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고 외면한 윤석열 정권에 통렬한 심판

고물가 경제성적 부진에 화난 민심 분출 조국혁신당의 돌풍이 야권의 ‘잉걸불’ 키워 ‘비명횡사’ 공천, 야권 2백석 돌파에 암초 막판 후보자격 시비, 접전지 표 10% 달아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이해찬·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총선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이해찬·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총선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22대 국회의원을 뽑은 총선은 무엇보다 고물가 등 민생고를 해결하지 못한 윤석열 정권에 대한 혹독한 심판으로 끝났다. 세계 주요국 중 어느 나라도 고물가를 방치한 정권에게 ‘선거 승리’라는 훈장을 달아주는 나라는 없다는 사실이 이번에도 증명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윤 대통령의 이른바 ‘대파 875원’ 발언 논란 등을 부각시켰는데, 이는 민생고에 대한 최고국정운영자의 무지와 무관심을 부각시킬 절호의 기회였다. 야권은 이를 고리로 ‘심판론’을 확산시켰고,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여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천 파동’을 부각시키며 맞섰고, 양문석 김준혁 등의 후보의 불법대출, 막말 등 자격시비를 거론하며 선거막판 지지세를 끌어올리긴 했다. 또 이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겨냥한 ‘이·조 심판론’으로 맞섰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공천파동을 키우지 않고, 일부 후보들의 자격시비를 조기에 차단했다면, 개헌 가능선, 대통령 거부권 거부선인 200석을 훨씬 넘어선 완벽한 압승도 가능했다는 아쉬움이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오전 7시30분 현재) 민주당은 전체 254개 지역구 중 161곳에서 승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은 14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조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은 비례 12석 확보가 예상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역구 90곳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국민의힘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19석을 얻어 비례를 합쳐 109석이 예상된다.

정권 심판론의 핵심은 경제와 물가였다. 이어 황상무 전시민사회수석의 테러 위협 발언, 이종섭 전호주대사의 출국사태 등 일방적 국정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일·채소값 폭등세가 계속됐고, 국제유가마저 1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농산물 물가는 20.5% 상승해 전달(20.9%)에 이어 두 달 연속 20% 넘게 올랐다. 사과(88.2%)와 배(87.8%)는 각각 1980년 1월과 1975년 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정부는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을 무제한, 무기한으로 투입하고 지원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나섰지만 성난 민심은 가라앉을 줄 몰랐다. 상황 인식이 늦었고, 조치 또한 긴급하고 종합적인 모양새를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2년간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세계 주요 200여개국 중 최하위권으로 추락해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했다. 무역협회가 국제통화기금(IMF)자료를 인용한 국가별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누적 100억500만 달러(약 13조5267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IMF가 선정한 주요 208개국 중 172위다. 2022년에는 198위로 전년 대비 180계단 밀려났고, 상반기에는 200위까지 떨어졌다.

이재명 대표는 유세 현장에서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고 무역흑자 세계 5대 강국이던 대한민국이 1년 10개월도 안 되는 이 기간에 북한보다도 못한 무역수지 적자 국가로 전락했다”고 여러 차례 비판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은 물가로 고통받는 전국민들에게 큰 상실감을 안겼다. 하나로마트라는 준공영 유통마켓에서 억지로 가격을 할인하고 있는, 다분히 선거에 앞서 보여주기식 행사를 하는 과정에서 한 발언은 상황인식이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용산의 불통 행보가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원내 압도적 과반 정당이 됐지만 성공적인 결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명 체제의 민주당이 국민들의 마음을 끌어당겼다기 보다는 윤 정부 국정운영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야권을 앞세운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중반에서 이재명 체제의 민주당은 공천 파동으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과반을 잃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반대로 국힘당이 과반까지도 노리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같은 야권의 교착상태를 깨고 나온 것이 조국 대표의 조국혁신당이었다. 조국혁신당 돌풍이 정권 심판론에 ‘잉걸불’을 만들어냈다는 해석이다.

민주당이 ‘비명횡사’ 공천 논란으로 총선 초반에 고전하던 상황에서, 조국혁신당은 “3년은 너무 길다”를 구호로 윤 정권 조기 종식을 슬로건으로 내걸며 정권 심판론을 총선 중심 이슈로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국민들은 윤 정권 심판론에 동의하기 시작했고 조국 대표의 개인적 행보에 열광했다.

3월에 창당한 조국혁신당은 조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국민의힘 지지가 빠지고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올라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부산·울산·경남에서 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비례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율과 비슷한 경향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야권은 막판에 제기된 양문석 후보의 자녀 불법대출, 김준혁 후보의 김활란 총장 ‘성상납 발언’ 파문의 여파로 추가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는 실패했다. 당사지인 이들 두 후보는 지역구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됐지만, 부산·울산·경남지역 후보들의 지지율 상승세에는 악영향을 미쳤다.

민주당의 원외인사는 “이들에 대한 보수언론들의 집중 공세로 접전지에서는 유권자 표가 10%이상이 날아가버렸다”며 “공천을 제대로 했다면 200석은 쉽게 넘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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