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어떻게 연대해야 하는가

부자증세· 기본소득 모두 문제 많아 부가세·소득세등 ‘보편 증세’해야 국민연금처럼 ‘사회연대기금’ 제안한다 아동·청소년 빈곤· 실업대책 적극 나서야

스웨덴 정부는 1991년 고용주 부담의 사회보장기여세를 30%까지, 부가가치세를 25%까지 인상하는 한편 2005년에는 상속세, 2007년에는 부유세를 폐지했다.
스웨덴 정부는 1991년 고용주 부담의 사회보장기여세를 30%까지, 부가가치세를 25%까지 인상하는 한편 2005년에는 상속세, 2007년에는 부유세를 폐지했다.

여기서 저는 기존 사회연대 담론들을 비판하고 나름의 대안을 소개하려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부자 증세를 통해 사회보험을 강화하거나 ‘보편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부자 증세, 사회보험, 보편 기본소득에는 각각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보다 연대하기 위해서는 기존 담론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습니다.

부자 증세의 문제점

이번에 시리즈로 쓰고 있는 글 중 <③누구와 연대해야 하는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회연대의 전제조건은 사회적 신뢰입니다. 사회연대의 규모는 사회적 신뢰 수준과 비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부와 이웃을 신뢰하지 않을수록 국민은 세금과 분담금 인상에 저항하고 복지제도 확대를 주저합니다.

사회연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수 서민의 세부담을 낮추고 소수 부유층의 세부담만 늘리는 방법에 의존하려 했습니다. 문제는 부자 증세는 세수를 확대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행한 ‘2022년 조세수첩’을 보면, 연 근로소득을 3억원 이상 창출하는 사람은 총 14만 2천 명입니다. 이들의 과세대상 근로소득은 총 45조 6천억 원입니다. 여기서 이미 12조 3천억 원을 근로소득세로 납부하고 있습니다. 평균 실효세율은 30% 수준입니다. 이 평균 실효세율을 50%까지 끌어 올린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추가 세수는 약 10조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10조 원은 분명 큰 돈이지만 사회연대를 강화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청소년 빈곤 대책에 필요한 예산만 12조 원입니다. 만 7세부터 24세까지 월 10만 원을 지급해서 빈곤감을 덜어 주려면 매년 12조 원이 필요합니다. 이 외에도 공공보육시설과 장애인 시설을 확대하고, 대학교 무상교육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도입하려면 10조 원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이 고소득층에 비해 복지를 더 바라고 지지한다. 그런데 이들은 생활이 별로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복지확대 지지를 철회할 확률이 커진다. (...) 그러나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대한 ‘핀셋’ 증세만으로 필요한 재원이 마련될 수는 없다.” - 양재진, ‘복지의 원리’

모두가 공평하게 자기 몫을 다한다면

통념과 다르게 두텁게 연대하는 나라들은 부자 증세가 아니라 보편 증세에 의존합니다. 덴마크는 극빈층을 제외한 모든 국민에게 최소 40%의 소득세를 거두고 있습니다. 역진적이라는 소비세 최고세율은 25%에 달합니다. 프랑스나 핀란드, 스웨덴도 평균 소득세율과 소비세율이 높습니다.

물론 거대한 복지국가들도 처음에는 누진적인 부자 증세에 의존했습니다. 스웨덴 사회민주노동당 정부는 1947년에 우리나라 민주노총이 바라는 것처럼 고소득자에게만 높은 세율을 부과하고 역진적인 판매세를 폐지했습니다. 하지만 경제 위기 탓에 전체 세수가 줄어들고 부유층의 투자, 근로 유인이 위협받는다는 우려가 커지자, 거대한 복지제도를 지탱하기 위해 판매세를 다시 도입했습니다.

판매세는 1969년에 부가가치세(VAT)로 개편되었고, 세율도 4.2%에서 10%로 인상되었습니다. 스웨덴 정부는 1991년에는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췄습니다. 대신 고용주가 부담하는 사회보장기여세를 30%까지 인상하고, 부가가치세를 25%까지 인상했습니다. 그리고 2005년에는 상속세를, 2007년에는 부유세까지 폐지했습니다. 다시 말해 복지국가 스웨덴을 지탱하는 것은 부자들 곳간이 아니라 모두의 곳간입니다.

