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워너 인수: 플랫폼 제국주의의 탄생

문화권력 인수전을 보는 또다른 시선 서구, 亞 탈식민 문화주권 또 빼앗으려 넷플리스, 워너 인수로 플랫폼 제국化 한국은 인기 컨텐츠의 ‘생산기지’로 전락 정부, ‘공공 플랫폼’ 구축해 방어나서야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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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이 국가를 대체하는 시대

플랫폼이 세계 문화질서를 구성하는 방식은 이제 단순한 산업적 변화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사적 전환의 차원으로 확장됐다. 특히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를 인수하게 된다면, 이는 기존 국가 중심의 문화정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드러내며, 플랫폼이 새로운 형태의 주권적 장치로 기능하기 시작했음을 선언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플랫폼은 영토도, 국민도, 국경도 없다. 세계 어디서나 작동하고, 어디에도 책임지지 않으며, 알고리즘이라는 ‘은밀한’ 권력 기술을 통해 선택, 관심, 기억, 상상력 전체를 관리한다. 필자는 넷플릭스의 워너브라더스 인수를 단순한 기업 결합으로 이해하지 않고, 플랫폼 제국이 형성되는 역사적 순간으로 분석하려 한다. 특히 아시아, 그중에서도 한국이 이 변화 속에서 어떤 주변화와 새로운 가능성을 동시에 경험하는지를 ‘탈식민 이론’(정치적 독립 이후에도 잔존하는식민 지배의 영향과 서구중심적 사고방식을 해체하고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론-편집자주)의 관점에서 비판하려 한다. 또한 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아시아 정부가 어떤 새로운 문화주권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지도 탐구한다.

플랫폼 제국, 어떻게 탄생하나

플랫폼은 통신 인프라, 금융 인프라, 문화 인프라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권력으로 등장한지 이미 오래다. 과거 미디어 기업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배포하는 데 그쳤다면 플랫폼은 시청 행태와 감정 반응, 취향과 맥락까지 수집하고 분석하며, 이를 기반으로 다시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도록 유도한다. 플랫폼은 감시를 표방하지 않지만 감시를 수행하고, 지배를 드러내지 않지만 지배의 조건을 구성하며, 선택을 강제하지 않지만 선택의 조건을 설정한다. 이 구조는 전통적 권력과 다르게 은폐된 방식으로 작동하며, 개인은 자신의 선택이 스스로의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 믿지만 실은 플랫폼이 구성한 환경 안에서 결정된다.

넷플릭스는 이 구조를 가장 완성도 높게 구현한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전 세계 수천만 명의 시청 행태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고밀도 데이터로 가공하여 장르별 수익성, 인물 유형별 소비 가능성, 지역별 시청 패턴의 변동을 분석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다시 창작과정에 개입하여 이야기의 구성 방식, 인물의 윤곽, 장면의 배치 방식, 심지어 작품의 운명까지 결정한다. 이처럼 플랫폼은 창작이 이루어지기 전 단계에서 이미 창작의 구조를 설정하는 능력을 갖게 되고, 이 능력은 전통적 스튜디오가 지니지 못했던 감시적 권력으로 이어진다.

워너브라더스 인수와 ‘기억의 사유화’

워너브라더스는 단순한 영화 제작사가 아니라 세계 영화사의 창고이며 공공의 기억을 보존하는 기관이기도 했다. 이 스튜디오가 쌓아온 아카이브는 과거의 예술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공적 유산이었지만, 플랫폼이 지배하는 체제에서는 이 기억이 사유화되고 상품화된다. 플랫폼은 기억을 보존하는 대신, 기억을 필요할 때 호출하며 새로운 배치를 수행하고, 특정 기억을 강화하거나 비가시화한다. 이 구조는 기억의 민주적 성격을 훼손한다.

