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회에 극우당 AfD가 울리는 경고음

[최수정의 유럽외교전] 독일 민주주의의 딜레마 대안당(AfD) 작년 11월 ‘반독일 비밀계획’ 사건 발각 ‘극우정당’ 분류되면 당원들 공직 떠나야 경제 침체하자 “반이민 민족주의” 먹혀 일부 독일인 “국민이 원하는 게 민주주의”

포츠담 비밀회담에는 누가 참석했을까를 두고 독일언론이 연일 취재했다. 사진=dpa
포츠담 비밀회담에는 누가 참석했을까를 두고 독일언론이 연일 취재했다. 사진=d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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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0일 한국 총선이 끝났다. 그 결과는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일 것이다. 국민들은 변화를 요구했다. 지금 총선결과를 두고 다수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한국의 민주주의는 작동하고 있다.

독일에서 진행되는 정당에 대한 헌법재판

한편 선진적 민주주의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독일에서는, 지금 독특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 연방 내무부(Bundesinnenministerium)에 소속된 국내 정보기관인 독일 헌법수호청(Verfassungsschutz)이 독일 대안당(Alternativ für Deutschland, 이하 AfD)을 ‘우익극단주의’로 분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즉 독일 연방 정부가 헌법상 보장된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보호하기 위해 AfD를 극우당으로 분류해 이를 국민들에게 공표할 계획이다. 논의는 이미 결론에 도달한 상태로, 1만5천 쪽에 달하는 사례분석을 통해 AfD가 국가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극우주의자들의 모임이라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도됐다.(3월 12일자 독일일간지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눙) 물론 많은 다른 일간지들도 독일 AfD에 대한 헌법수호청 결정을 비슷하게 예상하고 있다.

2023년 11월 반헌법적 비밀모임의 ‘충격’

AfD에 대해 공개적이고 범국가적 차원에서 부정적 기류가 형성되는 데는 지난 1월 10일자 발표된 correctiv의 르포 기사 “반(反)독일 비밀계획”이 결정적이었다. 이 기사에 의하면 두 달전인 2023년 11월 25일 토요일 오전 포츠담 근교 호텔(Landhaus Adlon)에서 AfD 대표의 자문역, 전직 의사, 기업가, 변호사, 두 명의 기독민주당(CDU) 회원까지 포함한 극우주의자들의 비밀모임이 있었다. 이들의 주요 의제 중 하나는 이민자 추방을 위한 마스터플랜이었는데, 독일시민권의 소지 여부와 관계없이 망명신청자, 영주권 소지 외국인 등을 독일에서 추방해야 할 사람들로 분류했다는 내용이다. 이는 바로 독일인들의 기본법, 시민권과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나아가 보다 강력한 법률입안을 통해 독일에 동화되지 않고 독일어가 부족한 독일 국적 소지자들을 추방시켜야 한다는 견해를 서슴없이 주장했다.

독일 연방의회 AfD 의원, 로제 게리트 휴이는 비밀회의에 참석하여 독일시민권자를 포함한 수백만 명의 독일인 추방 마스터 플랜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 correctiv.org
독일 연방의회 AfD 의원, 로제 게리트 휴이는 비밀회의에 참석하여 독일시민권자를 포함한 수백만 명의 독일인 추방 마스터 플랜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 correctiv.org

이들에 대한 체포는 correctiv라는 르포 기자들과 연구자들의 심층 추적을 통해 모든 사진 증거가 수집되었고 참석한 일부 참석자들의 진술을 통해 정보의 신빙성을 확인한 후 올해초에 발표됐다. 그후 각 지역에서 AfD에 대한 정치참여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과 정치권의 집단적 AfD 거부 움직임이 거리행진을 통해 펼쳐졌다. 울라프 숄츠 총리도 1월 24일 Zeit지와의 인터뷰에서 AfD를 독일에 대한 위험으로 간주하며, 현재의 ‘신호등 연합’ 정부의 AfD 비판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보면 독일 전체가 AfD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AfD의 태동과 그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과연 독일인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정당인가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AfD: 독일연방의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며 출범

AfD는 1993년 독일내 유로화 도입 저항운동과 맞물려 “독일연방의 자치적 독자성”을 부르짖는 독일 엘리트 계층의 목소리에서 시작한다. 결정적으로 2010년 3월 25일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유로존 위기 해법으로 ‘EU의 그리스 구제책’에 동의하자 이에 대응하여 “2013년 선거대안”이 창립되었고, AfD로 공식화되었다.