“스웨덴의 세입의존은 개인소득세 중심에서 자본소득과 VAT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조세개혁 법안이 통과된 것은 사민당이 물러나고 보수연립정부가 집권한 1991년이지만, 실제 이 법안을 오랫동안 준비하고 법안 통과를 위한 선행작업을 마친 것은 사민당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사민당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1991년 개혁이전 개인소득세가 GDP 대비 21.4%였지만 개혁이후인 1995년에는 17.5%로 떨어졌다. 이러한 극적인 세입의존구조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소득분배는 악화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은민수, ‘복지국가와 역진적 조세의 정치’

흔히 소비세 또는 부가가치세가 역진적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더 비싼 물건을 더 많이 소비하는 사람은 결국 부유층입니다. 게다가 거의 모든 나라가 생필품에는 더 적은 세율을 부과합니다. 부가가치세로 거둔 세금을 복지제도에 활용한다면, 부가가치세도 충분히 재분배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스웨덴, 덴마크, 독일 등 유럽 복지국가들이 취한 해법은 부가가치세의 활용이다. 부가가치세는 정률의 일반소비세로서 투자 등 경제활동에 대한 저해 효과가 작아 성장잠재력을 해치지 않는 세목이기 때문이다. (...) 복지국가의 대명사 스웨덴은 왜 이러한 소비세에 의존하는가? 소비세가 역진적이라 해도 소득재분배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 양재진, ‘복지의 원리’

“소비세는 이론적으로는 역진적이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다. 일반소비세 중 식료품, 주택, 수도, 의약품, 교육비 등 필수적인 소비에 매기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되고(즉 부가가치세율 0%), 사치품이나 유흥 등 특정 소비에 매기는 개별소비세는 고가일수록 세율이 높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 양재진, ‘복지의 원리

물론 부자 증세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보편적으로 증세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당장 고통받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과업은 많은 시간을 요구할 것입니다. 과업이 완수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질지도 모릅니다. 우선은 부자에게 세금을 조금 더 거둬서 급한 불을 꺼야 합니다.

다만, 부자 증세만으로는 복지선진국들처럼 큰 복지제도를 운영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점진적으로 보편 증세를 추진해야 합니다.

사회보험의 문제점

사회보험이란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처럼 정부가 운영하는 보험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대부분의 복지선진국이 사화연대 가치를 제도로 구현할 때 가장 먼저 사회보험을 도입했습니다. 지금도 대부분의 복지국가가 복지예산을 주로 노령연금과 건강보험 등에 지출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위험에 처하면 사회보험은 그 부담을 사회 전체로 분산시켜서 위험 부담을 경감해 줍니다. 이는 모두에게 이득이 됩니다. 만약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고 내과에서 위염을 치료받기 위해 소득을 저축해둬야 한다면,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경제적으로 더 불안정하고 궁핍해질 것입니다. 부유층도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느라 더 많은 소득을 아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보험이 있다면 이런 불확실함을 더 잘 관리할 수 있습니다.

보험 자체가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시스템이지만, 특히 사회보험은 민간 보험보다 더 큰 이익을 안겨 줍니다. 사회보험은 정부가 모두를 의무적으로 가입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모두가 소득 수준에 따라 반드시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고, 다른 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해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보험 운영에 필요한 재원이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됩니다. 따라서 사회보험이 도입되면 모두가 좀 더 낮은 보험료로 보다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사회보험도 만능은 아닙니다. 사회보험은 위험에 처했을 때에만 도움되기 때문입니다. 국민건강보험이 아무리 잘 설계되어 있어도 아프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 소용 없습니다. 아무리 국민연금보험료를 잘 납부했어도 연금은 65세 이후에나 받을 수 있습니다. 당장 소득이 부족한 사람에게 사회보험은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습니다.

