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미국에선 어떨까
- 미국, 사례 중심의 경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금융산업규제협회(FINRA)는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장기 수익률의 단순 배수가 아니며, 기초지수가 상승해도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실제 사례를 통해 경고한다.
- ‘2배’ 상품명의 함정 투자자들은 상품명에 적힌 ‘2배’라는 문구만 보고 장기적으로도 수익이 두 배가 될 것이라 오해하기 쉽지만, 이는 일일 수익률을 추종하는 상품 특성 때문에 실제 시장 성과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위험한 착각이다.
- 감독 체계의 시사점 단순히 위험하다고 알리는 차원을 넘어, 기초자산이 올라도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주어 투자자가 직접 위험을 직시하게 만드는 미국식 감독 체계의 투자자 교육 방식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미국 증권감독기관이 투자자에게 보낸 공식 경고
미국의 증권시장 감독기관은 자국 투자자들에게 레버리지 ETF를 어떻게 설명할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투자자 교육 사이트인 Investor.gov에는 레버리지·인버스 ETF에 관한 공식 투자자 경고문이 올라와 있다. SEC의 투자자 보호 담당 부서와 미국 증권회사의 영업행위를 감독하는 자율규제기관 FINRA(Financial Industry Regulatory Authority, 금융산업규제협회)가 공동으로 작성한 문서다.
이것은 어느 자산운용회사가 자기 상품의 위험을 고지하기 위해 만든 설명서가 아니다. 언론사가 손실 사례를 찾아 쓴 기사도 아니다. 미국의 증권시장 감독체계가 레버리지 ETF를 잘못 이해할 수 있는 자국 투자자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경고하기 위해 발표한 공식 안내문이다.
그 경고문에는 쉽게 믿기 어려운 실제 사례가 등장한다. 다음은 그 내용이다.
약 4개월 동안 한 기초지수는 2% 상승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 지수의 일일수익률 두 배를 추구하는 ETF는 약 4% 올라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반대였다.
기초지수는 2% 올랐지만 2배 레버리지 ETF는 6%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초지수의 반대 방향을 두 배로 추종하는 인버스 레버리지 ETF는 무려 25% 하락했다.
지수는 올랐다. 상승에 투자한 상품은 떨어졌다. 하락에 투자한 상품은 더 크게 떨어졌다.
다른 사례는 더욱 충격적이다.
한 기초지수가 약 8% 상승하는 동안 그 지수의 일일수익률 세 배를 추구하는 ETF는 53% 하락했다. 지수 상승에 투자했는데도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같은 기간 반대 방향의 세 배를 추구하는 인버스 ETF는 약 90% 하락했다.
이 수치들은 가상의 극단적인 계산이 아니다. 미국 감독기관이 투자자들에게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위험을 설명하기 위해 공식 경고문에 제시한 실제 시장 사례다.
SEC는 대부분의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하루 단위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설계되며, 하루보다 긴 기간의 성과는 기초지수 성과의 단순한 배수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그 차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주식 투자자들이 마주한 사실
이 사례를 처음 읽었을 때 나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오랫동안 자산운용 성과와 위험을 평가했고, 레버리지 ETF가 위험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레버리지 상품이 매일의 수익률을 일정 배수로 추종한다는 개념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과 그 의미를 직시하는 것은 달랐다.
지수가 올랐는데 상승 레버리지 ETF가 하락할 수 있다는 사실.
상승 레버리지 상품과 인버스 레버리지 상품이 같은 기간에 모두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사실.
그 결과를 감독기관이 제시한 실제 숫자로 마주하고 나서야, 너무나 당연해 보였던 한 문장의 의미가 선명하게 다가왔다. 레버리지 ETF의 ‘2배’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장기수익률의 두 배가 아니다. SEC가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런데 투자자가 상품 이름에서 보는 것은 ‘일일수익률’보다 ‘2배’다.
‘삼성전자 2배’라는 이름을 보면 삼성전자가 10% 오를 때 자신은 20%를 벌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했다가 다시 회복하면 레버리지 상품도 더 빠르게 회복할 것처럼 느낀다.
‘SK하이닉스 2배’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가 좋은 기업이고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이 맞으면, 그 수익을 두 배로 얻을 수 있는 상품처럼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SEC가 보여준 결과는 이러한 상식적인 기대가 실제 시장에서 완전히 빗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초지수는 올랐는데 왜 상승 레버리지 ETF는 떨어졌을까.
상승에 투자한 상품과 하락에 투자한 상품은 어떻게 동시에 손실을 보았을까.
매일 정확히 두 배 또는 세 배로 움직이도록 만들어진 상품에서, 왜 몇 달 뒤에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을까.
나는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투자자가 얼마나 될지 궁금해졌다.
어디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우리나라에도 레버리지 ETF가 고위험 상품이라는 경고가 있다. 투자자 교육도 있고, 상품설명서와 예탁금 제도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투자자들에게 정말 이 질문을 던졌을까.
“이 상품은 위험합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기초주식이 올라도 이 상품은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라고 실제 숫자로 보여주는 것은 전혀 다르다.
위험을 적어 놓는 것과 위험을 직시하게 만드는 것도 다르다.
미국 감독기관의 공식 경고문이 인상적인 이유는 규정이 더 많아서만이 아니다. 감독기관이 투자자가 가장 쉽게 하는 착각을 정확히 찾아내고, 그 착각을 깨뜨리는 실제 사례로 설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지수는 2% 올랐는데 2배 ETF는 6% 떨어졌다. 지수는 8% 올랐는데 3배 ETF는 53% 떨어졌다.
이 결과를 보고도 궁금하지 않기는 어렵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다음 글에서는 복잡한 금융공식 대신 1만원짜리 주식과 간단한 덧셈·곱셈만으로 그 이유를 살펴보려 한다. ②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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