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21세기 통신전쟁터 ‘해저케이블’...우리 대비는?

[최수정의 유럽외교전] 스노든이 폭로한 ‘독 총리 통신감청’ 미·영, 헤저케이블 통해 도·감청 해와 해저케이블 정보탈취에 법 제재 못해 우리나라, 케이블 유지관리 법령없어 6월 북유럽서 ‘해저 케이블 보호법’ 논의

사이버 안보의 새로운 위협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해저케이블에 대한 고의적 절단사건. 사진출처= www.dominotheory.com
사이버 안보의 새로운 위협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해저케이블에 대한 고의적 절단사건. 사진출처= www.dominotheory.com

①에 이어서

스노든의 폭로로 드러난 바다밑 전쟁

두번째 문제인 해저케이블의 정보탈취 문제는 이미 2013년 영국과 미국 정보국에 의해 시도되었고, 이 작전에 참여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실체가 세간에 드러났다. 여기서 미국과 영국은 독일의 앙헬라 메르켈 총리,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 등 주요 정치인물들의 통신을 도청하였던 것으로 보도되었다.

독일은 이에 즉각적으로 반발했으나 미국은 사과를 거부했다. 특히 공해상 해저케이블에서의 정보탈취를 제재할 어떠한 법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에 부딪히게 되었다. 물론 개인의 인권침해를 이유로 비정부단체인 Big Brothers가 영국 정부를 EU 인권법원에 기소하였다(The Big Brother Watch 케이스, 판결 2021년 5월 25일). 그러나 결과는 기소한 비정부단체가 원하는 바와 좀 달랐다.

EU 인권법원에서는 무차별적인 대규모 정보탈취에 대해서만 불법성을 인정하였고, 사전 관련기관의 허가가 있었다면 합법적인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는 다소 황당한 판결을 내놓았다. 그 근거로 “평가재량의 한계(Margin of Appreciation)”이라는 법률원칙을 들어 해당 정보탈취행위의 불법성이 평가재량의 한계를 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공해상 해저케이블에 도청장비를 꽂고 타국의 중요한 정보를 탈취한다 할지라도 ‘들키지 않으면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임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그러나 이 사안은 여전히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즉, 국제공역에서 해당 행위를 규제하는 실정법이 존재하지 않으면 무조건 불법이 아닌가의 문제 말이다. 공해상의 경우 국제공역으로 해당 수역에 대한 이용과 관리에 있어 모든 국가의 ‘사전 주의의무(due regard)’가 존재한다. 이것에 대한 위반 정도가 합리적으로 수긍될 수 있는 수준인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 즉 국제공역에서 법이 없다고 국가가 아무런 법적 제재없이 마음대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독자적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이런 점을 인식한 전문가 그룹에서는 공해수역에서의 정보탈취행위가 금지되지 않았더라도 만약 발각될 경우 그 책임은 해당 국가가 전적으로 져야할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것 중 한 나라의 영토 안에서 타국이 허가되지 않은 정보탈취를 시도하다가 발각될 경우 외교적 유감표시로 그러한 인물들을 국외추방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다양한 경로로 불법적 수준을 넘지 않지만 해당 정보탈취행위에 대해 정치경제적 보복행위를 하는 사례들도 있다.

그러나 국제공역인 공해에서의 정보탈취행위는 어쩌면 위험성과 추후 파장면에서 타국 영토내에서 자행한 탈취행위보다 비용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다. 특수 장비와 인력만 있다면 그 의지에 따라 언제든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법천지가 따로 있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피해는 오롯이 해당 정보의 소유자와 소유단체의 몫이 되는 것이다. 물론 국가정보도 당연히 탈취될 수 있다.

정보탈취 또는 감청은 적국 뿐아니라 우방국으로부터도 일어날 수 있다. 사진=SBS뉴스 캡쳐
정보탈취 또는 감청은 적국 뿐아니라 우방국으로부터도 일어날 수 있다. 사진=SBS뉴스 캡쳐

국가안보 탈취는 우리에게 ‘시간문제’

중요한 것은 오늘날 수많은 국가안보관련 정보교환에도 해저케이블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해저케이블을 설치할 때 공급자가 어떠한 방식으로 해저케이블의 안전과 안보를 확보하고 있는 지에 따라 국가안보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미국이 중국을 경유하지 않는 해저케이블을 매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해저케이블 공급자 또는 설치자가 적성국일 경우 관련 해저케이블 매설에 관한 지리적 정보가 모두 해당 국가에 노출되는 위험을 안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해저케이블 공급 또는 설치회사의 지분 참여를 통해 적성국가가 진출하게 될 경우 해저케이블 생산 및 공급, 그리고 설치 및 유지보수 등 어떠한 곳에서도 적성국가가 개입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결국 정보전쟁의 입장에서 보안조치 요구가 먹히지 않을 수 있다. 지난 2017년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가 호주와 남태평양 섬나라들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매설사업을 중국 화웨이에게 맡기려고 했을 때, 호주가 극구 반대하였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만약 한반도를 중심으로 해저케이블 매설에 중국자본이 진출하거나 중국에서 생산된 해저케이블이 깔릴 경우를 상상해보자. 우리 해저지형의 노출과 정보교환시 발생할 비밀유출 등에 있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현실이 다가올 것이다. 서구사회에서 중국 자본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으로 ‘스노든 사건’에서처럼 표면적으로 동맹국으로 간주되던 국가로부터 미허가 정보탈취사건을 당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국가의 기간시설에 대한 안전정비가 독자적으로 구축되어야 할 필요성이 시급해지고 있다.

한국의 해저 케이블 인프라. 출처= Telegeography의 해저 케이블 지도.
한국의 해저 케이블 인프라. 출처= Telegeography의 해저 케이블 지도.

우리나라도 해저케이블을 깔아서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천에서 중국 칭다오로 들어가는 해저케이블 선은 한·중이 함께 깔았을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LS전선이 거의 독보적인 기술과 매설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해저케이블 도착 포인트는 거제도와 부산인데, 여기에 들어오는 모든 해저케이블에 우리나라가 다 관여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는 해저케이블 관리 및 유지에 관한 법령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향후 이것이 국가안보 정보관리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것이고 시공사를 중국기업이나 중국전선 사용에 대해서도 큰 문제인식이 없는 점이 우려된다.

오는 6월 초에 핀란드에서 개최되는 북유럽 국제법학회에서는 해저케이블 보호에 관한 거버넌스가 논의될 예정이다. 이어 6월 말에 예정된 나토 회의에서 해저케이블에 관해서 중요한 최신 내용이 다루어질 것이다. 나토는 국제관행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기구, 자기들의 정책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쓴이

최수정 칼럼니스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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