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세대에게
[이완의 대한민국 청년보고서] 채 상병 사고엔 침묵한 성일종 “장년을 재입대시키자”고 제안 호불호 떠나 검토해볼만한 대안 청년, 여성 감소...장년은 구직난 ‘일자리와 평화 함께’ 현실적 방안
성일종 의원이 던진 한마디
저출산 탓에 군부대마저 문을 닫고 있다. 2010년에 우리나라는 65만 대군을 운용했다. 어지간한 선진국 군대보다 큰 규모다. 그런데 곧 45만 명도 아슬아슬하다. 사실 우리나라는 진작부터 무리하게 병력을 끌어모았다. 1980년대 현역 판정률은 50%에서 70% 수준이었는데, 2000년대부터는 항상 80% 또는 90%를 넘었다. 젊은이들 사이에 ‘손가락 마디 하나가 없어도 군대에 간다’는 이야기는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무리한 징집도 한계에 달했다.

병력 부족의 데드라인은 눈 앞에 닥쳤는데 건설적인 논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지난 9월 25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5·60대를 다시 군입대시키자”고 제안했다. 건강한 장년 중에서 자원자에게 민간인 신분의 경계병 역할을 맡기자는 제안이었다. 지금까지 나온 주장은 여기까지지만 벌써 반발이 크다. 장년의 실제 업무 수행력을 걱정하는 의견보다, ‘너나 군대 다시 가라’ 같은 원색적인 비난이 장년들 사이에서 더 많다.
물론 논의가 이렇게 흘러간 데에는 성일종 의원 책임이 크다고 본다. 지난해 7월 해병대에서 채 상병 사망사고가 났을 때, 성일종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현장 지휘관을 변호하기 바빴다. 채 상병에 내려온 위선의 부당한 지시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병사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면서 인력 부족에 대해 이야기하면, 사람을 소모품으로 대하는 것처럼 보일 수 밖에 없다. 정치인이 비전투의 손실을 막기보다 빈자리를 채울 궁리만 하는데, 누가 선뜻 지지해 줄까.

5060세대 민간인에게 맡겨도 될까
하지만 성일종 의원 발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5060대 장년 남성을 민간인 보조병력으로 채용하자는 제안 자체는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청년 남성의 빈자리를 빠르게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장년 남성이지 않은가. 최근 무인 포탑 같은 자동화 방어시설이 발달했지만, 그것 만으로는 빈자리를 다 채울 수 없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보여주듯, 현대에도 전선은 결국 인간 병사가 지켜야 한다. 그래서 여성 징병제도 논의되고 있지만 이는 좀 더 준비가 필요하다. 여성 병사에게 어디까지 맡길 것인지, 생리대 등 필수품을 어떻게 보급할 것인지, 트렌스젠더 여성을 어떻게 분류할 것인지 등 논의해야 할 사안이 많다. 하지만 장년 남성을 경계병으로 채용하는 제도는 약간의 역할 조정과 입법만 거치면 된다.
장년의 체력은 생각보다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이 발간한 ‘건설기술인 동향 브리핑’에 따르면, 2023년에 건설기술인의 평균 연령이 50세를 넘어섰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광업 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무려 53세다. 전체 노동자 평균 연령이 43세 정도이니, 굉장히 높은 편이다. 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장년은 산업에서 가장 위험한 곳을 지탱하고 있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서는 장년, 노년 병사들이 최전방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난 4월 29일, 로이터는 한 건장한 우크라이나 병사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이름은 올렉산드르 타란, 나이는 무려 68세다. 타란은 우크라이나 자포리쟈 지역에서 포병대를 이끌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국군으로부터 월급을 받지는 않는다. 타란의 포병대는 60대 이상 자원입대자로 이뤄진 민병대이기 때문이다. 진작 은퇴했을 나이지만, 러시아로부터 조국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무장한 것이다.
이미 전쟁은 고령화되었다. 선진국 군대도 저출산-고령화 탓에 중년, 장년 장병에게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다행히 지금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처럼 전국민을 모조리 전투병력으로 동원할 만큼 위태로운 상황이 아니다. 덕분에 장년 경계병과 기존 전투병력의 역할을 깔끔하게 나눌 수 있다. 이 정도면 장년 경계병에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장년 일자리 만들 여력은 정부밖에 없다
사실, 장년 경계병은 국가 안보 외에도 중요한 이득을 줄 수 있다. 바로 고용 안정이다. ‘미래에셋 투자와연금 리포트 54호’는 2021년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나이가 평균 49.3세까지 낮아졌다고 전한다. 이제 정년에 퇴직하는 사람은 10%도 되지 않는다.
5,60대 퇴직자가 새 기술을 배워서 더 나은 직장을 찾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교육비도 문제고, 임금 탓에 젊은 인력을 우대하는 기업 문화도 문제다. 게다가 베이비부머가 대규모로 은퇴하면 재취업 경쟁이 더 가혹해질 것이다. 불안정, 저성장 시대에 장년을 또 자영업계로 내몰지 않으려면,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이 때 정부가 장년 경계병을 채용한다면, 장년층 고용 안정과 국가 안보에 모두 유용한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물론 많은 사람이 공공부문을 확대하는 데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주로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불신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민간군사기업에 더 많은 영역을 맡기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하지만 세상 어느 나라도 국방을 민간군사기업에 전부 맡기지 않는다. 마키아벨리가 이야기한 것처럼, 용병은 신뢰하기 어려운 조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에서는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이 병력 8천 명을 동원해서 쿠데타를 시도했다. 멀쩡한 국가라면 무력을 독점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면에서 민간군사기업은 굉장히 절제해야 할 수단이다. 따라서 총을 쥐어야 할 수 있는 장년 경계병은 공공부문 일자리로 남겨야 한다.
평화를 지키려 해도 병력은 필요하다
한쪽에서는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면 병력을 애써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근거 없는 낙관이다. 우리에게는 주적이 있고, 그 주적이 정말 평화를 원하는지 알 수 없다. 이 때 상대가 평화를 원한다고 믿고 병력 부족을 방치하면 크게 두 가지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하나는 상대도 무기를 내려놓고 대화에 나오는 것이고, 다음은 상대가 우리 허점을 노리고 무력시위를 벌이거나 더 나아가 전쟁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예상 가능한 위험이 있다면, 그 위험에 대비하는 편이 안전 면에서 합리적이다. 그래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도 군국주의자라는 비난을 들으며 국방비를 늘리지 않았던가.
“당신은 전쟁에 관심 없는지 몰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많다.”- 트로츠키가 했다고 알려진 말
전쟁은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니 누군가는 줄어든 청년 징집병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여성을 징집하고 외인부대를 창설하는 것도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여성 인구도 줄어들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안보 공백을 모조리 외국인으로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이미 나라와 가족을 위해 헌신한 장년층에게 다시 한 번 도움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이 되어 버렸다.
‘장년 경계병’은 안보 공백과 불안정한 재취업 문제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런데 성일종 의원을 향한 반감 탓에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장년 경계병을 지지하면 성일종 의원과 한 편인 것처럼 여기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진영 논리 때문에 건설적인 논의를 미룰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그럴 여유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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