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의 대행’은 없다!
[김종철의 시민을 위한 헌법이야기] 불순한 조어, ‘대행의 대행’ 대행이라는 공직은 없어 오로지 권한 혹은 직무를 대행할 뿐 권한대행의 제1책무는 헌법기관 정상화!
부총리 권한대행은 ‘대행의 대행’인가?
한덕수 국무총리의 위험한 도박은 비극으로 끝났다. 초유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로 역사에 그 오명을 확실히 남겼다. 애당초 민주공화국 헌법의 정신에 따라 권한대행의 직무에 충실하면 되었을 것을 왜 내란사태를 야기한 자들의 헌법적 궤변에 놀아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본인의 운명이야 얄궂은 것으로 치부하면 그만이지만, 또다시 불확실성의 희생자가 되어 노심초사해야 하는 국민은 도대체 무슨 죄인가!
여하튼 역시 사상초유로 부총리가 대통령의 권한대행이 되었다. 그런데 언론에서 사용하는 희한한 용어가 등장해서 헌정의 상황을 오판하는데 빌미가 되고 있다. 바로 ‘대행의 대행’이라는 조어(造語)이다. 유력 언론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일반 국민들도 쉽게 수긍하는 듯하다.
그러나 한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이 조어는 도무지 헌법에 맞지 않는 엉터리다. ‘대행의 대행’이라는 이 위험한 조어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주객이 전도된’ 궤변의 변이에 해당된다.
헌법상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제도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숙고도 없이 오로지 정략적인 저의만으로 ‘비정상의 상태’를 강조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다. 어떻게든 국회, 아니 야당의 탄핵소추 남발의 부정적 효과를 부각시키는데만 급급한 것이다. 정작 사태의 원인인 내란사태의 엄중함은 바람에 꽃잎 떨어지듯 오히려 일상적인 것으로 보면서 헌법을 무시하고 권한대행의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오히려 옹호하는,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된 궤변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다. 헌법적 해명을 통해 바로 잡아야 할 또 하나의 대상이다.
궤변일 뿐, 대행의 대행은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행의 대행’은 없다. 더더구나 ‘대행의 대행의 대행’이라는 너무 앞서가는 전망도 다 부질없다. 대행은 그냥 대행일 뿐이다! 왜냐하면 대행이라는 공직(officer)은 애당초 없기 때문이다. 권한대행이라는 직함은 공직이 아니라 대행의 지위를 맡을 수 있는 원래의 공직에 따라 부수하는 종속적 직무나 역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편의상 그 위상을 확인하기 위해서 대행이라고 부를 뿐이지 대행이 곧 공직이어서 대통령직을 승계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단지 대통령의 권한정지로 대통령직의 공백을 두는 것이 헌정에 중요한 예외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누가 그 공백을 메울 것인지를 정해둔 것이 권한대행제도이다.
대통령의 경우 권한대행제도를 도입한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해석에는 풍부한 법률지식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대통령이 궐위 또는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부터 우선 순위를 두어 “권한”을 “대행”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권한이 정지되었을 뿐 신분적으로는 존재하는 것이고, 그의 직무만 대행되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이 수행할 수 없는 “직무”와 대행되는 “권한”은 같은 것이다. 따라서 권한 대행은 직무를 대행하는 것이지,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공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현직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어 그 1순위 대행을 하던 국무총리가 탄핵소추 되었다면 2순위가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하는 것이지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를 대행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대행의 대행’은 없고 오로지 ‘대행’만 있을 뿐이다. 다만 그 승계순위가 두 번째였을 뿐인 것이다.
부총리 권한대행도 본질은 국무총리 권한대행과 같아
이 참에 대통령 권한 대행의 지위와 권한을 다시 한번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부총리가 ‘대행의 대행’이어서 ‘대행’인 국무총리보다 권한행사에 더 제약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애당초 ‘대행의 대행’이란 틀린 전제이기 때문에 이 논리의 근본이 잘못된 것임을 재론할 필요가 없다. 부총리도 대통령의 권한 혹은 직무의 대행이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속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대행의 문제가 아니라 국무총리가 헌법상 가지는 고유한 지위 때문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또한 국무총리의 탄핵소추는 대통령직 뿐만 아니라 국무총리직을 부총리가 맡게 된다는 점에서 특이점이 있다. ‘대행의 대행’이 아니라 ‘겹대행’ 혹은 ‘쌍대행’인 셈이지만, 이 란에서는 대통령의 대행에만 집중하자).
