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만 봐?” 난 ‘하루 종일’ 놀러 간다!
[정규수의 스포츠 깊게 바라보기]
- “거기 가서 뭐 하고 놀까?” 돔구장을 단순히 경기만 보는 장소가 아니라,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밥 먹고, 쇼핑하고, 잠까지 자는 일상의 ‘놀이터’로 바라봐야 한다.
- 경기 4시간 전의 설렘 줄 서서 입장하고 끝나자마자 쫓기듯 나가는 구장이 아닌, 경기 4시간 전부터 미리 도착해 축제를 즐기는 ‘체험의 공간’이 시민에겐 필요하다. 경기 끝나고 뭘 할까 하는 생각도 하고. 미 애틀란트 브레이브스의 ‘더 배터리’가 보여준다.
- 우리가 누릴 진짜 혜택 ‘몇 명 들어가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야구가 없는 날에도 내 집 앞 공원처럼 365일 활기차게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생태계’의 조성이다. K-팝 공연 유치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까.
전국 9곳 돔구장 건설 공약인데...
대한민국이 6월 동시 지방선거로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도 초대형 공공 시설물 건립 공약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여당, 야당 통틀어 광역 및 기초 지자체를 포함해서 총 9곳에서 돔구장 공약을 발표했다.
프로야구 인기와 K-팝 위상이 높아지면서 돔구장 활용을 통한 지역 경제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정치인들의 약속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서울 ‘고척 스카이돔’이 유일한 돔구장이다. 올해가 마지막인 잠실 야구장은 2032년 새로운 돔구장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인천 청라 돔구장이 현재 건설중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경험 경제’의 규모나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 서울 및 수도권 외 지역에서 돔구장 건설의 당위적 가치는 차고도 넘친다. 더욱이 변화하는 기후 환경 적응성 측면에서 돔구장의 가치는 더욱 높다.
수용 규모가 가장 중요한 기준일까
필자는 돔구장 건설에 찬성한다. 하지만 돔구장과 관련한 대부분 논의가 수요-공급의 1차원적 관점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근 새로 지어질 잠실 돔구장 수용 인원이 예상보다 적은 3만 명으로 발표되어 적잖은 논란이 있었다. 3만 명은 한국 프로야구 구장 중 가장 큰 규모일 것이다.
하지만 잠실을 쓰고 있는 LG와 두산의 지난 시즌 좌석 점유율이 각각 90%와 82%였다는 점과 2024년 1000만 관중 돌파 후 2025년 1200만 관중마저 넘어선 한국 프로야구 내수 시장에 비해 3만명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욱이 일본의 도쿄돔이 4만 3500명 규모라는 것도 국제도시 서울의 위상과 어울리지 않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고척 스카이돔은 단일 공공시설로, 주변 상권과 완전히 단절된 ‘섬’ 같은 구조다. 경기나 공연이 없으면 유동 인구가 급감하는 전형적인 실패 사례다.
또 인천 청라 돔구장은 상업시설(스타필드)과 결합해 그나마 ‘복합용도’에 가장 가깝지만, 민간 자본 주도로 ‘공공성’보다는 ‘쇼핑몰 수익’에 치중될 우려가 크다.
잠실 신축 돔 구장은 스포츠·전시 컨벤션(MICE) 복합 공간 조성 사업의 일환이다. MICE란 회의, 비즈니스 출장, 컨퍼런스, 전시회 등 사람을 모아 경제 효과를 창출하는 이벤트 및 행사 산업을 칭하는 용어이다.
MICE는 K팝 공연, 국제 전시회, 스포츠 대회 등 대형 이벤트 유치를 통한 대관료, 참가비, 관광 수입 등에 더해서 도시 브랜딩 효과가 주된 목적이다. 즉, MICE는 이벤트가 핵심이고, 수요-공급의 관점으로 정책과 공약을 홍보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그러나 ‘몇 명을 수용하느냐(공급)’에 매몰되어, 방문객이 그 안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체류)’는 경험 설계가 부족하다.
정작 돔구장이 들어설 지역 주민들에게 더욱 와닿을 내용은 MICE가 아닌, ‘복합용도 개발’(Mixed-Used Development)이다. 복합용도 개발이란 주거, 상업, 업무, 문화, 호텔, 엔터테인먼트 등의 기능을 결합해 지역을 개발하는 부동산 개발 방식이다.
MICE의 역할이 이벤트로 사람을 모으는 것이라면, 모인 대중들을 통한 수익 창출이 복합용도 개발의 목적이다. 대규모 관중들이 경기장에 모였더라도 경기장 및 주변 지역에 놀거리, 볼거리, 먹을거리가 없다면 지역 경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이용객에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벤트 공간으로 건설하는 것과 복합용도의 체험 플랫폼 개념으로 건설하는 것과는 다양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같이 가는 연인의 대화를 생각해보자. 이벤트 공간이라면, “오늘 무슨 공연,경기가 있어?”라고 할 것이지만, 체험 플랫폼이라면 “오늘 거기 가서 뭐 하고 놀까?”라고 할 것이다.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데 원천이 될 ‘체류 시간’도 달라진다. 단일 돔구장이거나 MICE 결합 공간에서는 경기 시작 전에 입장하고, 종료 후 즉시 퇴장하는 것이 주 동선이 될 것이지만, 체험 플랫폼이라면, 경기 4시간 전에 도착하고 경기 후 뒤풀이나 숙박시설로 이동해 체험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시설의 수익에서도 차이가 난다. 돔 구장에서는 대관료 및 입장권 수익이 중심이 될 것이나, 체혐 플랫폼은 임대료 수익은 당연하고, 호텔, 식음료, 오피스 수익 등도 함께 얻게 된다.
