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둘러싼 동북아,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까?

[최수정의 유럽 외교전] ‘러시아 대사 인터뷰에 대한 반론’ 나토는 ‘동북아 질서 변화’ 어떻게 볼까 러우전쟁 최대 수혜국은 바로 ‘북한’ 중국, 러 종속시키고 북한 영향력 유지 러, 북한 버리고 남한 택할 수 없을 것

러시아 전승기념일 80주년 행사에 참석한 중국 시진핑 주석. 출처= www.dw.de
러시아 전승기념일 80주년 행사에 참석한 중국 시진핑 주석. 출처= www.dw.de
  • 이 글은 지난 7월 28일자, 문주용 <더칼럼니스트> 대표 겸 기자가 작성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 인터뷰 기사를 통해 한-러 관계 및 동북아 역학관계를 조명한 글에 대한 필자의 소견이다. 필자는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간 나토국방대학원(NATO Defense College)의 리서치펠로우로 근무하는 특별한 경험을 가졌다. 나토와 서유럽 국가들의 러-우 전쟁과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그들의 의도를 매우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이해하게 됐다. 이를 통해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에서의 한국의 역할에 대해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하는 기획의도에서 세 개의 칼럼을 연속하여 실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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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칼럼: 동북아,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나토 “러시아, 장기적인 서유럽 평화의 위협”

2025년 나토 정상회담이 지난 6월 25일, 32개 회원국의 전폭적인 지지아래 최종보고서를 채택하면서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지금까지 나토 분담금의 65%를 미국이 혼자 감당해 온 것은 매우 불합리하며, 미국외 회원국들의 보다 많은 책임공유가 필요하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었다. 따라서 올해 회담의 핵심은 회원국의 연간 국방비 지출을 GDP 5%로 상향시키는 것이었다. GDP 5% 국방예산에 대해 스페인 같은 나라는 난색을 표했으나, 결국 제안은 3.5%의 직접 군사비용과 1.5%의 군사활동분야 투자로 나눌 수 있는 유연한 접근을 통해 모든 회원국들의 동의를 받아 공식 승인되었다.

또한 이번 회의를 통해 더욱 명확해진 것은 ‘러시아에 대한 나토의 태도’이다. 러시아는 나토에 대한 장기적인 위협(long-term threat)을 지속적으로 보여 온 국가로 이에 대한 규정은 당분간 변함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서유럽의 나토와 러시아의 대치는, 인도태평양 국가들에게 어떤 의미와 영향을 주는가? 나토가 보는 동북아 질서에 대한 시각을 풀어본다.

중국, 러-우전쟁의 러시아 보급창고

나토를 포함한 서방이 보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역내 주요 역학관계의 핵심은 ‘미-중갈등’이다. 트럼프 행정부 1기(2017년 1월 20일-2021년 1월 20일)와 달리 러-우전쟁이 발발하고 이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중갈등은 역외지역의 세력갈등과도 연합적 성격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러-우전쟁이 길어지면서 러시아는 사실상 중국의 물자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나토는 러시아가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중국의 지원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CEPA.ORG(Center for European Policy Analysis.ORG)이 지난 6월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중국 경제의존도는 미국이 평가하고 있는 것보다 심화되고 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러시아 경제규모가 확실한 ‘중형국가’ 규모로 작아지면서 중국 경제에 심각하게 종속되는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CEPA는 평가했다. 이러한 평가는 2024년 이후 중국 투자자들이 서방의 제재를 우려하여 일부 투자를 재조정하고는 있으나 러시아의 전쟁수행을 여전히 가능하게 하는 생명줄이 중국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게 한다고 볼 수 있다.