미국 대통령제와 달리 우리 헌법은 행정권을 대통령 1인에게 전속시키지 않고 대통령과 행정부의 결합조직인 정부에 행정권을 부여하는 한편 행정부를 구성하는 국무총리의 임명에 국회의 동의를 받게 한다. 따라서 국무총리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양대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와 대통령의 합의적 의사표시에 의해 임명되는 만큼 간접적이고 부분적인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다. 그러나 부총리는 국무총리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 만큼 국무총리에게 있는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다. 바로 이런 정치적 정당성의 부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때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는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거나 주권자인 국민의 여론을 충분히 살펴야 하는 부가적인 책임이 부총리가 권한을 대행할 때 강조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부가적인 책임은 애당초 국무총리에게도 기대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국무총리의 민주적 정당성이 간접적이고 부분적인 것에 불과하고, 특히 그 근거를 국회의 동의에 두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때 국회와의 관계에 관한한 그 신임이 철회되지 않도록 대통령보다는 더 신중할 필요가 있게 된다. 국무총리도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때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부총리의 경우 국무총리보다 더 정치적 정당성이 약하기 때문에 그런 조건을 국무총리보다 더 고려해야할 정치적 책임감이 필요하지만, 둘 다 대통령의 대행이라는 점에서 일상적인 국무의 처리에 집중하고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 국회와 국민의 의사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대행으로서의 근본적인 한계와 관련하여서는 동일한 것이다.

권한대행의 제1책무는 ‘헌법기관 정상화’
또한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위지침으로 삼아야 할 제1의 기준은 헌법이다. 헌법은 국가의 최고법으로 국가권력을 창설하고 그 행사의 절차와 요건 및 기준을 설정한다. 또한 헌법은 ‘모든 권력은 주권을 가지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 제2항)과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가 있다’(헌법 제10조 후문)는 국가의 존재이유와 그 실현의 기본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권력을 삼권으로 분립하는 한편 헌정위기를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여 헌법을 수호하기 위하여 위헌법률심판과 탄핵심판 등 헌법재판권을 행사하는 헌법재판소를 두었다. 모든 국가권력은 헌법수호의무를 지지만 대통령은 특별히 헌법에서 명문으로 이 의무를 개별적으로 다시금 확인받고 있으므로 그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나 부총리 등 공직자는 이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주요한 헌법수호의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구성에 흠결이 있다는 것은 하루 빨리 정상화되어야할 사안이다. 헌법수호기관을 정상적으로 구성할 책무는 특히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헌정위기 상황에서 최우선의 것이다. 정치적 유불리나 진영논리에 의해 좌우될 사안이 아니다.
특히 헌법재판소 구성에서 헌법이 이러한 정치적 교착상태를 고려하여 삼권에 분할하여 이루어지도록 결단하고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앞선 칼럼(헌법재판관 임명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에서 살핀 바와 같이 국회에서 선출한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은 형식적·의례적인 것으로 권한대행이라 하여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거나 정치적으로 협상할 대상이 아니다. 국회의 교섭단체에서 이 선출절차를 보이콧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논거의 헌법적 정당성이 없다면 이를 논쟁으로 보거나 협상으로 해결하라고 요구하면서 권한의 행사를 지체할 사안이 아니다.

국회와 헌재의 관계를 검사와 법원의 관계로 비유하는 궤변이 주장된다. 특히 그런 주장이 검사나 판사출신 정치인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나 나경원 의원에게서 나오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법률가의 자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법의 기본정신을 정면으로 오도하고 뻔뻔해지자고 선동하는 것은 도무지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도록 한 헌법(제46조 제1항)의 명령을 정면으로 어긴 것으로 국민대표로서의 기본자격이 없는 것이다.
이들의 궤변대로라면 윤석열 대통령이 실질적 임명권을 행사하여 이번 탄핵사건의 주심을 맡은 정형식 재판관은 제척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대법원장이 지명하여 윤석열 대통령이 형식적 임명권을 행사한 정정미, 김형두, 김복형 재판관도 이해충돌의 대상이 되고 만다. 정치적으로 야당과 뜻을 같이 하는 전임대통령이 임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도 제척대상이 된다. 6인 재판부가 아니라 아예 탄핵심판을 심판할 수 없게 되는 꼴이다.
‘이익충돌의 법리’라는 게 이런 상황을 예정하는 것인가? 더구나 그 수혜자가 내란혐의를 받고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특수상황에 일반론을 대입시켜 몰상식한 결론으로 막무가내로 ‘땡깡’을 부리는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애당초 이런 유의 인상론적인 이해관계를 해소하기 위하여 대통령 혼자서만 헌재를 구성하지 못하게 하고 삼권이 모두 관여하는 구성방법을 결단한 것이다. 또한 국회라는 대의기관이 소추권을 행사하는 것과 헌법기관 구성권을 행사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헌법상 권한이고, 양자를 결합하여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완전무결한 무결점 상태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법률가라면 모를 리가 없다. 굳이 법률가의 자격을 논할 것도 없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것을 헌법적 논쟁이 있다고 전제하고 여야가 협상하라고 요구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행태는 헌법적으로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다.
새로이 대통령 권한 대행의 중한 직무를 수행하게 된 최상목 부총리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고, 헌법대로 주어진 새로운 직무를 수행하면 된다. 오로지 헌법만 보고 간다면, 어처구니없는 내란사태로 불거진 헌정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내란사태로 어려워진 경제상황과 외교안보상황도 조기에 정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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