특히 비시즌에서는 차이가 크게 난다. 비시즌 중 행사 유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이 이벤트 공간이라면, 복합용도 공간이라면 일상적 상권이 형성되어 있어서 365일 공간이 활성화된다.

미국에서 극 대비되는 두 사례를 보면
미국 프로야구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코메리카 파크 구장’은 이에 관한 실제 사례이다. 디트로이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지만 복합용도 개발이 아닌 경기장 단일 용도로 만들어진 코메리카 파크는, 경기일 외에는 주변 유동 인구가 거의 없으며 당연히 주변 상권도 제한적이고 단절적이다. 경제 파급 효과는 경기 당일에 그치고 만다.
반면 애틀랜타에 있는 ‘더 배터리(The Battery)’는 미국에서 스포츠 경기장 복합용도 개발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더 배터리’는 프로야구 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지난 2017년 야구장을 새롭게 오픈하면서 주변 부지를 복합 용도로 개발한 약 44만 2880㎡의 다목적 상업 시설이다. ‘더 배터리’가 들어서면서 각종 음식점, 극장, 호텔, 공연장, 쇼핑 샵들이 경기장과 함께 자리하면서 애틀랜타의 관광 명소가 되었다.
프로야구 경기 외에도 다양한 공연과 콘서트가 열리며, 이벤트가 없는 날도 많은 사람들로 인해 연중 내내 경제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성공적인 경제 생태계가 탄생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더 배터리’의 운영을 전담하면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홀딩스’라는 지주 회사를 만들어 2023년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실적 보고서를 살펴보면 ‘더 배터리’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을 볼 수 있다.
실적 공시를 시작한 2023년에는 ‘더 배터리’를 통한 수입이 5899만 6,000 달러였고, 이는 그 이전 해보다 10% 증가했던 것이다. 2024년에는 6731만 8,000 달러로 전년 대비 14%, 가장 최근인 2025년에는 9743억 2,000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45% 증가했다.
‘더 배터리’는 지속적으로 두 자리수 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즉, 야구장이라는 스포츠 시설과 복합용도 개발이 서로 간에 시너지를 만들 때 성공적인 경제 생태계가 탄생하는 것이다.

K-팝 공연 유치를 뛰어넘는 생각을
한국에서 6월 지방선거 돔구장과 관련한 공약들은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수요-공급 경제학 원리가 뒷받침하는 MICE의 관점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MICE는 이벤트 중심으로 ‘돔 구장이 있어야만 K-팝 공연 유치가 된다’라거나 ‘돔 구장이 지역 프로야구 팀 창단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라는 논점을 만든다. 단기간에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안성맞춤인 선거 공약이다.
반면에 ‘복합용도 개발’은 임대 전략, 상권 분석, 용적률 등 지자체의 실무 업무이다. 시간이 걸리며, 복잡 다단하고, 지속적 수정이 불가피하다. 돔 구장 공약에 관한 핵심 내용이어야 하지만 선거 운동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디테일이다.
필자는 잠실 돔구장 3만 명 수용 인원과 관련한 갑론을박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3만 석이 작다는 지적은 수요-공급의 1차원적 프레임에 갖힌 주장이다. 하기야, 잠실 돔구장 건설이 수요-공급 원리에 기반한 MICE의 일환이니 그 주장이 이해는 된다.
‘체험 플랫폼’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잠실 돔구장을 ‘체험 플랫폼’이나 ‘복합용도 개발’의 핵심 거점으로 인식한다면 수용 인원보다는 이벤트 포트폴리오 구상이나 가동률, 복합용도 개발과의 연계성, 수익 구조에 대한 논의가 우선했어야 한다. 또한 잠실 돔구장을 찾은 사람들의 ‘체험의 질’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논의들은 잠실뿐 아니라 다른 지역 돔구장에도 적용될 수 있다. 돔구장 건설의 논의는 ‘몇 명이 들어가느냐’가 아닌, ‘얼마나 오래 머무르느냐’가 핵심인 것이다. 현재 선거에서 돔구장 건설과 관련해 이러한 논의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미국 야구장, 중소형으로 바뀌고 있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2025년 정규 시즌 총 81경기가 홈구장에서 열렸고, 홈 게임 평균 관중수는 3만 5,000명 정도였다. 홈 구장인 투루이스트 파크(Truist Park)는 4만 1,000석 규모로 미국 프로야구 구장 중에는 중소형이다.
현재 많은 미국 프로야구 구장들이 중소형 규모로 바뀌고 있다. 왜 그럴까? 드문드문 빈 좌석이 보이는 큰 구장보다는 관람객들로 들어차 있는 구장이 팬 경험에 더욱 좋다는 ‘만석 효과’ 때문이다.
여기에는 관람객 수를 중요시 여기는 수요-공급 관점에서 복합 용도 개발을 통한 지역 상권과의 연결을 통한 ‘팬 경험 중심’으로 수익 구조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돔구장과 관련한 공약을 수요-공급 논리를 벗어나 이해하기를 소망한다. 프로야구 1200만 관중 시대에 모두가 슬기로운 유권자가 되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