사회보험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인구 대다수가 정규직 노동자로 활약해서 완전고용이 달성되었을 때입니다. 다수가 안정적으로 소득을 창출하며 보험료를 지불할 수 있다면 사회보험은 사회를 안정시키고 모두에게 기회를 보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불안정한 일자리가 많아지는 시대에 사회보험이 제공하는 안전망으로는 부족합니다.

보편 기본소득의 문제점

이런 사회보험의 맹점을 상쇄하고, 모두에게 더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논의되는 제도가 바로 ‘보편 기본소득’입니다. 일반적으로, 보편 기본소득이란 ‘모든 국민에게’, ‘어떠한 조건도 따지지 않고’, ‘생존 가능한 소득을’, ‘평생’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이름 그대로 정부가 생존 가능한 소득을 기본권으로 직접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조건을 따지지 않고 소득을 지급한다면 모든 사람이 빠짐 없이 복지 혜택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기존 사회보험과 공존할 수 없다면 보편 기본소득은 사람들을 더 곤란하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성인 인구가 4000만 명이고, 모든 성인에게 상대적 빈곤선을 조금 넘는 금액인 100만 원을 매달 지급한다고 할 때, 필요한 예산은 무려 480조 원(4000만 명×100만 원×12개월)이나 됩니다. 2021년 우리나라 정부 수입 중에서 국세 수입이 344조 원입니다. 모두에게 생존 가능한 소득을 매달 보장하는 데에만 1년에 걷는 국세 수입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생존 가능한 소득을 상대적 빈곤선보다 낮게 잡아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달 50만 원씩 지급한다고 해도 240조 원이 필요합니다. 2021년 우리나라 보건·복지·고용 예산이 199조 원입니다. 기존 복지제도를 폐지하고 다른 분야 예산까지 통폐합해야 모두에게 매달 50만 원을 지급할 수 있습니다.

만약 보편 기본소득 재원이 기존 사회연대 정책들에 활용되던 예산을 모두 흡수한다면, 개인은 매달 50만 원으로 알아서 온갖 위험에 대비해야 합니다. 아마 저소득층, 중산층은 민간 보험에 새로 가입하느라 50만 원을 다 소진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민간 보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으니, 민간 보험료는 지금보다 더 비싸질 것입니다. 기존 복지제도가 제공하던 안전망이 사라지는 바람에 더 큰 복지 사각지대가 생긴 셈입니다.

“사고가 나든 말든 모든 자동차 운전자에 보상금을 매월 정기적으로 나눠줘버린다면, 실제 사고가 났을 때 필요한 보상금은 어디서 어떻게 마련하나? (...) 기본소득은 사회보장을 대신할 수 없다.” - 양재진, ‘복지의 원리’

기본 복지제도를 유지하는 동시에 보편 기본소득을 도입하려 한다면 복지예산 199조 원에 더해 240조 원을 새로 마련해야 합니다. 아무리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낮다고 해도 기존 국세 수입의 70%나 되는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으리라고 장담하기는 힘듭니다.

보편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소득세율을 올리는 동시에 소득공제를 최소화하는 한편 탄소세, 국토보유세를 신설하면 충분히 예산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이마저도 근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소득공제 제도는 단순한 감세 정책이 아닙니다. 부가가치세를 성실히 납부할 유인을 제공하는 정책입니다. 소득공제를 최소화한다면, 사람들은 그만큼 부가가치세 납부를 신경쓰지 않게 될 것입니다. 소득공제를 최소화한다는 말은 곧 조세 구멍을 넓힌다는 뜻입니다.

