놓는다. 이렇게 사전에 세워진 대화 계획을 통해 쌍방향적이고 원활한 대화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둘째, 지시를 하거나 권유를 할 때는 질문문으로 하거나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좋다. 과거 칼럼 중 ‘지시의 기술(9월 6일자, 명령이든 지시든 품격있게 해라)’을 이야기할 때도 나왔던 내용인데 질문문 형태의 지시나 권유가 훨씬 품의 있고 예의 있게 들리는 법이다. 한편, 에둘러 표현하는 것은 요즘 MZ세대의 말투이기도 하다. ‘고민해 봐라’ 보다는 ‘고민해 보면 어떨까 싶네요’, ‘언제든 물어봐라’ 보다는 ‘언제든 물어봐도 되구요’,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 보다는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 같아요’ 같은 식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다.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 보다는 이렇게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훨씬 정중하고 공손하게 들린다.

존중하지 않으면, 언젠가 무시당한다

셋째, 무엇보다도 상대에게 예의 있고 공손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중요하다. 우리가 대화를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다른 누군가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입히곤 한다. 특히 가까운 사람이나 아랫사람과 대화를 할 때 그런 경우가 더 많다. 그 빈도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은 예의 바르고 공손하게 대화에 임하는 것이다. 무례한 대화에는 상대를 무시하는 마음이 들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마음이 바로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의 있게 대화하고자 하는 태도를 가지고 그것을 표현하는 행위는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가짐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공손한 대화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남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언젠가 누군가로부터 무시를 당하는 뼈저린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것이 과거에 존중하지 않았던 상대이건, 아님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제3자이건, 때로는 신의 섭리에 의한 것이든 말이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흐르는 오묘하고도 도도한 진리이자 순리일 것이다. 쉽게 표현하면 인과응보의 일종이라고나 할까?

글쓴이

이영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필자인 이영균은 홍보 전문가로 25년간 사람 만나는 일을 해왔다. 약 4만 명의 사람들과 깊고 얕은 만남을 지속하며 자연스럽게 대화의 기술, 관계의 기술을 습득했다. 만나온 사람들은 주로 언론인, 기업인, 방송인, 연예인들이다. CJ E&M, 오리온 등에서 홍보팀장 및 홍보임원(상무)으로 재직했다. 현재는 ‘에브라임 커뮤니케이션’의 대표 컨설턴트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 홍보>(2015), <제대로 통하는 소셜마케팅 7가지 법칙>(2011), <미르몽의 원더풀 트위터 라이프>(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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