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식당 탈북 사건과 ‘심장에 남은 사람’
[박기찬의 말랑고소한 북한 이야기] 인민배우 최삼숙 딸의 충격 인터뷰 북한식당 13명 종업원, 비자발적 탈북? 최삼숙, 영화주제가 3천곡 부른 인민배우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 이산가족의 비극
추석연휴에 본 최삼숙 딸의 충격 인터뷰
추석연휴에 충격적인 인터뷰 영상을 보았다. 2017년 4월, 남한의 총선을 며칠 앞둔 상황에서 중국에 근무하던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으로 탈북한 사건이 있었다. 그 중 한명인 이지안(리은경)씨가 종편방송 스튜디오에 나온 것이다. 그녀는 탈북 당시의 상황에 대한 설명과 어머니 최삼숙에 대한 소개, 그리고 부모님에게 보내는 인사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흩어진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한가위 추석이어서 더욱 그랬을까. 그녀와 그녀 가족이 남과 북에서 겪어온 고통이 가슴 깊이 느껴졌다. 인터뷰의 순서대로 그녀와 그녀 가족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MBN뉴스, “좋은 북 음악 들려 줄래요” 북한식당 집단 탈북 이지안 씨 첫 공개 인터뷰, 2023.9.28.)

북한식당 13명 탈북, 비자발적이었나
먼저 앵커는 집단 탈북이 남한 정보기관이 기획한 납치의 결과라는 의혹에 대해 물었다.
앵커: 당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 북한도 그렇고 남측 일각에서도 국정원을 중심으로 우리 정부가 기획한 납치 사건이다 이런 주장이 있었어요?
이지안: 종업원들의 자발적 의도라기보다는 허강일 식당 지배인이 독단으로 이미 계획한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닝보가 북한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역이고, 그곳에 북한식당이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상황에 밀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지안(리은경)씨가 7년 전 집단탈북이 비자발적이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그녀는 20명의 종업원 중 13명은 남으로, 7명은 북으로 돌아갔다고 말하면서 그 사건이 식당 지배인의 독단적 계획에 의한 것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사건의 배후까지 그녀가 직접 확인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당사자로서 그녀는 남한의 정보기관이 식당 지배인과 기획했을 가능성에 대해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증언했다.
언젠가 이 사건의 전모도 낱낱이 밝혀질 것이다. 박근혜 정부시절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보기관의 기획 납치에 의해 북측 젊은이 12명의 인권이 유린된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 죗값은 누가 어떻게 치를 것인가.
어머니 최삼숙, 영화주제가 3천곡 부른 인민배우
그리고 방송 진행자는 곧바로 그녀의 어머니, 가수 최삼숙에 대해 질문했다.
앵커: 그때 13명 중 유명한 북한의 인민배우 가수 딸이라고 해서 더욱 부각이 됐었는데 어머님 최삼숙 씨는 어떤 분이신가요?
이지안: 북에서는 저희 어머니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가수입니다. 20살부터 40여 년간 영화음악을 비롯해 3천여 곡의 노래를 불러서 많은 인민의 사랑을 받았고요.
앵커: 아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군요. 혹시 우리가 알 만한 곡들이 있을까요?
이지안: 남한에서 알려진 곡 중에는 ‘심장에 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사내용이 인생을 살면서 길고, 짧은 만남이 수없이 있지만, 잠깐 만나도 심장에 남는 사람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가수 최삼숙은 인민배우 칭호를 받은 북한 최고의 가수 중 한명이다. 특히 영화 주제곡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970년대와 80년대는 TV만 틀면 그녀의 노래가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영화 주제가 ‘꽃파는 처녀’(1972년), ‘봄을 먼저 알리는 꽃이 되리라’(1980년), ‘도라지꽃’(1987년), 그리고 ‘심장에 남는 사람’(1989년)을 불렀다.
최삼숙은 원래 평양방직공장의 방직공으로 일했다고 한다. 그 곳의 예술소조에서 음악 활동을 하다가 전국노동자예술축전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1971년에 방송단의 가수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도 최삼숙이 등장한다. 북한에 살게 된 주인공 ‘윤세리’(손혜진 분)에게 마을의 이웃사람들이 이름을 묻자, 북한 가정집에 있던 최삼숙의 LP판 표지를 보고 자신의 이름을 ‘삼숙’이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그 후 마을 여성들은 그녀를 ‘삼숙 동무’라 부른다.

