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골때녀를 비지니스석에 태울 수 없나

[정규수의 스포츠 깊게 바라보기] 女국대 “동등대우” 요구 어떻게 볼까 동등대우 “당연” vs 인기 저조 “과하다” 미국, 사회 Equal Pay 운동으로 이어져 골때녀 같은 비지니스 만들어 혁신하자

대한민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대한민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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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축구대표팀의 비지니스석 요구

대한민국은 필자가 거주하는 미국 조지아보다도 작은 땅에서 무려 10개의 프로야구팀, 11개의 프로축구팀, 남녀 각각 10개와 6개의 프로농구팀, 그리고 남녀 각각 7개의 프로배구팀이 매해 활발히 경기를 펼치는 스포츠 강국이다. 여기에 골프, 테니스 등 다양한 종목의 프로 스포츠 무대가 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러한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에서 한 소식이 들려왔는데,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이 해외 원정때 비즈니스 비행기 좌석을 탈 수 있도록 대한축구협회에 요청했다는 것이다. 수용되지 않을 경우 A 매치 경기를 보이콧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온라인 댓글에서 갑론을박은 뜨거웠다. 하지만 핵심은 단순했다. 성평등 차원에서 남자대표팀과 동등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주장과 이와 반대로 시장원리에 근거해 인기와 수익이 저조한 여자대표팀의 요구는 과하다는 주장이 서로 상충하고 있었다. 즉, 사회적 가치 실현 대(對) 시장원리의 대립 구조였다.

누구나 처우에 대한 개선을 요구할 수 있고, 또 누구나 이코노미석보다는 비즈니스석을 타고 싶어하는건 인지상정이다. 여자대표팀의 요구는 우리 모두가 원하는 물리적 편안함과 사회적 인정에 대한 욕구였다.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와 관련해서 우리 사회가 보여준 이분법적 가치관과 양극화된 사고방식은 필자를 다소 불편하게 했다.

여성스포츠로 인한 미국내 ‘사회혁신’

미국의 풍성한 스포츠 문화는 세계 최고의 여성 스포츠 시장을 형성하게 했다. 미국은 1972년 제정된 ‘타이틀 나인’이라는 교육 개정법으로 인해 여성 스포츠 참여가 대학교까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이는 프로 스포츠로도 이어져 14개의 팀으로 구성된 미국 여자 프로축구(National Women’s Soccer League)는 팀 당 26경기로 총 182경기의 2025년 정기시즌이 현재 열리고 있다. 2024년 시즌 평균 관중은 경기당 1만 1,250명이었다.

미국 여자 프로농구(Women’s 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의 인기는 웬만한 남자 스포츠와 맞먹는다. 2025년 10월 초에 끝난 시즌은 총 13개 팀이 팀당 정규 시즌 44경기를 소화했으며 경기 당 평균 1만 1천여명의 관람객들이 방문했다. 이외에도 배구, 아이스 하키, 소프트볼 등의 여자 프로스포츠가 최근 몇 년에 걸쳐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왕성한 여자 스포츠가 미국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여자 스포츠에 대한 저조한 관심과 인기는 늘 고민거리이다. 하지만 약 10년 전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 몇몇 선수들로 인해 지금의 미국 여자스포츠의 르네상스가 왔다고 한다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여자대표팀의 요구를 가볍게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건가?

2016년 3월, 미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몇몇 선수들이 고용평등위원회(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은 국제 대회에서 여러번 우승을 한 여자대표팀의 임금 및 보너스, 노동 여건 등이 남자대표팀에 비해서 열악하다는 것이었다. 이때까지 미국 여자대표팀은 3번의 여자월드컵 우승과 4번의 올림픽 금메달 등의 업적을 이룬 상황이었다. 3년이 지난 2019년 3월, 28명의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미국축구협회를 대상으로 성차별 소송을 걸었고, 같은해 프랑스 여자월드컵에서 통산 4번째 월드컵 우승을 이루면서 Equal Pay 운동을 촉발시켰다.

사진=게티 이미지
사진=게티 이미지

미국축구협회는 남녀 대표팀 간 다른 노사협약, 수익구조, 리그 특성 등을 근거로 변호했지만 2022년 2400만 달러의 합의금을 내는 것으로 소송을 마쳤다. 합의는 소송에 참여한 선수들에게 2200만 달러를 보상하는 것과 200만 달러를 선수들의 경력 개발과 사회 환원에 쓸 것을 약속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또 다른 합의내용은 2028년까지 월드컵뿐만 아니라 친선경기까지도 포함해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을 남녀 대표팀간 똑같이 나누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2023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장애인 스포츠를 포함해서 미국을 대표해서 출전하는 모든 스포츠 종목에 있어서 남녀간 동일 임금을 강제하는 Equal Pay for Team USA Act에 서명함으로써 미국 최초의 남녀 운동선수 동일임금법이 제정되기까지 했다. 즉 여자축구 대표팀 몇몇 선수들의 요구로 촉발된 성평등 동일임금 운동이 입법화를 거쳐 제도화된 것이다.