중-러밀착, 대서양- 인도태평양 ‘반미연맹’ 강화

이러한 중-러 밀착은 미국과 나토의 인도태평양 전략 강화에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서양 지역 방어 개념의 확대다. 중국이 러시아에 직접적인 군사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할지라도 중국이 러시아의 경제를 지원하는 것은 러우- 종전을 원하는 측에게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 지난 5월 9일자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 전승기념 80주년 행사에 참석하여 미국과 서방의 “패권적 괘롭힘”에 맞서 러시아와 함께 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것을 단순한 외교적 제스쳐로 보아 넘기기에는 양국의 실질적 협력 심화와 함께 새로운 전선의 형성에 대한 당당한 포부를 밝힌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계속 전쟁을 지속해주는 것이 미국의 압박을 피할 수 있는 동시에, 러시아라는 시장을 독점하는 두가지 이득을 얻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협력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에 반해 미국은 빠른 시일 내 러우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협정을 맺는 것이 대중국 압박수위를 높일 수 있는 우선적 선택일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러시아의 전쟁 수행능력은 실질적으로 중국의 대러 경제적 지원없이는 불가능하다. 지난 2024년 4월 12일자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 무기생산에 시용되는 공작기계의 70% 이상과 전장용 전자장비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7월 7일자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보다 명확하게 확인해주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전투드론의 장비는 대부분 중국에서부터 들어오고 있다. 앞으로 북한이 드론 생산을 본격화한다면 그 주요 장비의 공급처는 중국이 될 것이다. 지난해 발틱해와 대만 수역에서 발생한 비정상적인 ‘해저케이블 절단 사고’에도 중국이 깊이 연계되어 있다는 점은, 중-러의 공동전선이 이미 굳어졌다고 보는 견해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즉, 신냉전은 이미 공식화되었다는 것이다.

러-우전쟁, 북-중-러 삼각편대의 완성 계기

오늘날 러-우전쟁을 기점으로 보다 명확해지는 신냉전체제에서 중-러의 밀착과 북-러의 밀착이 과연 북-중-러 삼각편대의 밀착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에는 나토의 관심도 집중되었다.

지난 2024년 6월 체결된 북-러 군사동맹조약은 1961년 체결되었던 북-소비에트 군사동맹의 부활이다. 북한이 러시아의 손을 잡고 지난해 10월 이후 1만 5천 명에 달하는 북한군 파병과 막대한 재래식 무기를 제공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의 숨통을 트이게 해주었다고 봐야 한다. 과거의 군사동맹과 달리 이번 군사파병의 효과는 양측에게 매우 실리적인 상호이익을 제공하였을 뿐 아니라 혈맹의 결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 문제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특히 남한을 위해 행동할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이것은 이미 문주용 기자의 주한 러시아 대사 면담에서도 드러나듯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뿐이지 러시아가 남한을 비우호국으로 보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북한은 러시아를 전쟁내내 전적으로 지지했으며, 군대까지 보내주는 혈맹의 관계를 형성한 것이다. 북러 군사동맹조약 제5조에 따라 러시아가 북한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남한과 러시아의 이익을 위해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2024년 6월 북러군사동맹조약의 부활, 출처= www.apnews.com
2024년 6월 북러군사동맹조약의 부활, 출처= www.apnews.com

이 문제에 대해서는 1961년 맺어진 북-소비에트 군사동맹이 존재하던 시절, 러시아가 남한과 교류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를 복기할 필요가 있다. 1994년 1월, 남한의 김영삼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보리스 엘친 러시아 대통령은 북-소비에트 군사동맹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왜? 러시아로서는 남한과의 경제협력이 너무나 절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러시아가 북한의 의사에 반하는 방향으로 남한과의 경제협력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과거의 상황과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한번 배신 당한 북한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두번 러시아가 자신의 등에 칼을 꽂는 짓을 보고 있을까? 러시아가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최우선 순위는 남한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것을 명확히 할 것이다. 쉽게 북한을 버리고 남한과 경제협력하는 것이 유혹적이기 되기 위해서는 러시아에 1991년 소비에트 공화국의 붕괴와 같은 극단적 상황이 벌어져야 한다는 점도 과거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이라고 봐야 한다.

북-중-러 동북아 삼각편대의 최대 수혜국은 ‘북한’

