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을 되돌아보게 한 파리 올림픽
제발 우리 국호 DPRK로 불러줘요 올림픽 남녀 메달도 남남북녀일까 KBS ‘반북주의’ 중계방송 도마에 훈훈했던 남북 젊은이들의 셀카
2024년 파리올림픽이 얼마 전에 끝났다. 국내 언론들은 북한 선수들의 경기를 제대로 취재하거나 분석한 기사를 내지 못했다. 북한 선수단의 수도 적었거니와 한국 기자들의 무례한 질문에, 북한 선수들을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8년만에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들의 활동 모습을 보고 느낀 단상을 정리해 보았다.
한국을 ‘조선’으로 부른 개막식 호명 실수
개막식이 열리자마자 가장 큰 화제거리는 한국 국호에 대한 호칭 실수 사건이었다. 아나운서가 대한민국(Republique de coree, Republic of Korea)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République populaire démocratique de coré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으로 부르면서 많은 한국 사람들이 화를 내고 모욕감을 느꼈다고 국내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두 이름이 상당히 비슷하다거나 Democratic이 북한 국호에 들어가서 더 혼돈스럽다거나 하는 변명도 가능했겠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기분 나쁠 수 있었다. 전세계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수철이’를 수철이의 오랜 라이벌이자 바로 옆집에 사는 ‘호철이’라고 불렀으니 말이다.
제발 우리 국호 DPRK로 불러줘요
마찬가지로 북한 또는 조선 선수들이 기자회견장에서 답변을 거부하거나 불쾌한 반응을 보인 대목도 있었다. 그들은 종종 ‘제발 우리 국호를 제대로 좀 불러 달라’고 호소한다. 즉 ‘조선’(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나 ‘DPRK’ 또는 ‘DPR Korea’로 불러달라는 것이다.
한국 사람이 그들을 앞에 두고 ‘북한’이라 부르면, 그들에게 이렇게 해석될 수 있다. “제가 속한 한국이 유일한 합법 정부이기 때문에 당신네 나라는 나라가 아니라 북쪽 지역을 무단 점거해 온 불법단체라는 거 아시죠?”라고. 이것은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 선수를 앞에 두고 ‘남조선’ 선수라고 부르면, “남쪽의 반국가 불법단체에서 나온 선수”라고 암시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된다.
올림픽 기간 동안 남북 국가의 호칭 관련 해프닝을 보면서 느낀 점은, 이제 한국 사람들 아니 기자들도 ‘역지사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국제무대의 공개된 장소에서 ‘북한’ 호칭이 그들에게 매우 모욕적으로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조선’이라고 부르기가 거북하다면 최소한 ‘DPRK’나 ‘DPR Korea’라고 부르는 것이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고 취재에도 도움을 될 것이다. 바이든 미국대통령도 정식국호인 DPRK라는 호칭을 쓰곤 하니까...

올림픽 남녀 메달도 남남북녀일까
이번 올림픽에서 “북한의 여성 파워가 주목받는 이유”를 분석한 BBC뉴스의 기사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북한의 이번 올림픽 참가선수 16명 중에 12명이 여성이었다. 북한이 올해 초에 선정한 2023년 최우수 선수 10명 중에도 8명이 여성이라고 한다.
이 기사는 국가의 체육정책, 여성지위 향상, 체력 조건 등 여러 전문가의 분석을 소개했는데, 어느 한 가지 분석만으로 그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권투선수 출신 북한이탈주민 한설송의 분석, 즉 “북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서구인과 비교해서 체력 열세가 덜하고, 서양의 여성 스포츠 역사도 길지 않으며, 북한 여성이 강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남한의 경우, 32개의 전체 메달 중 혼성종목을 배제하고 17개를 여성 개인이나 단체가 땄고, 남성 개인이나 단체는 10개의 메달을 획득했으니 여성이 우위였다고 할 수 있다. 또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여름 올림픽의 메달수를 종합했을 때, 총 282개의 메달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86개를 남성 선수가 획득했다. 혼성 종목을 제외한 금메달의 갯수도 남자 55개, 여자 38개로 남자가 1.5배 가까이 많다고 한다. 올림픽 메달 수로만 보았을 때 ‘남남북녀’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가별 메달 순위로 본 북한
미국 사람들은 올림픽 중계방송을 안 보기로 유명하다. 필자의 주관적 추측으로는, 국내의 프로스포츠가 덜 발달될수록, 그리고 국가주의적 분위기가 강할수록 그 나라 사람들의 메달 종합순위에 대한 관심은 더 큰 것 아닌가 생각된다. 필자의 경우도 국가별 메달 순위에 자꾸 눈길이 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북한의 경우 8년만에 올림픽 대회에 출전한 때문인지 국가별 종합순위 68위로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메달순위를 보였다. 북한이 남한을 앞지른 기록은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있었다. 남한 보다 24년이나 늦게 데뷔한 첫 여름올림픽에서, 북한은 남한이 그동안 한번도 따지 못한 금메달을 획득했고 금 1개, 은 1개, 동 3개로 22위에 올랐다. 남한은 유도에서 유일한 은메달 1개로 종합순위 34위였다.

