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상품 거버넌스 탓이다

구글 AI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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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버넌스 공백의 실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급격한 확산과 이후 강화된 규제 조치는 단순히 위험을 알리는 경고문만으로는 투자자 보호가 불가능하며, 상품 설계부터 사후 관리까지를 포괄하는 정교한 ‘금융상품 거버넌스’가 부재했음을 시사한다.
  • 실효성 있는 보호 체계 진정한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상품명과 매수 화면에서 실제 손실 사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수료증 발급 위주의 교육이 아닌 실제 상품 이해도를 검증하며, 적합성 판단 시 투자자의 성향과 매도 계획 등을 입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 책임지는 제도 설계 상품 출시가 끝이 아니라 상장 후에도 시장 영향을 모니터링하여 위험 징후 시 즉각 개입하는 ‘단계적 재심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위험을 서류에 적는 것에서 나아가 투자자가 위험을 실제로 이해하고 책임 있는 판단을 내리도록 돕는 것이 금융당국과 시장 주체들의 본질적 과제이다.

위험을 알렸다는 것과 상품을 제대로 관리했다는 것은 다르다

2026년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16개가 국내 시장에 상장됐다.

상장 당시 이 상품들의 시가총액은 4조 4000억 원이었다. 불과 50일이 지나지 않은 7월 15일에는 11조 9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하루 거래대금도 상장 첫날 10조 4000억 원에서 7월 15일 13조 원으로 늘었다.

같은 시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 변동성을 연율로 환산한 수치는 각각 113%와 96%에 달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두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5년말 34%에서 2026년 7월 15일 현재 52%로 커졌다.

7월 16일 정부는 급히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시장 안정 시까지 단일종목 관련 신규 상품의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기존 상품에 대한 광고와 이벤트성 마케팅도 금지하기로 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새로 사거나 추가로 매수하려면 국내외 상품 모두 현금 3000만 원을 계좌에 보유하도록 기본예탁금 기준을 높였다.

사전교육도 기존 두 시간에서 세 시간으로 늘리고, 실제 시장 상황과 손실 사례를 추가하기로 했다. 평가점수가 60점에 미달하면 해당 부분을 다시 학습해야 한다. 일정 수준의 손실이 발생하거나 장기간 상품을 보유한 투자자에게는 증권사가 위험을 자동으로 반복 안내하도록 할 예정이다. 매매단위도 한 좌에서 20좌로 높이기로 했다.

상장 근거를 마련한 지 석 달, 실제 거래를 시작한 지 50일 만의 급제동이다.

이 조치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금융당국이 위험을 전혀 몰랐다고 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당국은 도입 당시부터 이 상품이 일반 ETF보다 위험하다고 밝혔다.

추가 사전교육과 기본예탁금을 적용하고, ‘음의 복리’ 효과와 괴리율을 교육하며, 장기투자에 적합하지 않고 숙련된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공식적으로 경고했다.

문제는 위험을 알았느냐 몰랐느냐가 아니다.

위험을 알고 마련한 최초의 장치가 실제 시장에서 나타날 투자자 행동과 상품의 확산 속도를 충분히 제어하도록 설계되었느냐는 것이다.

경고는 있었지만 시장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최초의 제도에는 교육이 있었다. 예탁금도 있었다.

상품명에 단일종목과 레버리지라는 특성을 표시하도록 했고, 투자설명서와 상장심사에서 손실 가능성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상품 규모와 거래는 짧은 기간에 급격히 늘었다.

이 사실만으로 초기 제도가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상승,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기대와 시장 전체의 투자 열기가 함께 작용했기 때문이다. 해당 상품이 최근 주가 변동성을 얼마나 확대했는지도 거래자료를 이용한 별도의 실증 분석이 필요하다.

상품 거버넌스에 큰 공백이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최초의 보호장치만으로 충분했다면 당국이 50일 만에 신규 상장을 중단하고, 광고를 금지하며, 예탁금을 세 배로 올리고, 교육과 사후경고를 다시 강화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이번 조치는 당국 스스로도 기존 장치만으로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여기서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왜 허용했느냐”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복잡한 상품을 시장에 허용할 때 누가 무엇을 판단하고, 어떤 상황이 나타나면 다시 멈추도록 설계했는가.

이것이 상품 거버넌스다.

첫째, 경고문보다 실제 결과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

투자자는 ‘음의 복리 효과’, ‘일일 재설정’, ‘괴리율’ 같은 용어만으로 상품의 위험을 직시하기 어렵다. 매수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결과부터 보여줘야 한다.

“기초주식은 원래 가격으로 돌아왔지만 2배 상품은 손실이 났습니다.”

“기초주식이 상승하더라도 중간에 크게 흔들리면 2배 상품의 수익률은 단순히 두 배가 되지 않습니다.”

“상승 상품과 인버스 상품이 같은 기간에 모두 손실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이번 보완대책에서 실제 시장 상황과 손실 사례를 교육에 추가하기로 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별도의 교육화면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 상품을 검색하고 매수하는 순간에도 보여야 한다.

