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 섬, 고립속 ‘독립 진화’의 비밀

[하영균의 진화생태 경제학] 생물종 90%, 이 섬에만 있는 고유종 창시자 생물, 원시상태서 폭발적 분화 여우원숭이, 원시모습 지키며 종 분화 바오밥나무, 불가사의한 ‘물 조절 능력’ 갈라파고스화 된 일본 경제의 교훈

마다카스카르 섬의 알락꼬리 여우원숭이.
마다카스카르 섬의 알락꼬리 여우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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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상한 섬 마다카스카르

마다가스카르는 흔히 ‘여덟 번째 대륙’이라 불린다. 이 섬은 ‘고유성의 보고(Hotspot of Endemism)’, 즉 고유종만 특별히 서식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이 섬에 서식하는 생물종의 약 90% 이상이 오직 이 곳에서만 발견된다. 마다가스카르가 아프리카 대륙 환경의 치열한 진화적 압력으로부터 격리된 고대 생물군이 그대로 살아남는 진화적 ‘타임 캡슐’의 가치를 갖고 있음을 뜻한다. 마다가스카르가 지닌 생태학적 진화의 특징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로 지리적 격리다. 마다가스카르의 섬 위치는 초대륙인 곤드와나(Gondwana)의 분열 사건에 의해 결정되었다. 마다가스카르는 중생대 쥐라기 후기 약 1억 6천 5백만~1억 5천만 년 전에 아프리카 대륙으로부터 분리되기 시작했다. 이어 백악기 초기인 약 1억 3천 5백만~ 1억 2천만 년 전에는 인도 대륙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돼 현재의 거대한 섬으로 고립됐다. 이로써 대륙 본토와의 유전자 교환이 장기간 영구 차단됐다. 마다가스카르의 독특한 생물상은 1억 년이상에 걸친 지질학적 격리에서 비롯됐다.

1억 6천5백만~1억 5천만년전 아프리카 대륙에서 떨어져나온 마다카스카르 섬.
1억 6천5백만~1억 5천만년전 아프리카 대륙에서 떨어져나온 마다카스카르 섬.

섬의 창시자, 여우원숭이와 바오밥나무

대륙에서 완전 분리된 후, 이 섬에 도달한 생물들은 주로 우연한 해류나 폭풍에 의한 이동을 통해서였다. 초기엔 극히 제한적인 개체군으로, 매우 작은 유전자 풀(Gene Pool)을 형성했다. 이러한 현상을 창시자 효과(The Founder Effect)라 한다. 종 분화의 초기 단계에 유전적 부동(遺傳的 浮動, Genetic Drift: 작은 개체군에서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대립 유전자의 빈도가 변동하는 현상)의 영향이 컸다. 이후 수천만 년 동안 대륙와의 유전자 교류 없이 독립적인 진화 경로를 밟게 됐다.

마다가스카르의 격리는 진화에 있어 두 가지 상반된 효과를 유발시켰다. 즉 진화적 관성(Evolutionary Stasis)과 적응적 가속(Adaptive Acceleration)이라는 진화 생물학적 현상이다. ‘진화적 관성’은 여우원숭이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여우원숭이는 흔히 ‘원숭이’로 불리지만, 학문적으로는 원숭이(monkey)나 유인원(ape)과는 구별되는 원원류(原猿類 Prosimians; 원숭이와 유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영장류를 통칭)에 속한다. 5천3백만 년 전 이 섬이 고립된 후 여우원숭이의 조상이 모잠비크 해협을 건너 도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륙의 영장류는 치열한 경쟁을 겪으며 고도로 진화한 반면, 마다가스카르에 정착한 여우원숭이의 조상은 경쟁 압력의 부재 덕분에 원시적인 형태를 유지하며 생존할 수 있었다.

원시상태에서 폭발적 종 분화

‘적응적 가속’은 폭발적인 종 분화로 나타났다. 창시자 생물들은 원시적 형태를 유지하는 동시에 섬 생태계 내에는 마음대로 먹이를 섭취하고 이동하며 번식했다. 이에 필요한 다양한 비어 있는 생태적 지위, 예를 들어 대형 초식, 소형 야행성, 중형 육식 등의 생물의 모습으로 진화했다.