조직의 성공이 먼저일까, 개인의 성장이 먼저일까

필자는 온라인에서의 갑론을박을 확인하면서 ‘플랫폼 경제론’의 두가지 상충되는 이론이 떠올랐다. 플랫폼이 우선 성장해서 사용자와 수익이 늘어나야 플랫폼 종사자들에게 좋은 보상을 제공할 수 있다는 플랫폼 성장 우선론과 반대로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성장할려면 노동자들의 동의와 만족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는 공동 성장론이다.

많은 회사들은 조직의 성장과 수익을 위해 직원들의 헌신과 희생을 암묵적으로, 혹은 명시적으로 강요한다. 하지만 직원들은 자신들의 처우와 그에 따르는 보람이 수반되어야 보다 열심히 일하게 되어 회사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여긴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성장 우선론이 더욱 끌릴 것이고 피고용인이라면 당연히 공동 성장론이 더욱 와 닿을 것이다. 여자축구 논쟁은 실력을 통한 보상이라는 성장우선론과 보상을 통한 성장이라는 공동 성장론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플랫폼 경제와 닮아 있다. 이러한 이분법적 프레임을 벗어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도 미국처럼 ‘사회혁신’을 일으키자

필자는 여자축구 대표팀의 비즈니스석 요구에 대해서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 접근법’을 제안한다. 사회혁신이란 사회의 요구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전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혁신의 장점은 사회 전반에 걸친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며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도출해낸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사회혁신이 이미 적용되고 있으며 스포츠 영역도 마찬가지이다.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성평등 동일 임금 문제도 사회혁신으로 해결되었으며, 이는 우리나라 여자축구 대표팀의 처우 개선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뛰어난 성과에 비해 불평등한 대우를 받았기 때문에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도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스포츠 시장은 태생적으로 시장 논리에 따라 형성되지 않았고 우리나라만의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환경이 투영된 독특한 K-모델을 형성하고 있다. 철저하게 시장논리에 따랐다면 서두에 언급한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은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회혁신적 접근은 성평등의 실현도 가능하게 하겠지만 분명 새로운 비즈니스와 마케팅 기회를 창출하는 레버러지로 작용할 것이다. 도전 가치가 있다.

SBS방영 '골 때리는 그녀들' 예고 포스터.
SBS방영 ‘골 때리는 그녀들’ 예고 포스터.

인기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인 “골 때리는 그녀들”은 재미와 감동을 넘어 많은 여성들의 축구 참여와 삶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골때녀’를 통한 변화는 제도나 교육을 통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웃고 즐기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스포츠에 대한 편견을 깨고, 여성들의 도전을 통해 성평등 문화를 조성했으며, 다양하고도 건강한 여가 활동이 장려되었다. 이것이 바로 사회혁신을 통한 해결책이다. 최근 한국여자축구연맹의 사회혁신 소식이 전해졌다. 선수들의 연봉 상한선을 5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올렸다는 것이다. 비록 아직까지 최저 연봉 기준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상한선이 올라간 것은 선수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필자는 2016년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임금상승 요구가 나비효과를 통해 최근 시작된 여러 여자 프로스포츠로 발현된 것이라 믿는다. 2025년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처우개선 요구가 몇 년이 지나 긍정적인 사회변화를 가져올려면 K-모델에 맞는 사회혁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와 여자축구 선수들이 사회적 가치실현과 시장 원리를 다 아우를 수 있는 그런 사회혁신을 함께 설계하길 바란다. 우리 모두가 도와야 한다.

글쓴이

정규수 미 케네쎄대 스포츠경영학 교수

정규수 교수는 현재 미국 케네써 주립대학교 스포츠 경영학과에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 졸업 후 미국 센트럴 미시건대학교에서 스포츠 행정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텍사스(어스틴) 대학교에서 스포츠 경영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한인 이민자들의 스포츠 활동을 주로 연구하며 미국 및 한국에서 일어나는 스포츠 현상들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을 통해 경영관리적인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노력한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시안계 운동선수들을 바라보는 미국 주류 사회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중이다. 학술 활동 이외에도 미주 한인 동포 사회를 위한 한인 스포츠 단체들의 활동에도 적극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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