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기금전문운용사가 답이다
[김병철의 퇴직연금 되살리기] 퇴직연금 개혁법안의 핵심중 하나 연평균 5~7% 수익률 올리는 방법 장기투자시 원금손실 발생하지 않아 법률에 따라 수탁자 운용 책임 강제돼
퇴직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제도다. 그 운용 방식은 단순한 수익률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신뢰와 지속가능성에 직결된다.
최근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퇴직연금 개혁 법안은 이러한 운용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제안하고 있다. 이 법안은 퇴직연금기금 운용을 자본시장법 제8조 제4항에 근거한 ‘기금전문운용사’가 맡도록 하고 있다.
이번 글은 계약형 중심의 기존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방식과 기금전문운용사에 의한 기금형 운용의 차이를 살펴보고, 특히 기금전문운용사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기업 중심의 수탁법인 방식과 어떤 구조적 차이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계약형’ 운용 방식: 절대 안정 중심의 낮은 수익률
기존 법률에 따른 계약형 운용방식은 금융기관이 상품을 제시하면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하는 형태다. 지난 10년간 평균 수익률은 2.31%로,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는 실질적인 자산가치가 감소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보수적 운용 방식의 장점은 ‘절대적인 안전’에 있다. 지난 20년간 금융위기 속에서도 전체 가입자 관점에서 원금손실이 발생한 적이 없었던 것은 원리금보장형 상품 중심으로 운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가입자가 보수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아니며, 10% 정도의 가입자는 적극적 운용을 선택하여 높은 수익을 얻기도 했으나 심각한 손실을 경험한 사례도 존재한다.
‘기금형’ 운용 방식: 위험관리 중심의 중립적 수익률
개혁 법안은 가입자의 자금을 집합하여 기금전문운용사가 일임 운용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10년 기준 목표 수익률을 5~7%로 설정하며, 철저하게 위험을 관리한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한시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목표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 가입자에게 유리한 구조다.
다만, 3년 이내에 퇴직급여를 수령해야 하는 단기 가입자의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손익이 달라질 수 있다. 이들은 기존 계약형 방식의 퇴직연금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기금전문운용사, 왜 중요한가?
기금형 운용은 △장기 투자 △대규모 자금 운용을 통한 협상력 △전문가의 합리적 판단이라는 세 가지 본질을 갖춘다. 이 요소들이 충실히 작동한다면, 기존 방식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이자 투자의 상식이다.
그럼에도 기금형 운용이 수익률을 높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 우려는 과거 기업과 근로자 대표가 수탁법인을 구성하는 형태의 기금형 도입방식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탁법인은 기업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기 어렵고, 수탁자 책임이 충분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기업의 이익을 위한 운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 호주, 일본 등에서 이러한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반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규제와 감독을 받는 기금전문운용사는 구조적으로 기업 영향력에서 독립되어 있다. 집합투자업자로 등록된 기금전문운용사는 운용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법적으로 보장받는다. 자산배분과 운용방식은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하지만, 성과평가위원회와 위험관리위원회가 이를 견제하는 구조다. 법률에 부여한 수탁자 책임이 제도적으로 강제된다. 단순한 조직의 차이가 아니라, 운용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구조적 장치다.
기금전문운용사는 투자자 개인의 성향이나 자금소요기간, 기업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장기 수익률과 위험관리라는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운용 주체다. 퇴직연금 기금형 확대전환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같은 기금전문운용사 역할이 중요하다.
기금전문운용사, 위험하지 않을까?
기금전문운용사에 대한 가장 많은 우려가 다음과 같은 삼단논법이다.
①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시장 전반이 급격히 하락하고, 대부분 자산이 손실을 입는다.
② 이러한 상황에서 기금전문운용사라 하더라도 시장위험을 완전히 회피할 수 없다.
③ 이로 인해 퇴직연금 가입자 전체가 손실을 볼 수 있다.
기금전문운용사는 위험관리에 특화되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원리금보장상품이라 할지라도 100% 안전하지 않다. 금융기관도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위기 발생 전후의 대응이다.
기금전문운용사는 사전에 설정된 허용위험한도를 기준으로 자산을 운용하며, 위기가 발생하지 전부터 자산을 적절히 배분하여 손실이 최소화되도록 운용한다. 일시적인 충격을 피하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손실이 회복하고 목표 수익률을 달성한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선진국 주요 기금들이 손실을 회복하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 높은 평균수익률을 기록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기금전문운용사는 개인 운용이나 펀드운용과 달리 위험을 관리하고, 목표수익을 달성하기 위해 특화되었다.
기금전문운용사는 단기간 적립하는 가입자에게 적합하지 않다
금융위기가 발생했다고 해서 모든 가입자가 동시에 손실을 입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가입한 가입자들은 수익이 줄어들 뿐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최근에 가입한 일부 가입자만 일시적인 손실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 또한 지속적인 적립을 통해 회복된다.
퇴직연금 기금형은 본질적으로 ‘장기 적립’과 ‘장기 수령’을 전제로 한 제도다. 따라서 일시적인 시장 하락은 전체 수익률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금융위기 직후에 가입한 가입자라 하더라도 이후 수년간 기금에 지속적으로 적립하고, 장기적으로 운용된다면 초기 손실은 충분히 회복되고, 최종적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
기금전문운용사 중심의 구조가 답이다
퇴직연금 운용은 이제 단순한 안전 추구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금전문운용사를 통한 기금형 운용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의 수익률을 개선하고,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구조적인 장점을 갖는다.
특히 자본시장법에 따라 규제받는 기금전문운용사는 기업 중심의 수탁법인보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기금형을 도입하려는 목적과 본질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다.
기금형 운용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기금 구조를 도입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운용의 주체가 누구인지, 그 주체가 어떤 규제와 책임 구조 속에 있는지가 핵심이다. 기금전문운용사는 이에 대한 충분한 답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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