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딸을 트렌스젠더와 시합시키겠습니까

[정규수의 스포츠 깊게 바라보기] 2024년 미대선의 결전 ‘스포츠 무대’ PC주의에 반발한 딸을 둔 美 엄마들 올바름은 좋으나, 내 희생은 안된다? 정책 대상자 먼저 생각하는 정치를

지난 11월 2일 미 버지니아주 세일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는 한 연설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운동선수가 여성 스포츠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2일 미 버지니아주 세일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는 한 연설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운동선수가 여성 스포츠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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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승리한 ‘스포츠 논쟁’

2024년 미국 대선의 결과는 트럼프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나버렸다. 매운맛 접전일 거라는 모두의 예상은 빗나갔다. 민주당과 해리스의 선거 전략은 자신들의 도덕적 우위를 강조하고 도널드 트럼프의 비윤리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이었지만 카멀라 해리스는 완패했다. 해리스의 패착 중 하나가 PC라고 한다. Political Correctness, 번역해서 정치적 올바름의 줄임말, PC이다.

위키피디아는 PC주의는 인종, 민족, 성별, 성 정체성, 성적 지향성, 장애, 외모 등으로 특정 집단을 배제하거나 공격하는 언어 및 행동을 피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 및 선입견을 없애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공존하는 미국에서 PC주의는 중요하고 민감한 ‘시대 정신’이다. 오죽하면 디즈니에서 2023년 야심차게 발표한 인어공주의 주인공을 흑인 여배우로 캐스팅했고, 영화에서 인어공주는 드래그 머리를 하고 있지 않은가. 대중 문화뿐만 아니라 미국의 많은 기업들은 다양성 및 포용성 활동을 총괄하는 ‘다양성 최고 경영자’를 두고 있을 정도니, ‘시대 정신’이라는 판단이 무리는 아니다.

4년전인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첫 날에 개인의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성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고 직장 내에서도 이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행정명령의 첫째 조항은 연방정부 보조금을 받는 교육 기관은 여자 정체성을 가진 남자 학생들의 여자 스포츠 경기 출전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새 정부 첫 날 일성이 이러한 행정명령이었으니 바이든의 전반적 정책 기조가 PC주의였음을 잘 보여준다.

트랜스젠더 선수 여성 스포츠 참가는 LGBTQ(Lesbian여성 동성애자, Gay남성 동성애자, Bisexual양성애자, Transgender성전환자, Queer성 소수자 전반, 혹은 Questioning성 정체성에 관해 갈등하는 사람-편집자주) 집단의 환영을 받았지만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스포츠 경기에서 여자 선수보다 신체적으로 더 유리한지에 관한 논쟁은 아직까지도 갑론을박이 진행중이다.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남성 염색체인 XY를 가지고 사춘기를 보냈으면 골격 크기와 근육량의 관점에서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다시 말해,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호르몬 치료를 통해 혈액 속 남성 호르몬은 낮게 유지할 수 있지만 이미 그들은 남성의 근육량과 골격을 지니고 있다.

아직까지 과학적 결론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스포츠마다 골격 및 근육의 사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트랜스젠더 선수 자격을 천편일률적인 호르몬 수치로 적용한 행정명령은 대중적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정치적 올바름 PC주의'에 반발한 미국의 일부 엄마들.
‘정치적 올바름 PC주의’에 반발한 미국의 일부 엄마들.

딸을 둔 엄마들을 역차별한 ‘PC주의’

미국이 스포츠 강국으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여자 아동 및 청소년들의 스포츠 활동이 많기 때문이다. 딸의 스포츠 경기를 응원하면서 경기장에서 다른 부모들과 어울리는 건 지극히 평범한 미국 가정의 문화이다. 이는 미국인들의 스포츠 애정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타이틀 나인’이라는 미국 교육법의 역할이 크다.