초기 이들의 주장은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유로화로 인한 독일의 대외경제정책을 초당적으로 거부하자는 것이었다. 독일이 아닌 다른 나라의 경제를 지원하지 말고 전체 EU 경제정책의 부담을 떠맡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 하나 살기도 힘든데 뭐하러 남의 나라를 지원하느라 국민의 세금을 축내려고 하느냐는 주장이었다. 2013년 4월 13일 AfD 베를린 창당대회에서 재정적으로 든든한 후원자들과 중소기업의 지원이 줄을 이었다는 점과 기존 보수당 및 자유시장경제주의자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 등에서 볼 때, 초기 성격은 부르주아 정당이었다는 점도 특이하다.

AfD: 우익 포퓰리즘과 반이민정책으로 지지층 확대

이들의 정치가 점점 진화하면서 대중들에게 흡수될 만한 가장 큰 테마는 “우익 포퓰리즘과 반이민 정책의 요구“였다. 초기에 경제적 독자성을 중시하던 온건파의 움직임이 쇠퇴하고 난민홍수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AfD는 2015년 함부르크, 브레멘 의회 진출을 시작으로 작센, 바르템뷔템부르크, 메클렌부르크포메라니아, 베를린 의회까지 성공적으로 진출을 이루어냈다. 그들은 2015년 주정부 선거에서 최고 24.3%에 이르는 지지를 받기에 이를 정도로 기성성당이 하지 못할 만큼 국민들의 불만을 대변해주었다. 2024년 1월 30일자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르포기사가 보도되고 이들에 대한 체포가 있은 후 AfD는 약간의 지지율 하락만있었을 뿐 여전히 19%의 높은 지지율을 나타냈다. 이는 ‘신호등 연합’ 정부의 리더격인 사회민주당(SPD)의 15% 지지율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심지어 올해 4월 6일 RBB24(베를린브란덴부르크 공영방송)에 의하면 AfD는 브란덴부르크에서 25%의 지지율로 SPD나 CDU(기독민주당)보다 높았다. 이런 분위기라면 올해 9월에 있을 브란덴부르크 주선거에서 AfD가 가장 높은 지지율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벌써부터 그들은 주정부를 구성하여 직접 정부혁신에 돌입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AfD가 단독 과반을 획득하지 않는 한 연합정부가 들어서야 하기 때문에 다른 정당이 보이콧할 경우 AfD의 주정부 장악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올해 9월 치러질 브란덴부르크 주선거에서 승리가 예상되는 AfD 대표 한스-크리스토프 베른트 사진= rbb24.de
올해 9월 치러질 브란덴부르크 주선거에서 승리가 예상되는 AfD 대표 한스-크리스토프 베른트 사진= rbb24.de

반이민 정책에 내포된 강력한 ‘독일민족주의 욕망’

독일인들은 AfD의 정책 중 무엇을 거부하고 있을까? 가장 핵심은 반(反)이민정책이다. AfD는 이민정책을 통해 중산층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며, 사회불안을 조장하는 이민자들에 대한 인내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 가운데 헌법보호청은 “그들의 극우주의적 행위가 반헌법적”이라는데 문제를 삼고있다. AfD의 하부조직인 청년대안당(Junge Alternative, JA)은 “특정민족으로 이해되는 국민 개념”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독일기본법의 국민개념을 벗어난 것이다. 특정 인종과 민족의 소속을 개인의 실체적 가치와 결부시키는 사람들을 극우주의자들로 정의할 때, AfD가 벌이는 사회운동이 “민족주의, 인종주의, 반유대주의 등 집단적 혐오를 부추기는 운동”과 직결된다는 게 헌법보호청의 판단이다.