마다가스카르에 도달한 초기 소수 개체군(Founder population)은 생태계내 비어 있는 자리를 채워야 하는 강력한 내부적 압력을 받았다. 그 결과, 유전자(DNA) 수준의 작은 변화가 빠르게 축적되어 100종 이상의 형태로 폭발적으로 종의 분화가 촉진되었다. 이는 격리된 환경이 진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강력한 필터이자 동시에 다양화를 증폭하는 가속기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이다.

둘째로는 독립 진화다. 대륙에서는, 특히 영장류 같은 포유류는 생존 경쟁과 포식자의 압력에 노출되어 엄청난 진화적 압력을 받는다. 적응력이 약하거나 원시적인 종들은 소멸하고, 환경 적응력이 강한 종만이 ‘적응 방산’(하나의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생물들이 각기 다른 환경에 적응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는 진화 과정)을 하며 살아남는다. 반면 마다가스카르 생태계는 주로 ‘경쟁의 부재’라는 독특한 환경적 조건에서 독립 진화가 가속화됐다.

섬으로 건너오는 대륙의 강력한 포식자(특히 식육목, 대형 포유류)나 경쟁 종(고등 영장류)이 없었다. 초기 정착 종들은 이처럼 경쟁 압력에서 해방되어 있었다. 원시적 형태의 여우원숭이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생존하고 폭발적인 종의 분화로 이어졌다.

원시적인 모습에서도 수백가지 다양한 형태로

셋째로는 ‘제한된 적응 방산(適應 放散)’이다. 이는 제한된 조상 종이 격리된 환경 내의 비어 있는 생태적 지위(Niche: 니치)를 점유하기 위해 매우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다양한 형태와 기능으로 분화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대륙에서 영장류는 치열한 경쟁과 진화 압력을 겪으며 현생 인류의 선조까지 이어지는 복잡한 ‘적응 방산’ 경로를 밟았다. 반면, 마다가스카르에서 여우원숭이는 경쟁 압력에서 완전히 격리되어 초기 조상이 가진 원시적 특징을 보존하는 동시에, 비어 있는 생태적 지위를 최대한 활용하며 분화할 수 있었다. 지리적 격리 덕에 여우원숭이는 원시성 보존과 함께 100여 종 이상의 분화라는 생태적 다양성을 이뤄냈다.

광범위한 ‘적응 방산’은 대륙에서라면 다양한 포유류 그룹이 점유했을 생태적 지위를 이 섬에서 여우원숭이가 대신 채우는 ‘생태적 대리(Ecological Proxy)’ 현상을 일으켰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마다가스카르에는 대형 식육목이나 대형 초식동물이 없었기에, 여우원숭이들은 주행성, 야행성, 과일 섭취, 잎 섭취, 심지어 일부 육식 경향을 포함하는 극도로 다양한 생활 방식을 발전시켰다. 그 결과로 마다가스카르는 어디 대륙에도 없는 동물과 식물을 보존하는 대륙이 되었다. 대표적으로 살아남은 종이 ‘여우원숭이’와 ‘바오밥 나무’다.

마다카스카르의 바오밥나무.
마다카스카르의 바오밥나무.

바오밥나무의 비밀

바오밥나무(Adansonia L.)는 속씨식물(Angiosperms) 강, 쌍떡잎식물(Eudicots) 군, 장미군(Rosids)에 속하며, 아욱목(Malvales)에 포함된다. 과거에는 판자과(Bombacaceae)로 분류되었으나, 현대적인 계통 발생학적 분석을 통해 아욱과(Malvaceae) 목화아과(Bombacoideae)로 재분류되었다. 마다가스카르 고유 바오밥나무는 대륙종과 확연히 구분되는 형태적 특이성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고유종인 그랑디디에르 바오밥(A. grandidieri)은 특유의 곧고 거대한 기둥 형태를 갖고 있다. 이러한 형태적 차이와 특이한 꽃 구조는 격리된 환경에서 대륙종의 유전자 혼합이 차단된 상태로 독자적인 생리적 적응, 특히 수분 시스템의 특화로 인한 결과이다.