1972년 제정된 교육 개정법인 ‘타이틀 나인’은 연방정부 보조를 받는 학교나 교육 프로그램에서 성별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학교 스포츠에서는 남자, 여자 학생들의 스포츠 활동이 똑같을 수 있도록 자원과 예산의 집행을 강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학생 운동 선수들이 받는 장학금은 남자와 여자의 스포츠 참여율을 고려하여 같은 장학금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동일 스포츠의 경우 남자 선수가 받는 스포츠 장비와 시설을 여자 선수들도 똑같이 받아야만 한다.

이렇듯 제도적으로 여성의 스포츠가 보장되는 미국에서 바이든의 행정명령은 여자들의 스포츠 기회에 대한 공정성 논쟁을 유발시켰다. 많은 미국 부모들이 트랜스젠더 집단을 위한 보호정책이 자신들의 딸에 대한 역차별로 작용하는 것에 분노했던 것이다.

이는 미국 갤럽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는데, 트랜스젠더 선수는 같은 생물학적 성별의 선수들과 경기를 해야한다는 응답자는 2021년 62%에서 2023년 69%로 7%포인트(P) 증가했다. 또한 트랜스젠더 선수는 성 정체성이 같은 선수들과 경기를 해야한다는 응답자는 2021년 34%에서 2023년 26%로 8%P 감소했다. 즉 행정명령이 발행된 2021년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여자 스포츠 참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했던 것이다.

관련해서 2024년 1월 시카고 대학은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 지역인 캘리포니아 거주 성인, 캘리포니아를 제외한 미국 전체 성인, 그리고 LGBTQ 성인들에게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자 스포츠 참여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미국 전체 응답자의 69%가, 캘리포니아 거주 응답자는 65%가 반대했다. LGBTQ 응답자는 38%가 반대를 표했다.

누가 희생자가 되고 싶을까

PC주의가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에 참여하며 스포츠의 다양한 순기능을 체감했던 미국인들에게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여자 경기에서 우승하는 모습은 자신들의 세계관에 엄청난 도전이었다. 열심히 노력하면 가능하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믿는 많은 미국인들에게 자신의 딸에 대한 역차별은 분노와 근심을 유발시켰다. 적지 않은 LGBTQ사람들도 반대했다. 즉 정치가 일상 생활의 영역을 침범한 것에 대한 감정적 불편함과 피해의식이 발동한 것이었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올바르더라도 그 누가 희생자가 되고 싶겠는가?

트럼프는 선거 운동에 이를 적극 활용하였다. 트랜스젠더 선수에 관한 트럼프의 메시지 “Keep Men Out Of Women’s Sport! (여자 스포츠에서 남자를 빼버리자!)”는 간결하면서도 강력했다. 트럼프 캠페인은 트랜스젠더 성전환 의료 서비스 지원을 강조했던 해리스를 비판하는 광고에만 1700만 달러를 썼다. 이 광고는 부동층이 많은 스윙 보터 지역인 조지아, 미시건, 네바다, 펜실베니아, 노스 캐롤라이나, 위스콘신, 아리조나에서만 3만번 이상 노출되었는데, 스포츠 이슈에 민감한 프로미식축구와 대학미식축구 시청자들을 주요 타켓으로 대선 선거일 바로 전 주말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주말에 스윙 보터 지역 대부분에서 미식축구팀들의 홈경기가 있었다. 이러한 스포츠 경기들은 트랜스젠더 선수와 해리스를 비판하는 트럼프의 광고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언론들은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경제나 민생 메세지가 유권자들에게 더욱 효과적일 거라며 트럼프 캠페인을 조롱했다. 결과론적이지만 모든 스윙 보터 지역에서 트럼프가 이긴 것에 이 광고들의 효과가 전혀 없었을까?

비록 정치엔 과문하지만 필자가 답하자면 트럼프의 “여자 스포츠에서 남자를 빼버리자!”라는 메세지는 스포츠에 대한 미국인들의 보편적 정서와 잘 부합하면서도 미국인들의 피해의식을 자극하는 트럼프의 “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로도 이어진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을 외치는 해리스보다는 자신들의 속마음을 속시원히 말해주는 트럼프가 끌렸던 것이다.

