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정신의학자 강웅구의 ‘마음의 길’]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정부 행정 대통령 선언 순간에 ‘중단불가’의 길 정부, 갖가지 비과학적 논리로 뒷받침 언론은 제대로 정책토론 없이 따라가 2020년대 민주국가에서 어찌 이런일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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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동해 유전 사태와 여러 달 전부터 우리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의료 개혁 사태 사이엔 공통점이 꽤 많다. 두 정책의 형성 과정을 분석해 보면 윤석열 정부가 밀고 나가는 정책의 특징이 무엇이고, 어떤 근거로 결정되고, 어떤 방식으로 합리화되는지를 알 수 있다.

대통령이 선언하면서 시작된다

문제의 발단은 대통령이 직접 “의료 개혁을 위해서는 의대생 2천명 증원이 필요하다”, “세계 최고의 기업이 동해에서 석유가 나온다고 했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런 사안은 사실에 대한 객관적 명제가 아니므로 옳은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향후 필요한 의사의 수요, 석유 매장 가능성이 높다고 정부에 보고한 기업의 신뢰성 등은 전문가들의 논의를 통해 평가되고 의견 수렴되어야 할 매우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다.

‘모든 것을 다 아는 대통령’이 선언할 문제는 아니다. 물론 대통령은 그런 내용의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겠지만, 손바닥에 王(왕)자를 새긴 대통령이 선언하는 순간 “이 사안은 검증이 필요하고 논란이 될 수도 있다”는 진짜 사실은 무의미해지고, 선언한 내용 자체가 확고한 사실이 되어 버린다. 왕의 힘은 모든 전문가들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는 막무가내로 뒷받침한다

대통령은 모든 것을 다 안다. 작년에 대통령이 입시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어떤 여당 인사와 정부 관료가 “대통령은 입시 전문가여서 내가 대통령에게 입시정책을 배운다”고 주장했던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 해프닝이지만 정부-여당 고위층의 정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아 안쓰럽다. (https://imnews.imbc.com/news/2023/politics/article/6497124_36119.html)

그렇다고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부가 ‘대통령이 말 한 것이므로 옳다’고 마냥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근거를 밝히라는 강력한 여론도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정부는 근거를 제시하는데,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닌 상식적 일반인이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의혹은 계속 제기되고 정부는 다시 근거를 공개하지만 앞서 한 이야기의 반복이다. 어쩌다 새로운 자료를 제시하는 경우에도 결론만 공개할 뿐, 과정과 근거에 대해서는 “결정자의 보호를 위해서”, “기업 비밀이어서” 등의 이유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정부가 공개한 자료니까 당연히 사실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 국민들이 그것을 믿어주리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자신의 옳음을 증명하라는 요구에 대해 “내 권위 때문에 옳다”고 대답하면서 ‘과학적’이라고 한다.

특정 학자의 보고서를 발췌해서 임의로 숫자를 꿰어 맞춘 흔적이 뚜렷한데도, 출판된 보고서에 근거했으니 ‘2천명’은 과학이라 복지부 관료가 주장한다. 기업주가 과거 업계 최고의 대기업에 근무했었다는 이유만으로, 실적이 하나도 없는 1인기업이 세계 최고라고 산업부 관료가 주장한다.

공통적인 점은 정부와 다른 견해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것으로 취급한다는 점이다. 증원된 학생을 교육할 자원이 부족하다는 의대 교수들의 주장은, 교육용 시신을 수입하겠다는 관료의 터무니없는 주장 앞에 무력해진다. 10여년간 탐사한 뒤 ‘가망이 없다’고 철수한 대규모 석유회사의 판단은 그 회사가 인수합병 때문에 유망한 광구 개발을 포기한 것이라는 관료의 뇌피셜에 무력화된다. 물론 이런 주장들을 뒷받침할 근거는 제시되지 않는다.