공공 기억은 사회적 논의와 학술적 연구, 시민적 교환을 통해 유지되어야 하지만, 플랫폼은 기억을 시장성, 시청지수, 광고효과, 알고리즘의 적합성이라는 기준 아래 재배치한다. 기억은 정치적 의미가 아니라 경제적 가치에 따라 재단되며, 그 결과로서 역사적 작품, 저항적 서사, 사회 비판적 영화는 플랫폼 내부에서 점차 자리를 잃어간다.

워너브라더스의 아카이브가 넷플릭스의 연산 체계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기억은 더 이상 공동재가 아니라 기업 자산이 되고, 기억을 접근하는 권리는 시민의 권리가 아니라 구독자의 권리로 축소된다.

데이터 식민주의:플랫폼이 아시아를 주변化

이제 데이터는 새로운 식민 자원이 되었다. 과거 식민제국은 영토와 노동력, 지하자원을 탈취했지만 플랫폼 제국은 인간의 시간을 탈취하고, 감정의 반응을 측정하며, 시선의 흐름을 기록하고, 상상력의 구조를 분석한다.

플랫폼은 사용자들의 삶을 데이터로 변환하고, 이 데이터를 다시 자본화하여 자신들의 지배 구조를 강화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 아시아는 새로운 주변부로 자리매김한다. 아시아 국가들은 풍부한 창작 자원과 활발한 제작 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플랫폼의 중심부에 접근할 권리는 제한된다. 플랫폼은 아시아 콘텐츠를 이국적·상품적·탈정치화된 형태로 재가공하여 세계에 배포하고, 이 과정에서 아시아의 역사적 경험과 정치적 맥락은 지워진다.

플랫폼은 아시아의 고유한 상상력을 반영하는 대신, 서구 중심의 이해 체계에 맞게 조정된 형태로만 유통을 허용한다. 이는 ‘탈식민 이론’이 오래전 경고했던 문화적 종속 구조를 최신 기술 구조 속에서 재현하는 것이다. 아시아의 문화 자원은 세계적 성공을 거두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플랫폼의 승인 없이는 가시성을 확보할 수 없는 조건에 놓여 있으며, 이 구조는 식민 근대가 보여주었던 중심과 주변의 위계를 본질적으로 반복한다.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한국은 넷플리스 제국의 주변부 생산기지로 전락하고 있다.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한국은 넷플리스 제국의 주변부 생산기지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가 처한 구조적 함정

한국 콘텐츠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와 영향력을 누리고 있지만, 이 성공은 플랫폼이 허용하는 가시성 구조 위에서 구축된 것이다. 플랫폼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스타일을 분석하고, 이 스타일에서 전 세계가 소비할 수 있는 특징만 추출하여 반복 가능한 공식으로 전환한다.

한국 콘텐츠의 서사는 점차 플랫폼이 요구하는 호환성 기준을 충족하도록 조정되며, 지역적 정치성이나 사회적 비판은 위험 요소로 간주되어 배제된다. 이는 창작의 자율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한국 콘텐츠가 가진 고유한 미학적·사회적 깊이를 축소한다. 플랫폼은 한국 콘텐츠를 일종의 브랜드처럼 취급하여 세계 시장에서 활용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은 플랫폼 중심부에 위치하지 못하고 주변부 생산기지로 남게 된다.

이 구조는 식민지 시대의 산업 구조와 유사한데, 중심부는 기획·수익·데이터를 독점하고 주변부는 노동과 생산을 담당한다. 즉,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 성공은 플랫폼의 종속적 성공에 가깝고, 이는 더 깊은 종속 구조를 만들어낸다.

노동의 탈인간화와 플랫폼의 생산체계

콘텐츠는 노동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지만 플랫폼은 노동을 비가시화한다. 제작 노동자는 플랫폼 경제 속에서 창조적 노동자가 아니라 프로세스를 유지하기 위한 부속품처럼 다뤄진다. 플랫폼은 노동자의 창의성을 축소하고 효율성과 속도만을 강조하며, 이 구조는 노동자의 권리를 약화시킨다.