바오밥나무는 거대한 줄기에 비해 빈약한 가지를 가져 마치 뿌리가 하늘로 솟아난 것 같은 독특한 ‘역삼각형 수형(upside-down tree)’으로 불린다. 이 나무는 최장 5,000년까지 생존하는 혈관 식물 중에서도 가장 장수하는 종으로 알려져 있다. 극한 환경에서의 생존력과 유전적 안정성이 입증된다. 바오밥 나무의 핵심적인 생존 전략은 ‘물 저장 능력’에 있다. 줄기는 부피의 최대 80%를 물로 채울 수 있으며, 이 물은 건기에 주변 생태계 전체의 생명줄 역할을 한다.

주변 생태계를 혼자 지키는 나무

저장 능력 외에도, 바오밥 나무는 생리학적으로 극단적인 ‘가뭄 내성(耐性)을 갖추고 있다. 가뭄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오밥 나무는 기공 전도율(stomatal conductance, 기공이 얼마나 많이, 크게 열려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을 급격히 낮춰 물이 증발하는 증산율(transpiration rate)을 최대 90%까지 줄인다. 이는 다른 건조지 식물들이 약 25%의 감소율을 보이는 것에 비하면 현저히 두드러진 능력이다. 이러한 생리학적 조절 능력은 나무가 극한 환경에서 물을 보존할 수 있게 하는 핵심 방어 기제다. 바오밥 나무는 건조한 사바나 생태계에서 토양 침식을 방지하고, 토양 조건을 습하게 유지하며, 영양분의 효율적인 순환을 촉진한다.

이 나무는 또 수많은 동물에게 필수적인 자원을 제공한다. 열매와 씨앗은 원숭이와 혹멧돼지의 먹이가 되며, 밤에 피는 꽃은 갈라고(아프리카 대륙에 서식하는 작은 야향성 영장류)와 과일 박쥐의 중요한 꿀 공급원이다. 특히 박쥐는 긴 거리를 이동하며 꿀을 섭취하고 수분(受粉 pollination)에 기여함으로써 바오밥 나무의 번식을 돕는다. 바오밥 나무 꽃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야간 개화다. 크고 흰색의 바오밥 나무의 꽃은 해질녘에 개화해 최대 15시간에서 24시간 동안만 생식 능력을 유지한다. 이러한 야행성 개화 패턴은 나방, 박쥐 또는 여우원숭이와 같은 야행성 수분 매개자를 유인하도록 진화한 덕이다.

마다가스카르는 ‘지질학적 격리’라는 극한의 조건 하에 수립된 독특한 진화적 실험장이라 할 것이다. ‘독립 진화’는 유전자(DNA) 수준에서 발생하는 변화가 고립 환경에서 누적되고 증폭된 결과이다. 격리는 원시적 형태의 보존과 폭발적인 다양화를 동시에 가능하게 한 이중적인 동력이었다.

산업적 격리에 빠진 일본

마다가스카르의 생태학적 진화 특징(지리적 격리, 독립 진화, 적응 방산)과 비슷한 경제적 산업적 격리를 겪은 국가로 일본을 들 수 있다. 1990년대초 버블 붕괴 이후 일본 경제가 경험한 ‘잃어버린 시대(The Lost Decades)’는 세계적으로 유래가 드문 경제적 사례로 꼽힌다. 마다가스카르의 생물학적 진화가 ‘섬’이라는 물리적 격리에서 비롯되었다면, 일본 경제의 현상은 글로벌 경제 흐름 속에서 발생한 ‘제도적/산업적 격리’로 해석이 가능하다.

마다가스카르에서 ‘창시자 효과’와 ‘진화적 타임 캡슐’이 발생했듯이, 일본 경제는 1990년대 이후 일종의 산업적/제도적 격리 상태에 있었다. 버블 붕괴는 일본 기업과 가계에 자산 가격 하락과 장기 침체라는 강력한 초기 조건을 부여했으며, 이는 현금 보유 선호와 소비 위축이라는 극히 제한적인 경제 주체의 행동 양식을 형성했다.