위험은 설명서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결정의 순간에 작동해야 한다.

둘째, 교육 이수보다 이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몇 시간 동안 교육을 틀어 놓았다는 사실만으로 투자자가 상품을 이해했다고 볼 수 없다. 투자자는 최소한 다음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 주가가 한 달 동안 10% 오르면 삼성전자 2배 상품도 반드시 20% 오르는가.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한 뒤 원래 가격으로 회복하면 2배 상품도 반드시 원금을 회복하는가.

좋은 기업을 장기 보유하는 것과 그 기업의 일일수익률 두 배 상품을 장기 보유하는 것은 같은 투자전략인가.

정답만 맞히는 것으로도 부족하다. 틀린 답을 고르면 왜 틀렸는지를 다시 학습하게 해야 한다.금융교육의 목적은 수료증을 발급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잘못된 상품 기대를 갖고 주문하는 것을 막는 데 있어야 한다.

셋째, ’누가 살 수 있는가’보다 ’누구에게 맞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현재의 기본예탁금은 투자자의 경제적 능력을 기준으로 진입을 제한한다. 그러나 현금 3000만원이 있다고 해서 상품 구조를 이해하거나 가격경로를 관리할 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투자목적과 사용방식이다.

매일 시장을 확인하고 단기적인 거래전략과 손실한도를 관리하는 투자자와 “삼성전자는 좋은 회사이니 오래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는 같은 공격투자형으로 분류되더라도 전혀 다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적합성을 판단할 때는 투자성향뿐 아니라 예상 보유기간, 시장 점검 능력, 매도계획과 상품 이해도를 함께 물어야 한다. 장기적인 자산형성을 원하는 투자자에게는 원칙적으로 맞지 않는 상품이라는 사실도 분명히 해야 한다.

투자자가 오해할 마케팅 문구 만들면 안돼

넷째, 상품명과 판매화면이 오해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투자자가 보는 것은 긴 투자설명서보다 상품명과 모바일 화면이다. ‘삼성전자 2배’, ‘SK하이닉스 2배’라는 표현은 쉽고 강하다. 반면 ‘일일수익률’, ‘경로 의존성’, ‘장기성과 불일치’는 작고 어렵다.

상품 이름과 주문화면에서 ‘일일’이라는 사실이 가장 먼저 보여야 한다.

“삼성전자 일일수익률 2배”라는 표현과 함께 다음 문장을 매수 버튼 가까이에 표시할 필요가 있다. “이 상품은 삼성전자의 장기수익률 두 배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증권사의 인기상품 순위, 단기수익률 순위와 이벤트성 마케팅도 상품의 사용목적을 왜곡할 수 있다. 이번에 광고와 이벤트를 즉시 금지한 것은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향후 허용 여부를 검토할 때에도 고위험 상품을 일반 소비상품처럼 경쟁적으로 판매해도 되는지 근본적으로 따져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은 단순한 주문 통로가 아니다. 무엇을 크게 보여주고 무엇을 작게 숨기는지가 투자자의 행동을 바꾸는 판매행위다.

다섯째, 제조사와 판매사의 책임을 분리해 기록해야 한다.

상품을 만든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는 상품구조를 가장 잘 아는 주체다. 제조사는 상품을 출시하기 전에 다음을 문서로 남겨야 한다.

어떤 투자자에게 필요한 상품인가

어떤 투자자에게는 부적합한가

변동성이 크게 상승하면 어떤 손실이 발생하는가

투자자가 상품을 장기 보유하면 어떤 결과가 예상되는가

상품 규모가 커질 때 기초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상장후에도 재심사해야 한다

판매사는 제조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서는 안 된다.

자사 고객의 특성에 비추어 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적절한지 별도의 상품선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고객이 스스로 모바일 앱에서 주문했다는 이유만으로 판매사의 책임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

미국 FINRA도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판매하거나 추천하는 회사가 상품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객별 적합성을 판단하며, 판매자료를 정확하고 균형 있게 작성하고, 이를 지키기 위한 감독절차를 문서화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투자설명서에 위험을 적어 놓았다는 사실만으로 부실한 판매설명이 치유되지 않는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다.

여섯째, 상장 후 자동으로 다시 심사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보여준 가장 큰 교훈은 상장심사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신상품은 예상과 다른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다. 단기 거래용으로 설계했지만 투자자들이 장기 보유할 수 있다. 숙련된 투자자가 주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반 투자자가 몰릴 수 있다. 상품 규모와 거래량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질 수도 있다.

따라서 사전에 재심사 기준을 정해 두어야 한다.

상품 규모가 일정 속도 이상 증가하는 경우

전체 ETF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경우

기초주식 대비 거래와 헤지 수요가 집중되는 경우

평균 보유기간이 상품의 설계목적보다 길어지는 경우

개인투자자 손실이 일정 수준을 넘는 경우

괴리율과 추적오차가 반복해서 확대되는 경우

이런 조건이 충족되면 교육 강화, 마케팅 제한, 예탁금 조정, 신규매수 제한과 상장 유지 여부를 단계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어떤 상품을 한번 허용했으니 계속 허용해야 한다는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 상황이 바뀌면 상품 거버넌스도 다시 작동해야 한다.

