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만으론 청년 못지켜
청년 마약사범 증가, 구하기 쉬워서일까 좌절감 등 심리적 고통에 청년들 마약 중독돼 윤대통령, 청년 고통 덜어줄 ‘적극적인 정부’를
청년 마약사범의 급증
최근 10년간 마약에 손을 대는 청년이 급증했습니다. 대검찰청이 발표하는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2년에 총 9255명이었던 마약류 사범 수는 2020년에 1만8050명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2021년에는 1만6153명으로 소폭 줄었지만, 청소년 사범과 청년 사범은 계속 증가했습니다. 2012년에는 10대가 38명, 20대가 758명이었지만, 2021년에는 10대가 450명, 20대가 5077명까지 폭증했습니다. 이제 10대, 20대 마약 사범은 전체의 35%에 달합니다.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한 윤석열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 관련 기관을 총동원해서 공급망 차단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안타깝지만, 제가 보기에 전황은 대통령에게 유리하지 않습니다. 공급망 차단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마약에 손을 대는 이유는 마약 탓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독의 생물학적 원리는 신경 세포 덩어리를 자극하는 일보다 훨씬 복잡하다.” - 애덤 알터,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인과관계를 따지는 일은 복잡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먼저 일어난 사건이 그 뒤에 일어난 사건의 원인일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마약이 쾌락을 주고, 사람들이 마약을 찾으니, 마약이 사람들을 중독시킨다고 믿는 식입니다. 하지만 먼저 일어난 일이 언제나 나중에 일어난 일의 원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언제나 보이지 않는 숨은 원인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중독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분명 마약을 접한 뇌는 강렬한 쾌락 반응을 보입니다. 하지만 뇌는 마약 뿐만 아니라 술이나 스마트폰, 아이스크림이나 성인 영화를 접할 때에도 똑같이 반응합니다. 실제로, 연구자들에 따르면 마약 중독자와 스마트폰 중독자의 뇌는 매우 유사합니다. 우리를 즐겁게 하거나 편안하게 하는 모든 것은 뇌의 쾌락 반응을 자극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세상 모든 것에 중독되어 있지 않습니다. 술을 즐기는 사람이 모두 극심한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지는 않습니다. 청소년기에 성인물을 봤다고 해서 모두가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무언가가 쾌락 반응을 자극한다고 해서 곧바로 중독으로 이어진다고 결론지을 수 없습니다.
“뇌가 도파민에 흥건해지면 중독된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뇌는 쾌락을 유발하는 모든 사건에 똑같은 방식으로 반응하므로 중독을 야기하는 또 다른 요소가 있는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모두 어렸을 때 아이스크림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 애덤 알터,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과거에 이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정글 속에서 극한 상황에 내몰린 미군 병사들은 헤로인으로 고통을 달랬습니다. 헤로인을 접한 병사 수는 10만명에 달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병사들이 귀국하면 마약 문제가 극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헤로인은 중독성이 가장 강한 마약이었고, 전쟁이 끝나면 10만명의 헤로인 중독자가 고스란히 귀국할 예정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귀국한 병사들의 95%는 헤로인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헤로인의 중독성을 생각해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그 원인을 찾지 못했지만, 현대의 신경과학자들은 원인을 밝혀냈습니다. 신경과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이 무언가에 중독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그 무언가가 심리적 고통을 덜어준다는 사실을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심하게 외로울 때 술에 취해 본 사람은 술로 외로움을 잊을 수 있다는 것을 학습하게 됩니다. 그 사람은 외로울 때마다 당장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술을 마실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어떤 물건이나 행위로 부정적인 기분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게 되면, 사람은 그 물건이나 행위에 심리적으로 의존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중독의 원인은 물건 그 자체가 아니라 심리적 고통입니다.
“중독은 물질이나 행위가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학습해 온 생각, 중독자를 스트레스에서 보호해준다는 생각이 일으킨다.” - 애덤 알터,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물질이나 행위 그 자체는 중독성이 없다. 우리가 심리적인 문제를 해소할 수단으로 그러한 물질이나 행위를 이용하는 법을 학습할 때 비로소 중독된다. 예컨대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는 헤로인이나 음식이나 도박이 고통을 덜어준다는 사실을 학습할 수 있다.” - 애덤 알터,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따라서 마약에 손대는 청년이 많아진 이유는 단순히 자극적인 마약을 구하기 쉬워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법을 어겨서라도 자극적인 것을 찾아야할 만큼 심리적으로 고통스럽다는 것이 더 큰 원인일 것입니다. 청년 마약 사범이 늘어나는 현상은 청년층 사이에 퍼져 있는 좌절감, 우울함, 외로움 등 고통스러운 마음이 유발한 염증 반응인 셈입니다.
마음을 짓누르는 사회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언제나처럼 단속망을 회피할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아무리 단속해도 성매매와 불법 복제품이 성행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설령 정부가 마약을 완전히 뿌리뽑는 데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금방 마약의 대용품을 찾을 것입니다. 그 대용품은 포르노일 수도 있고, 묻지마 폭행일 수도 있고, 스토킹일 수도 있습니다. 염증의 원인을 바로잡지 않으면 한 곳의 염증을 치료해도 다른 곳에서 염증이 재발할 것입니다.

청년들의 심리적 고통을 해소시켜야
윤석열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사회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정부를 구성해야 합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시장에서 배제된 청년을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교육비를 낮추고 고용을 지원해서 청년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어떤 일을 하든 궁핍하지 않도록 근로장려금을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합니다. 청년을 공멸로 이끄는 과시적 소비 경쟁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고가 기호품에 더 높은 부가가치세를 부과해야 합니다. 청년이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을 지원하거나 생활동반자제도를 도입하는 일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국정 역량을 제한하고 있는 ‘작은 정부론’부터 버려야 합니다. 작은 정부는 소극적인 정부일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정부 활동에는 예산이 소요되는데,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문제가 크다면 그만큼 예산 규모도 커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방만하게 소모된 예산을 아끼는 작업은 필요하지만, 이미 갖고 있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과 재정 규모를 확장하는 일은 전혀 모순되지 않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마약에 손을 대야할 만큼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약만 문제가 아닙니다. 사이비 종교, 과격한 정치 활동, 자살, 묻지마 폭행, 성매매 등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청년은 온갖 위험한 일에 손을 대고 있습니다. 마약은 수 많은 염증 중 하나일 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은 정부라는 이념에서 벗어나서 청년에게 힘이 되는 정부를 구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마약과의 전쟁은 물론 온갖 사회문제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