탄소세와 국토보유세는 다른 세금보다 효율적인 세금으로 통하지만, 사실 구체적으로 세수 확보에 얼마나 도움될 지 알 수 없는 세금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증세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탄소세와 국토보유세를 도입하고 소득세를 인상해도 추가로 240조 원을 마련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무엇보다 탄소세와 국토보유세를 도입했을 때, 경제 성장률과 상품 가격이 지금처럼 유지되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탄소배출권거래제와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지만 충분한 정부 수입을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가 온다면, 이는 '보편 기본소득'으로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현대자본주의 체제의 붕괴를 의미할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가 온다면, 이는 ‘보편 기본소득’으로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현대자본주의 체제의 붕괴를 의미할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해 우리들의 일자리를 다 없애는 상황을 가정해 ‘보편 기본소득’의 도입을 강조하지만, 만에 하나 정말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한다면 이는 고작 보편 기본소득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태가 아닙니다. 모든 소득이 상품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구의 대다수가 교환 과정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면 사회 전반의 소득도 줄어들고 정부 예산의 기초도 무너집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한 뒤에는 보편 기본소득을 지급할 예산을 어디에서 마련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된다면 자본주의 다음을 고민해야지, 고작 생존 가능한 소득을 분배해서 다수를 부양할 방법을 고민할 게 아닙니다.

보편 기본소득은 사회정의 면에서도 문제가 많습니다. 보편 기본소득은 인간의 공정성 감각을 지나치게 자극합니다. 보편 기본소득은 일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생존 가능한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다시 말해 일해서 소득을 창출하는 사람이 나머지를 일방적으로 부양해야 하는 제도입니다. 무임승차자를 양산하는 제도인 셈입니다. 같은 가족이라도 무임승차자를 일방적으로 부양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사회 전체도 다르지 않습니다. 사회적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임승차자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보편 기본소득은 그럴 수 없습니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이런 반응을 고려하지 못한다. 물질적 번영을 더 골고루 나누는 방법으로 분배 문제는 해결하지만, 누구든지 동료 시민이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이바지한다고 느끼게 보장해야 하는 기여 문제는 무시한다. 정치 이론가 존 엘스터의 말대로, 보편적 기본소득은 흔히들 받아들이는 정의의 개념, 즉 몸이 멀쩡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노동에 기대 살아가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생각에 어긋난다.” - 대니얼 서스킨드,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실존하는 이들이 사회에 ‘생존을 보장하라’고 말할 권리를 가졌다면, 사회 또한 이들에게 ‘노동을 제공하라’고 대꾸할 권리를 가진다.” - 라 로슈쿠포 리앙쿠르, ‘빈곤과 공화국(다나카 다쿠지 저)’

두터운 연대를 위한 새로운 제도

이렇듯 기존 담론으로는 사회연대를 강화할 수 없습니다. 부자증세는 충분한 예산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완전고용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사회보험은 사람들을 충분히 보호할 수 없습니다. 보편 기본소득은 불필요하고 불공정합니다. 우리나라가 보다 두텁게 연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원을 확보하고 시장경쟁에서 밀려난 개인을 다시 시장 안으로 포괄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합니다.

저는 위에서 이야기한 원칙에 어울리는 아이디어들 몇 가지를 소개할 것입니다. 이 아이디어들은 역사적 경험과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의 주장을 참고해서 구상한 것들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그저 거시적인 방향 정도로 받아들여 주시기 바랍니다.

연대를 위한 기금

지속가능하고 두터운 사회연대를 위해서는, 정부가 안정된 수입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부자증세로 예산을 확보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보편증세를 추진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부가가치세를 인상하고 소득세 평균세율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에 더해 정부가 투자기금을 조성해서 또다른 수입원을 마련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소득에 비례해서 기여금을 걷고, 그 기여금과 여러 국유재산을 통합해서 ‘사회연대 기금(가칭)’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국민연금처럼 사회연대 기금은 시장에 투자하고 수익을 창출합니다. 기금운용은 국민연금기금 운용본부나 한국은행처럼 자율성을 가진 경제 전문가들에게 기금 운용을 맡깁니다. 정부는 경제 전문가들이 창출한 수익을 사회연대 제도를 위한 예산으로 활용합니다. 이런 식으로 공적인 기금이 국내외 시장 전체에 뿌리 내린다면 사회 전체가 경제 발전의 성과를 고스란히 공유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약 910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1988년 이래로 평균 6.7%에 달하는 수익률을 달성했고 작년에는 수익금 91조 원을 창출해서 수익률 10.7%를 달성했습니다. 외환보유액을 활용하는 한국투자공사는 약 240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데, 코로나 확산이 한창이던 재작년에는 13.7%, 작년에는 9.3%의 수익률을 달성했습니다. 노르웨이와 싱가폴, 캐나다 등도 국부펀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상당한 공적 자산을 축적하는 등 성공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현대 자본주의는 이미 금융화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금융화 탓에 국제 금융자본이 과도한 경제력을 쥐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융화를 막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금융이 경제를 주도하고 수익을 흡수한다면, 사회가 금융을 활용하면 됩니다. 저는 사회연대 기금이 충분히 정부의 부수입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보상 보다 예방을 위한 정책

