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 정부’여야 하나?

[김종철의 시민을 위한 헌법이야기] 내란 극복 대선의 화두, 헌정회복 헌정회복은 87년헌법의 혁신적 승계 의미 민주공화적 대통령제의 핵심은 ‘협치’ 다단계 협치의 관건은 숙의민주주의 제도화 국민주권 정부, 제2의 민주화 시작해야

4일 국회에서 열린 제 21대 대통령 취임시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4일 국회에서 열린 제 21대 대통령 취임시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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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극복 대선, 87년 헌정의 혁신적 승계로 이어져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로써 시대착오적인 12.3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민주공화제의 핵심 흠결이 6개월만에 치유되었다. 결국 이번 대선의 본질은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선포로 촉발된 헌정위기를 극복하고 헌정을 회복하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5천만 국민으로 구성된 민주공화국 헌정의 과제는 내란범의 파면과 새 대통령의 선출만으로 모두 해결되지 않는다. 새 대통령의 취임으로 최소 핵심 요소를 회복한 헌정을 국가의 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작동해야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서 새 정부의 현안들이 치열하게 숙의되고 시의적절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이 전방위적 복합 과제를 제대로 대응하기 위하여 먼저 해결되어야 할 선결적 전제는 내란사태로 근본부터 흔들린 헌정의 안정성과 생산성을 조화롭게 회복하는 것이다. 민주공화체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여 현안 과제들이 정당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고 공동체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헌정의 공준인 헌법을 무시하고 위반하여 헌정 위기가 초래되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헌법을 존중하는 자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동시에 헌정 위기의 반복을 막으면서 정치가 국가와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는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헌정 개혁도 병행해야 한다. 헌정 수호와 헌정 회복은 현행 87년 헌법의 단절 없는 계승이면서,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계승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대 과제 – 헌법에 의한 정치

윤석열 정부의 파탄 원인은 헌법을 무시하고 국가권력을 사유화하면서 독재를 추구하였기 때문이다. 흔히들 우리 헌법의 권력구조를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단정하고 그 때문에 윤석열의 내란이 촉발되었다는 전도된 사고를 한다. 윤석열은 헌법이 독재를 하는데 걸리적거리니까 내란을 시도한 것이고 내란을 실패하게 만든 것이 바로 헌법이라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87년 헌법은 혁신적으로 계승되어야지 폐기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우리 헌법의 권력구조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원칙적으로 극복한 민주공화적 대통령제다. 비상계엄도 대통령 마음대로 선포하고 집행할 수 없는데 어떻게 그게 제왕적 대통령제인가? 국회와의 협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이 거부권밖에 없어서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하는데 그게 어떻게 제왕적 대통령제인가? 오히려 헌법이 구축한 국회와의 협치를 전제로 하는 민주공화적 대통령제의 취지를 무시하고, 헌법에 어긋나게 국회를 무시하고, 공권력을 동원하여 반국가단체로 겁박하거나 대통령과 정부의 권한을 오남용한 것이 윤석열 정부의 실상이었고 또 내란사태의 본질이다.

결국 내란 극복의 과제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게도 최우선의 과제는 헌법상 권력구조의 명령인 협치를 준수하는 것이다. 헌정상 ‘협치’는 흔히들 오해하듯 ‘여야합의’를 의미하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협치는 한마디로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 원리 실현의 정치적 표현이다. 여야가 숙의하고 협의하는 절차를 최대한 존중하되 정책결정의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다수결 원칙도 무시하지 않는 공화적 정치의 방식이다.

민주공화 헌법이 명령하는 다단계 협치

민주공화국의 권력구조 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다단계 협치를 전제로 하며,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는 세계 어느 나라 헌정보다 이러한 협치의 실현을 위해 제도화되어 있다. 다만 헌법을 장식으로 치부하고 사실상의 철권통치가 헌정을 지배하던 시대의 관성이 남아 있어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비상계엄사태때도 대통령의 통치행위론이니 비상대권론이 버젓이 주장되었지만 우리 헌법은 6월 항쟁을 통해 그러한 대통령의 제왕적 지위를 박탈한 민주공화 헌법임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 헌법이 채택한 권력구조는 최소협치, 소협치, 중협치, 대협치의 복합구조를 추구한다. 우선 대통령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 국무총리를 임명하고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 보좌기관이자 행정각부의 장(부총리와 장관)을 임명하여 이들과 더불어 집단적으로 행정권을 행사한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위시한 내각이 숙의와 집행을 제대로 수행하는 단계가 최소협치이다. 주권자가 직선한 국민대표로 1인기관인 대통령 중심 정부의 기본단위가 최소협치의 단계이다. 위헌적 비상계엄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막무가내로 최소협치를 무시한 것이 ‘윤석열 정부’ 실패의 원인이다. 내각은 없고 대통령과 대통령의 비서들만 나댄 것이니 나라가 제대로 작동할 리 없었다. ‘이재명 정부’의 성패 또한 이 최소협치가 필수요소인 이유다.