남한에서 생존한 북한 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
최삼숙은 해방전후 최고의 가수였던 남인수의 조카로도 유명하다. 그녀의 아버지가 남인수와 형제라고 한다. ‘애수의 소야곡’, ‘감격시대’, ‘이별의 부산정거장’ 등을 부른 남인수는 당대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가수로 기억되고 있다.
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은 한국의 노래방과 유튜브에서 가수 바이브와 조관우 버전으로 만날 수 있다. 최근에 나온 북한 노래 중에서 남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아닐까 싶다.
이 노래는 누구의 의도적인 노력 없이 북한에서 출발해서 중국을 거쳐 남한에까지 정착한 것이다. 발 없는 노래가 천릿길을 간 모습이니, 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세대를 이어 계속되는 이산가족의 비극
최삼숙의 가정사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민배우 최삼숙 딸의 탈북 사건은 또 다른 의미에서 큰 안타까움을 던져 주었다. 최삼숙은 경남 진주 출신의 아버지와 대구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한국전쟁 중에 개성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가 북으로 가면서 어쩐 이유인지 두 언니는 남한에 남게 되었다. 한 언니는 현재 프랑스에 산다고 한다.
최삼숙은 한국전쟁이 낳은 이산가족이다. 그녀는 이제 두 언니가 아니라 친딸과 남북 이산가족이 되었다. 한국전쟁이 종전된 지 70년이 지났건만, 이산의 비극은 세대를 이어 계속되고 있다. 최삼숙 가족의 비극은 아직도 그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말해 주고 있다.

다시 만날 날이 꼭 오리라 믿습니다
다시 인터뷰 방송으로 돌아와 진행자가 고향의 가족에게 인사말을 부탁한다. 리은경(이지안)씨는 부모님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반드시 가족과 다시 만날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앵커: 가족 생각도 많이 나실 거 같습니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인사 한 말씀 하신다면?
이지안: 아버지, 어머니 잘 계십니까. 고향을 떠난 지 벌써 10년이 되옵니다. 항상 가족이 그립고, 안부를 전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다시 만날 날이 꼭 오리라 믿습니다. 그날까지 건강하게 지내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번 인터뷰는 리은경(이지안)씨가 추석 명절에 평양의 부모님께 드리는 안부인사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탈북이 ‘비자발적인 것’임을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입장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탈북으로 인해 여러 가지로 곤란에 처해 있을지도 모를 북한의 가족들을 염려하는 마음도 컸을 것이다.
최삼숙, 리은경 가족의 얘기는 남과 북에 흩어져 사는 많은 이산가족의 아픔을 다시한번 상기시킨다. 최근 남한에 온 북한이탈주민을 포함하여 수많은 이산가족들은 자의든 타의든 전쟁과 분단의 상황에 의해 지금도 가족과 이별하여 살고 있다.
김규동 시인(함경북도 경성 출생, 1925~2011)은 아래의 시를 통해 어머니를 만났다.
북에서 온 어머님 편지
꿈에 네가 왔더라
스물세 살 때 훌쩍 떠난 네가
마흔일곱 살 나그네 되어
네가 왔더라
살아 생전에 만나라도 보았으면
허구한 날 근심만 하던 네가 왔더라
너는 울기만 하더라
내 무릎에 머리를 묻고
한 마디 말도 없이
어린애처럼 그저 울기만 하더라
목놓아 울기만 하더라
네가 어쩌면 그처럼 여위였느냐
멀고 먼 날들을 죽지 않고 살아서
네가 날 찾아 정말 왔더라
너는 내게 말하더라
다신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겠노라고
눈물어린 두 눈이
그렇게 말하더라 말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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