우리나라는 주요국 중에서 사회복지 분야에 가장 적은 예산을 지출하는 나라이지만, 그나마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4대 보험과 근로장려금, 청년전세자금대출과 기초연금 등 적은 예산에 비해 굉장히 다양한 복지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경제적 약자로 전락하도록 방치하면서, 이들 복지제도로 경제적 약자를 도우려 합니다. 마치 통증의 원인을 치료하지 않고 진통제만 먹으라는 것과 같습니다.

사회가 보다 지속가능하게 효과적으로 연대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보상하는 정책 뿐만 아니라 빈곤과 실업을 예방하는 정책도 필요합니다. 일할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소득을 창출할 기회를 보장해서 무임승차자를 최소화하고 사회연대에 기여하는 사람을 늘려야 합니다.

“노동 시장에 진입하기 전, 능력을 육성하는 단계에서의 개입이 노동 시장 자체에 개입하는 정책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 리처드 리브스, ‘20 VS 80의 사회’

이번 글에선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단계별 정책만 제시해보겠습니다. 첫번째 단계는 아동·청소년 빈곤을 퇴치하는 것입니다. 아동과 청소년이 다른 사람보다 빈곤하다는 느낌에 빠지지 않도록, 정부가 모든 아동과 청소년에게 매월 10만~20만 원 수준의 소득을 지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아동과 청소년에게 지급하는 이유는 낙인 효과를 피하고 어린시절부터 체감되는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입니다.

부유한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예금을 증여할 때 정부는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예금에 높은 증여세를 부과해서 자녀들 간의 격차를 완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대신 정부가 부유층의 자녀에게도 같은 혜택을 제공해서 사회연대에서 소외된다는 느낌을 덜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두번째 단계는 이들의 정신건강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시리즈 글 중 <②왜 연대해야 하는가>에서 자녀는 부모의 스트레스를 생물학적으로 물려받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모든 치료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정부는 주기적으로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치료비를 지원해야 합니다.

세번째 단계는 무상교육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장에 진입해 일자리를 구해야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돈을 들여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돈을 벌려면 돈이 필요한 셈입니다. 모두에게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시장 입장료를 대신 부담해야 합니다. 특히 교육비를 책임져야 합니다.

정부가 이미 빈곤하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돕는 데에만 집중하기 보다 개인의 경쟁력을 키워서 빈곤과 실업을 예방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질병도, 화재도, 경제적 고난도 일어나기 전에 막을 때 예산을 아낄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근로장려금을 확대하고, 중소기업에 고용보조금을 지급하고, 공공주택 주택 보급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한 정책일 것입니다.

우리는 기존 담론을 극복하기 위해 고민해야 합니다. 다행히 우리가 따를 만한 선례와 연구들이 있습니다. 이를 참고해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새 연대 정책을 개발한다면, 우리나라도 충분히 남 부럽지 않게 연대하는 사회를 일굴 수 있을 것입니다. <끝>

글쓴이

이완 청년칼럼니스트

이완은 여러 정치 사상을 소개해서, 인물 중심 정치를 생각 중심 정치로 바꾸고 싶어한다. 의심의 힘을 믿는 회의주의자, 경제를 최대 다수의 이익에 부합하게 재조직하고 싶은 사회주의자다. <더 칼럼니스트> 창간 1주년 기념 칼럼 공모전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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