더 강력한 근거를 갖는 다른 견해들이 있음에도, 자기 견해에 조금의 근거만 댈 수 있으면 그것이 곧 ‘진실’이라 주장한다. 이것은 과학이 아니라 주술에 가까운 태도다. 주술도 믿게 만들 근거가 있어야 사람들이 믿게 된다. 정부는 주술에 가까운 일방적 주장을 과학이라 포장해서 국민들에게 유통시킨다.

포장이 너무 허접해서 안에 든 내용물의 부실함이 뻔히 보이지만, 같은 주장을 반복하다 보면 국민들이 세뇌되어 과학이라 믿게 되리라 기대하는 것 같다. 의료 개혁의 경우에는 의료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라는 분위기를 타고 이 세뇌가 성공한 듯 보이지만, 동해 유전의 경우 아직까지는 세뇌가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다.

반대되는 견해는 통제될 뿐이다

아무리 SNS와 유튜브의 영향이 크다지만, 지상파 방송만큼 국민 전체의 믿음에 영향을 미치는 매체는 없다. 국민들은 방송을 통해 정당한 정보를 얻을 수도, 세뇌될 수도 있다. 지상파에 보도된 것은 근거를 불문하고 사실이라 믿는 국민들도 많이 있다. 그래서 언론사 최고 책임자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임명되고, 방송통신위원회도 정부의 뜻을 집행하는 기관이 되었다.

이런 배경과 관계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두 사태와 관련되어 정부와 다른 견해는 언론에 자세히 보도되지 않는다. 정부의 주장만 거의 일방적으로 보도된다. 정부가 아무리 허접한 논리로 정책을 방어해도 다수의 언론사는 그 허접함을 스스로 파헤치지 않으며, 허접함을 지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잘 보도하지 않는다. 사안에 대한 “끝장토론”류의 프로그램은 기획되지 않는다. 언론의 불공정한 태도는 정부가 시도하는 세뇌가 국민들에게 잘 먹혀들어갈 기반이 된다.

일방적인 보도가 정부의 영향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영향력 높은 언론사의 수장을 정부의 뜻대로 바꾼 것을 보면 충분히 의심은 할 수 있다. 대학에 대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는, 의대 증원을 할 때 총장들에게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총장들은 속어로 “알아서 긴다” 식의 반응을 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말하는 자율성이 이런 것이다. 여기 비추어보면, 정부는 언론에 압력을 넣었더라도 자율성을 보장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반전이 필요한 때에 대통령 선언이 있었다

의대 증원 선언이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 소속당의 인기를 높이기 위한 시도였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바이다. 결과가 의도와 달리 나와서 여당 총선 참패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그래도 윤 대통령이 잘 했다는 몇 안되는 일 중 하나가 ‘의대 증원’임은 여론조사마다 나오고 있다. 물론 같은 여론조사에서 의대 증원은 대통령이 잘 못한 정책으로 꼽히기도 한다. 총선 후에도 정부는 의대 증원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갔지만 대통령 지지율은 오르지 않았다.

이 시점에 나온 동해 석유 선언은 지속적으로 바닥을 맴도는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민 누구나 희망을 갖게 만들 주제를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용보다는 발표 방식과 근거에 대해 강력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이번에도 지지율 제고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할 처지가 된 것 같다. 정치적 반전을 위한 야심작이면서 둘 다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공통점마저 갖게 되었는데, 정부의 정치적 센스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다.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 지지율 회복을 위해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이 선언했다는 ‘덫’에 이미 걸려버렸으므로 어쩔 수 없다.