다음은 소협치의 단계이다. 내각과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인 여당 사이의 협치이다. 당정관계는 협력관계이면서 국회와 정부라는 삼권분립의 외관을 가지는 헌정의 무게를 한치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대통령 중심의 정부가 소속정당의 의사결정구조와 연계를 맺어 ‘정당 정부’로 전환되는 단계가 소협치의 단계이다. 소협치의 전면적 붕괴가 윤석열 정부의 또 다른 패망 원인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힘 정부’로 기능하지 못한 것이 이 정부가 단명할 수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원인이다. 내부총질이라는 명분으로 당대표를 몰아내기를 반복하고 당정일체를 강조하며 여당을 대통령실의 출장소로 전락시킨 것이 비상계엄사태 이후에도 친윤파가 득세하여 정권재창출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된다. ‘이재명 정부’ 또한 ‘민주당 정부’로서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때 역시 윤석열 정부의 길을 걷게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 다음 단계는 중협치의 단계이다. 내각과 여당의 협치를 넘어 야당과도 현안에 대해 협의하고 숙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통령이나 여당의 국정 비전과 현안에 대한 관점과 입장이 다른 주권자 국민의 대변자가 야당이다. 야당과의 숙의 과정은 편향된 정책결정의 오류를 시정하고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조건이다. 그러나 정치는 없고 정쟁만 있는 대결적 정치문화는 중협치의 걸림돌이다. 야당을 반국가단체로 치부하고 야당대표를 범죄인으로 단정하여 기본적인 대화마저 거부한 것이 ‘윤석열-국민의힘 정부’의 과오였다. ‘이재명-민주당 정부’ 또한 선거 승리를 빌미로 야당을 제압의 대상으로만 치부할 때 헌정회복의 과제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는 그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협치의 마지막 단계이자 핵심적 단계는 대협치이다. 대협치는 주권자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정치이다. 대의민주제의 최대 장점이자 동시에 최대 약점은 정치과정의 노동분화가 초래하는 주인인 주권자와 심부름꾼인 대표사이의 불일치이다. 중우정치로 전락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으로부터 숙의에 의한 국정수행이 대의민주제의 조건이라면 국민을 수동화시키고 정치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민주주의의 결핍이 대의민주제의 구조적 약점이다.

대협치는 대의민주제의 장점을 살리면서 약점을 보완하는 핵심과정인데 우리 정치제도와 정치문화에서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이 한국형 민주공화제의 구조적 문제점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거대정당의 대결적 정치풍토와 국민의 정치참여를 억압하는 정당제도나 선거제도가 지배하는 조건에서 민주공화적 대통령제의 성패는 대협치를 잘 활용하여 대통령제 권력구조에서 만성화된 정치교착을 효과적으로 타개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념에 경도되고 국민의 현실적 민의를 외면하여 대협치를 거슬러 정치교착을 위헌적인 독재체제의 수립으로 대응하려 한 것이 그 실패의 궁극적 원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재명 정부’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반통령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대통령으로 여야정은 물론 국민의 민의까지 아우를 수 있는 대협치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실패한 대통령으로 언제든지 전락할 수 있음을 새기고 또 새겨야 한다.

국민주권 정부는 주권자 국민이 진정한 국정의 중심이 되는 정부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다. 사진= 연합뉴스
국민주권 정부는 주권자 국민이 진정한 국정의 중심이 되는 정부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다. 사진= 연합뉴스

국민주권 정부는 ‘숙의민주주의 제도화’가 관건

결론적으로 새로 출범하는 이재명 정부의 성패는 헌법대로 다단계 협치를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다. 그 관건은 국민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하는 대협치의 성공여부에 달려있다. 다행히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차기 정부의 별칭으로 ‘국민주권 정부’를 표방한 바 있다. 국민주권 정부는 그동안 소홀히 되었던 주권자 국민을 진정한 국정의 중심으로 소환하는 정부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국민주권 정부다.

또한 국민주권 정부는 주권자가 대통령이든, 정부든, 국회든 제대로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할 때 직접 나서서 문제해결의 물꼬를 트는 기회를 가지는 숙의민주주의 정부다.

우리 대한국민은 이번 ‘빛의 혁명’의 과정까지 근현대사의 주요 고비마다 광장에서의 직접 행동으로 진짜 민주공화제를 만들어내고 또 지켜내었다. 그들이 언제나 광장에만 머물러야 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내란사태까지 초래한 현행 민주헌정의 장점을 승계하면서 그 부분적 문제를 발전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주권자이자 헌법제정권력자인 국민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될 필요가 있다.

내란으로 확인된 사회대개혁의 과제가 우리 앞에 주어져 있다. 우리 모두가 공존·공생·공영하는 우리들의 민주공화국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해 헌법개혁, 입법개혁, 정부개혁, 사법개혁 등 전방위적 개혁, 즉 제2의 민주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제2의 민주화는 국민대표들은 물론 주권자 국민들이 함께 나서서 국민대표들의 한계를 교정하고 진정한 주권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헌법개혁을 비롯한 다양한 단계에서 시민의회나 시민배심제를 통해 정치교착을 해소하면서도 국가미래를 안정적으로 설계하고 추진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헌정수호와 헌법회복의 과제를 스스로가 천명한 국민주권 정부의 제도화를 통해 성공한 대통령의 성취를 역사에 남길 수 있기를 고대한다.

글쓴이

김종철 연세대 법전원 교수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대 공법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LSE) 대학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공법학회 회장,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민주공화국의 기본정신에 기초한 시민헌법교육과 정치개혁 및 사법개혁에 기여하는 것을 헌법학자로서의 소명으로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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