특히 일본 경제는 장기 디플레이션 환경 속에서 ‘가격 불변성’과 ‘위험 회피’라는 진화적 관성에 갇혔다. 공격적인 투자나 혁신과 같은 진화적 압력이 부족해지면서, 과거 고도 성장기의 관행인 종신 고용, 비효율적인 기업 구조가 경쟁 압력의 부재 속에서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즉 변화보다는 경제적 산업적 격리를 선택함으로써 일본 경제 스스로 ‘갈라파고스 효과’를 통해 일본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했다. 처음에는 느낄 수 없지만 서서히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그것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도장을 없애는 전자 결재 대신에 도장 찍는 로봇을 개발한 일본. 빨간 통이 인주 통이다.
도장을 없애는 전자 결재 대신에 도장 찍는 로봇을 개발한 일본. 빨간 통이 인주 통이다.

전자 결재 대신 로봇으로 도장찍는 일본

또 일본 경제는 독립 진화를 함으로써 외부 압력 없이 내부 압력(Internal Pressures)에 의한 경제만을 유지하려했다. 글로벌 경쟁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금리와 정부 지원책으로 인해 혁신이 느린 ‘좀비 기업’이 도태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강력한 시장의 압력이 부재해 효율적인 적자생존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가 만들어졌다. 또한 경제의 ‘갈라파고스화’로 외부 유전자(글로벌 표준 및 혁신)의 유입 없이 내수 시장의 특수성에 맞추어져 독자적으로 발전한 기술이나 서비스만 남았다.

이는 독자적인 생태적 압력(내수 중심 사고)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 독립 진화의 형태였다. 일본이 독립 진화와 같은 정책을 취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내수 규모가 컸기 때문이다. 대외 의존을 하지 않고도 내수만으로도 경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주요한 요인이다.

또 제한된 ‘적응 방산’ 효과로 보수적 ‘틈새시장’ 점유가 이루어졌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일본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을 주도할 수 있는 공격적인 산업군 형성(적응 방산) 대신, 기존 산업 내에서 고도의 정밀함이나 장인정신 기반 기술로 틈새시장을 채우는 보수적인 ‘세분화(Differentiation)’에 주력했다. 그 바람에 경제 전체의 성장 동력이 발생하지 않았다. ‘생태적 대리’의 실패로 일본 기업들은 디지털 경제라는 새로운 ‘생태적 지위’를 창출하거나 점유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대신 과거 성공 기업들은 과거의 성공 방식(원시적 특징)에 갇혀 새로운 지위를 글로벌 경쟁자들에게 내어주는 ‘생태적 지위 점유 실패’를 경험했다.

전자 결제 대신 로봇이 도장을 찍는 것을 디지털화로 인식할 정도로 디지털화에 무지해 결국 일본은 디지털화의 무덤이 되었다. 이제는 일본의 미래를 누구도 확신할 수 없게 됐다. 일본은 경제적 격리를 통해 경제를 지탱하고 있었지만 뿌리부터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즉 변화의 시기에 변화를 하지 못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한국은 고립될만큼 크지 않다

일본 경제는 글로벌 적응력이 떨어졌고 과거 식민지였던 대만과 한국 및 중국에 추월당하기 시작했다. 경제적 격리가 사라지는 시점이 되면서 국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일본의 산업들은 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경제적 격리는 일정 시간을 기존의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그 격리를 영원히 유지할 수 없다면 격리에서 해제되는 순간부터 급격히 무너지고 만다.

한국 경제도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초입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너무 급격한 개방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장기간의 격리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본의 경험을 교훈 삼을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는 스스로 경제적 격리를 통해서 독자 진화를 할 것인지, 아니면 시장 개방을 통해 위험을 감수하며 경쟁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한국은 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일본과는 다른 방법을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이 일본과는 달리 내수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경제라는 사실이다. 그 점이 오히려 한국 경제를 강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한국의 미래는 분명히 일본과는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글쓴이

하영균 에너지11 기술 대표

필자인 하영균 에너지 11 기술대표는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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