일곱째, 감독기관이 직접 투자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이번 보완대책은 교육과 플랫폼 안내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감독기관의 역할이 금융회사에 교육을 맡기고 준수 여부를 검사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SEC가 자국 투자자들에게 공식 경고문을 통해 실제 사례를 직접 보여준 것처럼, 우리 감독기관도 투자자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제 가격자료를 이용해 기초주식 수익률, 단순히 계산한 두 배 수익률과 실제 레버리지 상품 수익률을 나란히 공개할 수 있다. 어떤 시장에서는 레버리지 상품이 유리했고, 어떤 시장에서는 크게 뒤처졌는지도 보여줄 수 있다.

상품의 위험을 운용사 설명서에 맡기는 것과 국가 감독기관이 공식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감독기관의 설명은 시장의 공통 기준이 된다. 운용사와 증권사, 언론과 투자자 교육이 따라야 할 최소한의 언어를 만든다.

규제를 강화하면 투자자는 해외로 가지 않을까

진입요건을 강화하면 투자수요가 해외 상품이나 다른 레버리지 수단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국내에 허용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도 국내와 해외 상품 간 규제 비대칭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보호장치가 약한 해외 상품으로 투자자가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번 기본예탁금 강화도 국내 상품뿐 아니라 해외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함께 적용된다.

그러나 풍선효과가 우려된다고 해서 위험한 상품의 규제를 포기할 수는 없다.

필요한 것은 한 상품만 막는 규제가 아니라, 비슷한 위험을 가진 상품에는 비슷한 원칙을 적용하는 일관된 체계다.

투자자가 ETF에서 다른 고레버리지 수단으로 이동한다면, 상품 이름이 아니라 실제 레버리지 수준, 손실구조와 투자자 적합성을 기준으로 규제범위를 점검해야 한다.

규제 회피 가능성은 보호장치를 없애야 할 이유가 아니라 보호체계를 더 일관되게 만들어야 할 이유다.

책임은 투자자에게만 있지 않다

투자자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고위험 상품을 샀다면 손실 가능성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자기책임이라는 원칙이 다른 모든 책임을 지워주는 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상품을 만든 사람은 누구에게 적합한지 판단해야 한다. 판매한 사람은 고객의 목적과 상품의 목적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거래소는 상장 이후에도 상품이 시장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살펴야 한다. 감독당국은 정책목표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투자자 보호장치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전문가와 언론도 수익 가능성만 확대해 전달하지 말고, 일반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상품구조를 설명해야 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도입이 처음부터 잘못이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해외 상품과의 규제 형평성, 투자자의 선택권과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이라는 정책적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정책의 취지가 정당하다는 사실이 초기 설계의 모든 문제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상장 50일 만에 상품 규모가 크게 늘고, 당국이 신규 상장과 광고를 중단하며 투자조건을 대폭 강화해야 했다면, 이제는 어느 단계의 판단과 통제가 부족했는지 공개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위험을 적는 제도’에서 ‘책임을 남기는 제도’로

레버리지 ETF의 수학은 처음부터 공개되어 있었다. 하루 수익률의 두 배를 추구하며, 장기수익률의 두 배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도 상품이 우량주 장기투자의 대안처럼 받아들여졌다면, 문제는 설명서의 문장 수가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상품을 누구에게 팔 것인지 구분하고, 투자자가 무엇을 오해할지 예상하며, 판매 이후의 행동과 시장영향을 계속 살펴보는 구조가 충분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금융상품 거버넌스는 상품 출시를 허가하는 위원회 하나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제조사, 판매사, 거래소와 감독기관이 각자의 판단과 책임을 기록하고, 예상과 다른 상황이 발생하면 다시 멈추어 검토하는 전체 과정이다.

이번 보완조치는 필요한 대응이다. 그러나 진정한 개혁은 예탁금을 올리고 교육시간을 한 시간 늘리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누가 이 상품의 목표고객을 정했는가

누가 장기보유 투자자를 걸러냈는가

누가 상품의 급성장을 감시했는가

누가 투자자 손실과 시장영향을 평가했는가

그리고 어떤 숫자가 나타났을 때 누가 멈춤 버튼을 누르도록 되어 있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위험을 경고문에 적는 순간 책임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투자자가 그 위험을 실제로 이해하도록 만들고, 상품이 예상과 다르게 사용될 때 다시 개입하는 순간부터 책임은 시작된다.(끝)

글쓴이

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

김병철 대표는 과거 펀드평가사 (주)제로인을 이끌며 한국 자산운용 시장의 투명성을 높인 주역이다. 현재는 한국퇴직연금개발원을 통해 퇴직연금 제도의 구조적 개혁과 기금형 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 자문 및 입법 지원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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