필자는 이와 관련해 2024년 북-러 군사동맹조약이 북한의 운명을 건 도박으로 평가한 적이 있다. 지난 2017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중국으로부터 원유와 식량을 전적으로 의존해 온 것을 북한이 중국을 버리고 러시아와 손잡는 것은 중국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025년 5월 20일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과 중국의 교역은 예상과 달리 여전히 공고하며, 2024년의 주춤했던 상황을 넘어 교역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국은 2024년 북-러 군사동맹 이후에도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북한 문제에 있어 강력한 지지자라는 지위가 흔들린 적이 업다.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의 “중국때리기”는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는데, 러시아는 값싼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줄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중국 압박을 분산시켜주는 가장 중요한 카드이다.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중국 입지를 몰아내기 위해 북한과 군사동맹을 맺었다고 결론내리기에는 지리적 한계도 명확한 만큼, 북-러의 밀착이 중국에게 어떠한 치명적 사태변화를 가져온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생명줄이 여전히 중국에게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동북아 의사결정력은 어느 때보다 독보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또한 북-러 군사협력을 통한 북한의 전쟁수행능력의 향상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에서의 북-중-러 삼각편대를 통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무력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중국에게 요청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건설적 역할에 대해 중국이 화답한 적이 있는가? 오히려 올해 5월 중-러가 입을 모아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주듯 대북제재 철폐만 주장하였지, 어느 정상도 비핵화를 최근에 언급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당분간 어떠한 큰 국제정세의 변화가 있지 않고서는, 중-러가 북한을 버리고 남한의 입장을 대변해 줄 일은 없을 것이다.

동북아에서는 이미 북-중-러 삼각동맹은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이들의 결속을 깰 수 있는 틈이 무엇일까?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생존식량을 보급받으며, 러시아로부터 현대전과 전자전에 필요한 기술 및 실전 경험을 축적하게 된다면, 북한에게 북미회담이 2019년처럼 과연 매력적일까? 더 나아가 남북 화해무드를 원할만큼 남한에게 얻고자 하는 것이 있을까?

북-중-러 삼각동맹이 북한의 생존을 보다 독립적으로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해 푸틴이 방북 전에 언급한 북한 핵에 대한 암묵적 승인과 유엔 안보리에서의 추가적인 북한 제재안 거부 등에서 나타나듯, 러시아는 공공연하게 유엔의 대북제재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지난 5월 중국 시진핑 주석이 모스크바 방문할 당시에 발표한 양국 공동성명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러시아와 중국은 공식적으로 북한의 대북제재 해제와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 노력을 주장했다.

러-우 전쟁의 장기화와 북-러 군사동맹의 재구축을 통한 열매로서 북-중-러 삼각동맹 강화의 최대 수혜국은 바로 북한이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과 러-우 전쟁을 거치면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러시아와 중국에게 어느 때보다 ‘상한가’다.

과거로의 회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러-우 전쟁 이전의 동북아 관계란 무엇인가? 한반도의 비핵화 노력이 위기에 있을 때,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한번도 북한과 공식적인 접촉을 하지 않았다. 미국은 지속적인 대중국 압박정책과 공급망 재편과 같은 자기 살 길을 찾기 위한 노력에 집중했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물밑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마치 민주주의 국가들과 아무런 장애가 없는 것처럼 천연가스를 서유럽에 팔면서 돈을 벌었고 G8(서방선진 7개국+1)에 초대되어야 할 나라인 것처럼 호명되기도 했다.

서유럽은 2020년 중국과 포괄적무역협정(Comprehensive Agreement on Investment, CAI)을 체결하는 등 중국이 서유럽의 경제위기를 타계해 줄 생명줄처럼 애지중지한 적이 있다. 그 당시는 경제가 국제정치질서를 선도하면서 이념적 논리보다 경제가 우선시되었던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음을 어느 곳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나? 동북아시아에서는 분명히 과거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북-중-러 삼각동맹이 권위주의 정권의 대표적 정치질서인 것처럼 판을 짜고 있다. 이들의 결속은 군사동맹조약으로 엮여 있다. 한반도 유사시 북한이 공격을 받을 경우 중국과 러시아는 즉각적으로 한반도에 군대를 투입할 수 있다. 북한이 공격받은 것처럼 꾸밀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북한의 현대전 능력과 하이브리드 공격 능력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남한의 수준을 따라오고 있다. 지금도 이들 한반도 북쪽지역의 군사동맹들에게 경제가 정치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가능할까?

상황이 바뀌었다는 점을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러시아도 중국도 북한이 “노”라고 하는데 대놓고 남한을 편드는 일은 아마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소비에트 공화국이 무너졌던 1991년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새롭게 구축되고 있는 신냉전체제는 당분간 동북아 정치지형을 구분하는 중요한 경계선이 될 것이다.

글쓴이

최수정 칼럼니스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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