반대의견을 제시하면 악인으로 매도된다

동해 석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야당 인사를 여당 인사들은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되어 국민이 행복해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매도한다. 의료 개혁의 무리함을 지적하는 의료계를 정부관료와 관변 시민단체들은 “의사가 돈을 많이 벌어서 의료 문제가 생겼다, 의사는 돈만 아는 악인”라 매도한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악인으로 몰아붙여서 국민들이 혐오하도록 하는 것이 포퓰리즘 정권의 특징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포퓰리스트 정권이 아무리 의료계를 맹폭하고 국민들이 의료계를 비난하더라도, 그렇다고 정부의 지지율이 오르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단순히 말하면 정치혐오지만, 국민들이 정부의 주장을 별로 믿지 않는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정부는 이 시점에 제3탄 대통령 선언으로 지지율 반등을 또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까지 두번의 계획이 모두 실패했음을 고려하면 적어도 이번에는 정직함과 투명함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임기가 끝난 뒤에야 결과가 나온다

이 점이 난제다. 국가의 장기적 계획은 특정 정권과 관계된 것이 아니다. 정책은 실제 그 분야를 담당하는 다양한 직역들이 논의해서 긴 안목으로 결정할 것이지 5년 임기인 대통령이 자기 업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석유 시추의 결과는 다음 정권에서 나오고 의대 증원의 결과는 다다음 정권이 되어야 어떤 식으로든 나올 것이다. 결과가 좋건 나쁘건, 윤 대통령이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오는 것임에도 대통령은 자기 개인의 업적으로 칭송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물론 지지율 측면에서 보면 의도는 실패한 것 같지만…

그보다 현실적인 문제는 이 정권이 저지른 것의 험난한 뒤치닥꺼리는 다음 정권이 맡아야 된다는 사실이다. 다섯 개의 시추공을 뚫고도 잘 안되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는 윤 대통령 정부와는 관계없는 문제다. 5년간 의대생을 증원하고 1만명의 잉여 의사가 양성되어 “부족분”이 채워진 뒤, 의대 정원을 어떻게 다시 조절할지도 오롯이 다음 정권에게 떠넘겨진 과제다.

5천명이 된 정원을 5년 뒤에 다시 3천명으로 줄여야 할 수도 있는데, 정원 감소 정책은 입시계와 학부모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그때의 정부는 지금 정부의 의대 정원 정책과 전혀 무관한 사람들로 구성될 것이고, 현 정부가 시행한 정책의 뒤처리만은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다. 문제를 만들어 놓은 윤 대통령과 친구들은 이 문제에 대해 전혀 책임질 일이 없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인 2022년 7월말 박순애 당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초등학생 입학연령을 만 5세로 한 살 낮추는 정책을 보고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 정책을 철회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인 2022년 7월말 박순애 당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초등학생 입학연령을 만 5세로 한 살 낮추는 정책을 보고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 정책을 철회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렇지 않은 정책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와 비교되는 정책들도 있다. 한때 떠들썩했던 만 5세 취학이나 해외 직구 제한은 여론이 나쁘자 곧 거두어들였다. 특히 만 5세 취학은 실행되었더라면 대혼란이 일어났을 정책이다. 이 정책들은 앞서 설명한 두 가지와 무엇이 달랐을까? 만 5세 취학은 교육부의 업무보고를 통해 드러난 정책이고 직구 제한은 정부 대변인의 정책 발표로서 알려진 것이었다. 즉 그 정책들은 대통령이 선언한 것이 아니었다.

정부의 기준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는 정책이 무리한 것임을 몰라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직접 선언한 것은 거두어들일 수 없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에 밀고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리한 정책이라는 여론이 일어났을 때 대통령실 대변인이 “대통령은 모르시는 일이었다. 이런 정책이 제안되었음을 알고 대통령은 격노하셨다”라는 발표를 할 수 있다면 정책은 안전하게 철회될 수 있다. 대통령 무오류(無誤謬) 법칙이 유지되고, 여론을 존중하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까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종합해 보면 이 정부의 국정 목표와 방침은 ‘대통령이 선언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구현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성서 창세기에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이 기록되어 있는데 2020년대 중반 대한민국에서는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회가 만들어져 가고 있다. 무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공화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글쓴이

강웅구 서울대 의대 교수

강웅구는 1988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수련을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뇌의 유전자 발현 이상 보다는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이라는 관점에서 정신질환을 이해하려 애쓰고 있다. 대표저서로 <정신병리학 – 정신병리의 개념적 접근>(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21)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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