중국이나 미국처럼 인구가 많고 국가적인 투자여력이 큰 강대국 국가들이 항상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일방적인 순위집계 방식이 있지만, 이에 대한 반론으로 나온 색다른 종합순위 방식도 있었다. 단순한 메달 수 합계가 아니라 인구나 GDP 대비 메달수를 집계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메달스 퍼 캐피터(Medals per Capita)’는 국민총생산(GDP) 대비 메달 수로 순위를 집계하는데,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국민총생산(GDP) 기준의 메달 순위에서 북한은 1위를 차지했고, 남한은 21위였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아래 표와 같이 북한이 15위, 남한이 40위로 집계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인구대비 메달 수로 순위를 매기면 중국은 항상 최하위권에 머물게 된다는 점이다.

KBS의 ‘반북주의’ 중계방송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중계방송도 있었다. 북한과 홍콩의 탁구 혼성복식 준결승 경기를 KBS2에서 중계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알 수 없지만, 방송진행 캐스터와 해설자가 일방적으로 홍콩을 응원하며 중계방송을 끝까지 이끌었다.
북한이 득점하면 한숨을 쉬며 아쉬워하고, 홍콩이 득점하면 환호를 지르는 방식이었다. 홍콩이 득점하면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힘찬 환호와 함께 화면에는 관중석을 가득 차지하고 있는 홍콩과 중국 응원단의 오성홍기가 휘날리는 장면이 반복되었다. KBS가 중국의 붉은 국기 아래 북한이 패배하기를 열렬히 응원하는 해괴한 장면이 이어졌다.
북한 팀을 이유없이 폄하하고 혐오를 부추기는 듯한 ‘반북주의’ 중계방송이 국민 시청자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에서 진행된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KBS는 이번 올림픽에서 일본 선수단의 경기를 여러 차례 중계했다.
한미일 또는 한일 군사동맹화, 독도의 분쟁지역화, 친일인사의 명예회복을 추진하려는 독립관장의 임명 등 해괴한 정부 정책이 요즈음 수없이 목격된다. 홍콩-북한 올림픽 탁구 중계방송을 보면서 필자는 느낀 것은, 수많은 친일 밀정식 외교행각을 덮기 위하여 북한에 대한 혐오를 증폭시키고 남북 대결을 조장하는 데에 정부와 KBS가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었다. 올림픽 관람 중에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기괴한 장면에 소름이 돋았다.
훈훈했던 남북 젊은이들의 셀카
가장 훈훈했던 장면은 남과 북의 탁구선수들이 중국선수들과 함께 환하게 웃으며 셀카를 찍는 순간이었다. 북한 선수들도 셀카 사진을 위해 자기 위치를 잡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에서도 특히 젊은이들에게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고 셀카가 이용되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국내언론은 물론 외신들도 이 순간을 인상깊게 보도했다. 미국 주간지 ‘타임(Time)’지는 “이 장면이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뜻깊은 이미지일 것”이라는 중국의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의 논평을 인용하면서, “금메달을 딴 중국 선수들은 관심을 덜 받은 반면, 쇼를 훔친 건 은메달과 동메달을 받은 북한과 한국 선수들”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 잡지는 “남북이 선전 전단지와 오물 풍선을 주고받는 한국전쟁 이후 최악의 상황에서, 남북의 젊은 선수들은 옹기종기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다”고 덧붙였다.
올림픽 전문 매체인 ‘인사이드 더 게임즈’도 2024년 파리올림픽을 빛낸 10대 장면 중 하나로 이 순간을 선정했다. 남과 북이 하나되는 역사적인 셀카로서 세계인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평가하면서, “정치적 경계를 초월한 동료애와 상호존중의 순간으로서 그것이 올림픽이 가진 통합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선수단은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 2007년 장춘 동계아시안게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등 10번이나 개막식에서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공동 입장한 경험이 있다.
2018년 강원도 평창에 북한 선수단이 왔다. 한반도기 휘날리며 공동입장도 했고 남북 단일팀을 함께 응원하기도 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전세계 어떤 전문가나 학자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필자는 남북 젊은이들의 셀카 속 환한 웃음을 보면서, 스포츠를 통한 남북 화해의 희망을 여전히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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