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강산과 南 반구천 암각화, 인류의 유산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위원회 등재 확정 남북 대표 문화적 상징, 인류 자산으로

북한 조선중앙TV가 2023년 10월 24일 방영한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붉게 물든 금강산의 가을풍경. 사진=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가 2023년 10월 24일 방영한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붉게 물든 금강산의 가을풍경. 사진=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자연과 문화를 품은 한반도의 두 대표 유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영예를 동시에 안았다. 북한의 금강산과 한국 울산의 반구천 암각화가 12~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공식 등재되며, 남북을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이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금강산, 사계절 풍광과 불교 문화의 향연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이라는 동요처럼, 금강산은 예로부터 한민족이 가장 사랑한 산 중 하나로 꼽혀왔다. 백두대간을 따라 펼쳐지는 이 산은 강원도 회양군, 통천군, 고성군에 걸쳐 있으며, 해금강·내금강·외금강으로 나뉘며 총 1,638m 높이의 비로봉을 중심으로 수많은 계곡과 봉우리가 서로 얽혀 있다.

유네스코는 금강산을 ‘Mt. Kumgang – Diamond Mountain from the Sea’라는 명칭으로 등재하며, 다음과 같은 가치를 인정했다.

탁월한 자연경관: 사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아름다운 산세, 기암괴석, 폭포, 연못들이 만들어내는 절경

문화경관 개념의 복합 유산: 불교 사찰과 순례 전통이 자연 속에 녹아든 복합문화유산

예술적 영감의 원천: 이곡의 ‘동유기’, 율곡 이이의 ‘풍악행’, 겸재 정선의 국보 ‘금강전도’ 등 다양한 문학·미술 작품의 배경

특히 금강산은 예로부터 귀족과 사대부, 예술가들의 ‘그랜드 투어’ 같은 성지 순례지로 여겨졌으며, 민간신앙 속에서는 “죽기 전에 꼭 한번 올라야 하는 산”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영남대학교 박물관 소장의 ‘금강산사대찰전도’ 지도에는 장안사, 표훈사, 유점사 등 주요 사찰과 절경이 함께 그려져 있어, 금강산의 불교 유적과 경관이 얼마나 밀접하게 얽혀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북한의 '금강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자 북한 대표단 관계자들이 북한 인공기를 들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북한의 ‘금강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자 북한 대표단 관계자들이 북한 인공기를 들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 대표단은 등재 발표 이후 인공기를 조용히 펼쳐 보이며 “금강산의 세계유산 등재는 깊이 감사할 일이며, 향후 국제기구와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4년간 지연되었던 등재 신청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반구천 암각화, 6천 년 전 선사인들의 생생한 흔적

금강산과 함께 등재된 또 하나의 유산은 대한민국 울산의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다. 이 유산은 ‘국보 제285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국보 제147호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아우르는 복합유산으로, 한반도 선사 문화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1971년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는 태화강 상류의 지류인 반구천 절벽에 위치하며, 높이 약 4.5m, 너비 8m의 암면에 무려 312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 사냥의 묘사로 알려져 있으며, 어미·새끼 고래, 작살 맞은 고래, 잠수하는 고래 등 50여 마리가 묘사되어 있다. 마치 바다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으로 표현된 이 그림은 인류 초기의 생태 관찰력과 예술성을 드러낸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사진= 연합뉴스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사진= 연합뉴스

천전리 암각화는 그보다 앞선 1970년 발견되어 높이 약 2.7m, 너비 10m의 바위에 620여 점의 추상 문양과 명문(글귀)이 새겨져 있다. 특히 신라 법흥왕 시대(514~540년)로 추정되는 글귀가 남아 있어, 역사적 가치도 매우 높다. 반구천 암각화는 신석기부터 신라까지 약 6천 년에 걸친 예술적 표현과 문명 변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는 이 암각화 유산에 대해 “탁월한 관찰력과 창의성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선사인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걸작”이라며, 세계유산으로서의 독보적인 증거로 인정했다.

반구천 암각화는 아름다움만큼이나 보존의 긴 여정을 필요로 했다. 1965년 사연댐 건설 이후, 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암각화가 침수되어 훼손 위험에 놓이게 되었고, 최근 10년 동안에도 연평균 40일 이상 물에 잠겨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세계유산위원회는 등재를 결정하면서 한국 정부에 다음과 같은 권고를 내렸다:

-사연댐 공사의 진척 상황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정기적으로 보고

-반구천세계암각화센터의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운영 보장

-유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개발 계획 사전 공유 및 협의

현재 울산시는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을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며, 향후 유산의 가치 보존과 활용을 위해 지역사회와 국제기구 간 협력의 필요성도 함께 강조되고 있다.

이번 등재로 한국은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등 이후 총 17건의 세계유산(문화 15건, 자연 2건)을 보유하게 되었고, 북한은 금강산을 포함하여 총 3건의 세계유산과 5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갖게 되었다.

두 유산은 분단된 한반도에서 각각 다른 체제 아래 관리되고 있지만, 그 가치만큼은 국경을 넘어 인류 전체가 함께 지켜야 할 공동의 자산이다. 금강산의 경관이 인류의 영혼을 울린다면, 반구천 암각화는 인간의 창의성의 기원을 되새기게 한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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