칼리프와 나화란

<더 칼럼니스트>의 독자들은 지난 여름 파리 올림픽에서 알제리 복싱 선수 이마네 칼리프를 기억하실 것이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칼리프는 여자 복싱 66㎏ 16강전에서 이탈리아의 안젤라 카리니와 붙었다. 카리니는 칼리프의 펀치 2방을 맞고 경기 시작 46초만에 기권했다. 경기 후 울면서 인터뷰를 한 카리니는 “칼리프의 펀치는 지금까지 경험했던 펀치보다 훨씬 강했으며 나의 코뼈가 골절됐는지 두려웠다”라고 말했다.

이 인터뷰는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자 경기 출전에 대한 공정성 이슈를 전세계적으로 불러일으켰다. 이후 칼리프는 3경기 연속 심판 전원 판정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칼리프는 인터뷰에서 “너무 행복하다. 나는 8년동안 잠도 안 자고 피곤한 채로 열심히 노력했다. 드디어 올림픽 챔피언이자 골드 메달리스트가 되었다”라고 말하며 스스로의 노력으로 얻은 성취에 당당했다.

국내 최초 성전환 사이클 선수 나화린. 사진= 연합뉴스
국내 최초 성전환 사이클 선수 나화린. 사진= 연합뉴스

한국의 트랜스젠더 싸이클 선수 나화린씨는 우리에게 또 다른 생각할 거리를 준다. 나 선수는 2023년 강원도민체육대회 여자 일반부 싸이클에 출전해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했다. 출발부터 선두였던 나 선수는 경기 내내 선두를 유지하면서 결승점도 여유롭게 통과했었다. 나 선수는 인터뷰에서 여자 경기에서 우승한 트랜스젠더인 스스로가 논란이 되길 원했다며 출전 소회를 밝혔다. 더불어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본 다른 여성 선수들에게 사과의 뜻도 전했다.

나 선수는 주민번호와 이름 확인만으로 대회 출전을 했고 대회측에서도 자신의 성전환 사실을 인지했지만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고 했다. 나 선수는 성전환 이전에도 강원도민체육대회 남자부 싸이클에 출전해서 4관왕을 차지한 적이 있었다. 180㎝에 72㎏의 나 선수는 골격근양이 32㎏정도로 여성의 평균보다 10㎏을 상회한다.

나 선수는 방송 출연을 통해 자신의 신체 조건이 여성보다 싸이클에 더 유리한 것을 알고 있다라며 자신이 여성들과 경쟁하는 것은 여성들에게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 선수는 “자신과 같은 트랜스젠더들도 스포츠 대회에서 공정하게 기량을 겨루고 싶고 이를 위해서 스포츠 대회에서 남성/여성부 이외에 트랜스젠더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했다. 나 선수는 차별이 아닌 구별을 요청했던 것이다.

트렌스젠더부를 만들어야 할까

필자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PC주의의 상징적 정책이었던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여자 스포츠 참여가 민주당 해리스 후보의 급진적 진보 이미지와 맞서는 모습을 연출한 트럼트의 선거 전략을 관심있게 지켜봤다. 한편 트랜스젠더 나화린 선수가 스스로를 공론화시키면서까지 ‘스포츠 트랜스젠더부’의 신설을 요청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 울림을 준다.

섞여있는 퍼즐 조각들을 잘 맞추면 멋진 그림이 만들어지듯이 어떤 현상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잘 이어야 함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PC주의 같은 정치적 명제가 아닌 트랜스젠더 선수들과 스포츠를 하는 여성들의 관점을 우선 이해할 것을 제안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글쓴이

정규수 미 케네쎄대 스포츠경영학 교수

정규수 교수는 현재 미국 케네써 주립대학교 스포츠 경영학과에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 졸업 후 미국 센트럴 미시건대학교에서 스포츠 행정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텍사스(어스틴) 대학교에서 스포츠 경영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한인 이민자들의 스포츠 활동을 주로 연구하며 미국 및 한국에서 일어나는 스포츠 현상들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을 통해 경영관리적인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노력한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시안계 운동선수들을 바라보는 미국 주류 사회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중이다. 학술 활동 이외에도 미주 한인 동포 사회를 위한 한인 스포츠 단체들의 활동에도 적극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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