독일에서는 기본적으로 “우리 민족(Unser Volks)”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인종차별주의자로 의심한다. AfD는 대부분 그런 식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다민족, 다인종이 사회를 이루고 있는 곳에서 이와 같은 언어는 매우 배타적 언어사용으로 평가될 수 있다.

헌법수호청의 분류로 AfD가 헌법에 위반된 극우정당이 될 경우, AfD 당원으로서 공직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이들은 임용 당시 선언한 헌법수호를 위배했기 때문에 이들의 사임과 탈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공무원에 대해서도 정당가입을 허용하고 있는 바, AfD를 탈당하지 않는 공무원들은 징계 및 연금 박탈 같은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AfD의 친러시아적 경향도 문제

최근 불거진 또다른 논란은 AfD와 러시아의 연관성이다. 이번 4월 독일과 체코 일간지 및 잡지(Zeit, Denik N, Kontraste)들은 AfD 유럽선거 후보인 페트르 바이스트론(Petr Bystron)이 친러시아 네트워크로부터 2만 유로를 받았다는 주장과 함께 기소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는 네트워크들은 유럽선거가 6월로 다가오자 친러시아성향 후보들의 당선을 돕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은 체코 정보국에 의해 감청됐는데, 체코가 친러시아 플랫폼으로 제재대상에 올린 ‘유럽의 소리(VoE)’의 감시자료 일부 내용인 것으로 알려진다. 당사자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AfD 정치인들이 했던 친러시아적 행동들이 이미 널리 확인되고 있다.

AfD 지도자인 티노 크루팔라(Tino Chrupalla)는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독일 중산층과 산업계를 도왔고, AfD의 기본원칙은 독일 시민의 이익에 있다“라고 독일 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다. 이처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독일 사회가 러시아에 대한 경계심이 느슨할 때 독일내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 무감각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이후 독일의 외교정책과 EU의 대외정책은 러시아와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데, 노드스트롬 가스관(Nordstrome2)의 재가동을 주장하는 AfD의 태도를 볼 때 분명 러시아 자금이 AfD 금고로 유입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는 게 오늘날 독일의 현 주소이다.

친러시아 네크워트로부터 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페트르 바이스트론. 사진출처= dw.de
친러시아 네크워트로부터 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페트르 바이스트론. 사진출처= dw.de

AfD: 경기침체와 중산층의 위기를 이용한 ‘우경화’

코로나 사태 이후 독일경제는 많은 중산층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중소기업들의 파산이 늘어나면 국민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제 위기는 국가의 개방성을 떨어뜨리고 복지비용의 지출 감소로 나타난다. 지난 2015년 메르켈 총리 시절 받아들인 수많은 시리아 난민들과 2022년 우크라이나 난민들에 대한 사회보장 지출은 세금을 내는 독일인들에게 부담스러운 이슈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크고 작은 난민관련 사건 사고로 인해 난민촌의 추가 확대가 어려워지고 있다. 정치인들조차 불법이민 또는 정체가 애매한 난민들에 대해 불편한 시각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AfD에 대한 독일인들의 지지는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일부 독일인들은 국가의 민주주의는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지,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즉, 다수의 세금을 내는 중산층들의 보수적 가치와 삶의 안정, 일자리 보장을 위협하는 정치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자신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독일 국민들이 AfD를 통해서 얻고 싶은 보수주의적 가치는 자신들 스스로 선택하는 ‘국가의 우경화’다. 그리고 그 선택은 독일의 운명을 그런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독일인들이 두려워하는 모습을 AfD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면, 이는 독일 중산층들의 속내일 수 있다.

독일의 AfD가 세를 키우는 배경을 생각할 때 독일 국민이 이를 대안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국가의 우경화를 막고 싶다면 우선 경기침체를 막아 다양성을 포용할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 국가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기 시작하면 국가 개방의 문이 닫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과연 한국인들이 독일인들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글쓴이

최수정 칼럼니스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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