한국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되어온 과도한 노동, 불안정 고용, 건강권 위협은 플랫폼 시대 들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노동자는 이제 작품을 만드는 주체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요구하는 흐름을 충족시키기 위한 기능적 요소로 축소된다. 이는 노동의 존엄성을 파괴할 뿐 아니라, 문화의 질적 기반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탈식민 관점: 플랫폼은 왜 새로운 제국인가

플랫폼은 군사력이나 국경이 없음에도 제국이다. 플랫폼은 선택의 조건을 통제함으로써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재구성하며, 기억을 관리함으로써 과거를 통치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미래의 가능성을 제한한다. 플랫폼은 민주주의가 보장한 공공적 공간을 잠식하며, 표현의 자유와 기억의 권리를 사유화된 서비스 내부로 편입한다. 이러한 구조는 과거 식민 제국이 수행해 온 정신적 지배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탈식민 이론은 제국주의가 단순히 군사력의 문제가 아니라 상상력과 기억의 구조를 지배하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플랫폼 제국주의는 이 지적을 완벽히 실현한다. 플랫폼은 한 국가의 시민을 넘어 전 세계의 개인을 대상으로 기억과 감각을 재편하며, 이 과정을 통해 문화적 종속 구조를 재생산한다.

넷플릭스는 지난 4년간 태국에 2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이를 통해 태국을 아시아의 새로운 콘텐츠 허브로 자리매김시킬 계획이다. 사진= www.nationthailand.com
넷플릭스는 지난 4년간 태국에 2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이를 통해 태국을 아시아의 새로운 콘텐츠 허브로 자리매김시킬 계획이다. 사진= www.nationthailand.com

한국과 아시아 정부의 대응: 새로운 문화주권 체계의 구축

한국과 아시아는 플랫폼 제국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산업정책의 범위를 넘어서는 새로운 문화주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개입해야 한다.

공공 플랫폼의 구축이 중요하다. 이는 단순한 기술 플랫폼이 아니라 공공의 기억, 공공의 데이터, 공공의 콘텐츠가 축적될 수 있는 문화적 플랫폼이어야 하며 플랫폼 기업의 사유화에 저항하는 공공성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공공 아카이브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모든 국가의 콘텐츠와 기록은 플랫폼이 아니라 국가와 시민의 공간에서 보존되어야 하며, 이는 기억의 민주성을 지키는 핵심적 장치이다. 아시아 문화권의 공동 배급망 구축이 필요하다. 플랫폼 중심부에 의존하지 않고도 아시아 내부에서 콘텐츠가 유통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지역 전체가 협력해야 한다. 제작 노동자 권리를 강화하는 법제도가 필요하다. 플랫폼은 자동화된 효율성 구조로 노동을 압박하지만, 정부는 노동의 인간적 조건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알고리즘 투명성 규제가 요구된다. 플랫폼이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추천하고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배제하는지 시민이 알 수 있어야 하며, 이는 민주주의적 통제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플랫폼 시대 문화주권, 개인과 국가의 미래 문제

넷플릭스의 워너브라더스 인수는 단순한 산업 재편이 아니라 세계 문화의 미래를 결정하는 사건이다. 이 사건은 플랫폼이 국가를 대신하여 기억을 통치하고, 상상력을 재편하며, 노동을 관리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린다.

한국과 아시아는 이 변화 앞에서 수동적으로 머물 수 없으며, 플랫폼에 종속된 주변부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주권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탈식민적 관점과 공공성 중심 전략을 결합한 장기적 문화정책이 요구된다. 문화는 상품이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를 구성하는 힘이며, 이 미래를 지키는 일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늦어질 수 있다.

글쓴이

박미숙 대중문화 독립연구가

박미숙은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대중문화를 연구했다. 영국에서 한류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공은 동아시아학이며 세부 전공은 한국학이었다. 현재 제주도에서 강아지 다섯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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