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가짜 음경’을 진화시킨 하이에나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 최상위 포식자의 반전 하이에나는 ‘사체 청소부’라는 오해와 달리, 아프리카 생태계에서 사자와 견줄 만한 강력한 치악력과 영장류 수준의 지능, 그리고 고도로 조직된 클랜(Clan) 사회를 유지하는 최상위 포식자다.
- 해부학적 모순과 사회적 이득 특히 암컷의 ‘가짜 음경’은 출산 과정에서 15%에 달하는 높은 사망률이라는 치명적인 비용을 발생시키지만, 이를 통해 강제 교미를 차단하고 강력한 모계 중심의 혈연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사회적 주도권을 확보합니다.
- 진화적 타협의 결과 결국 하이에나의 기이한 외형과 공격적인 사회 구조는 개인의 생식적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공동체의 안전과 먹이 독점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이득을 선택 한, 생존을 위한 정교한 진화적 타협의 산물이다.
‘수렴 진화’에 성공한 하이에나
생물계의 가장 밉상으로 꼽히는 하이에나과(Hyaenidae)는 진화생물학과 행동생태학 연구에서 볼 때 아프리카 생태계에서 가장 고도로 진화한 영리하고 협력적인 포식자다.
하이에나과의 독창적인 생존법은 극단적인 해부학적 특이성인 가짜 음경(Pseudo-penis)과 철저한 모계 중심의 사회 구조, 영장류에 비견되는 사회적 지능, 그리고 한번 물면 놓아주지 않는 치악력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결과물이다.
점박이하이에나(Crocuta crocuta)를 비롯한 하이에나과 생물들은 외형과 사냥 방식 면에서 개과(Canidae) 동물과 매우 흡사해 분류학자들에게 큰 혼란을 주기도 했다.
하이에나가 개과 동물과 공유하는 뛰어난 지구력, 사회적 사냥 방식, 뼈를 부수기에 적합한 단단하고 큰 어금니 등은 모두 식육목 내에서 독립적으로 획득된 수렴 진화(Convergent Evolution, 서로 다른 조상에서 유래한 생물들이 비슷한 생존 전략을 택하면서 결과적으로 외형이나 기능이 비슷해지는 현상-편집자주)의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 계통분류학적 분석에 따르면, 하이에나는 개아목(Caniformia)이 아닌 고양이모양아목(Feliformia)에 속하며, 사자나 고양이뿐만 아니라 사향고양이과(Viverridae) 및 몽구스과(Herpestidae)와 유전적으로 훨씬 더 가깝다.
현재 지구상에 생존해 있는 하이에나과는 점박이하이에나, 줄무늬하이에나(Hyaena hyaena), 갈색하이에나(Hyaena brunnea), 땅늑대(Proteles cristatus)의 단 4종뿐이다.
이 중 가장 거대한 점박이하이에나는 몸무게가 40~80㎏ 정도로 아프리카 초원에서 사자 다음으로 큰 대형 육식동물인 반면, 가장 작은 땅늑대는 몸무게가 약 10㎏에 불과하며 주로 흰개미를 핥아먹는 곤충식성으로 분화했다.
사자를 압도하는 ‘절대 무기’ 치악력
하이에나의 생존법에서 가장 강력한 물리적 무기는 아프리카 육식 포유류 중 최강으로 꼽히는 ‘치악력’(Bite force)이다. 비교불가의 치악력을 가진 이들은 단순히 고기를 뜯어먹는 것을 넘어, 다른 포식자들이 손대지 못하는 단단한 타조알이나 코끼리의 통뼈까지 파쇄해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다 자란 성체 점박이하이에나의 무는 힘은 무려 453㎏에 이르며, 이는 대형 맹수인 사자에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치이다. 이러한 무자비한 치악력 덕분에 하이에나는 사체 사냥꾼으로서 생태계의 청소부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뼈 내부의 골수까지 완벽히 소화해 척박한 사바나 환경에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다.
암컷이 절대 지배권을 갖는 사회
점박이하이에나는 최대 130마리에 달하는 대규모 공동체인 클랜(Clan)을 형성하며, 지배하는 영토는 약 1600㎢에 달한다. 이 대규모 사회는 고도의 결속력과 유동성을 동시에 지닌 분열-융합 사회 구조를 띤다.
넓은 땅을 한 무리가 다 돌 수는 없기 때문에, 소그룹들이 구역을 나누어 분산 모니터링을 하다가 비상사태가 터지면 신호를 보내 집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구조는 자원의 효율성과 집단의 방어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전략이다.
100마리가 넘는 하이에나가 매일 붙어 다니면, 톰슨가젤 한 마리를 잡았을 때 대부분은 굶어야 한다. 평소에 흩어져 활동하는 것은 불필요한 내부 경쟁과 갈등을 줄이기 위함이다.
하이에나 사회의 지배권은 철저하게 ‘암컷’이 쥐고 있다. 클랜 내에서 가장 서열이 낮은 암컷조차 최고 서열의 수컷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린다. 이러한 여초 사회가 형성된 결정적 요인은 암컷의 누적된 사회적 자본과 혈연 동맹에 있다.
암컷 하이에나는 자신이 태어난 클랜에 평생 잔류하는 반면, 수컷은 성적으로 성숙하면 무조건 다른 클랜으로 이주해야 한다. 이로 인해 이주 수컷은 새로운 집단에서 연고도 없이 서열 최하위에서 시작해야 하는 반면, 암컷은 어머니, 자매, 이모, 딸로 이어지는 강력한 평생의 혈연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만약 수컷이 암컷 한 마리에게 물리적 공격을 시도한다면, 그 수컷은 암컷의 모든 여성 친족 동맹에 맞서 홀로 싸워야 한다. 때문에 철저히 굴복할 수밖에 없다. 지위는 모계로 상속되어, 높은 서열의 암컷이 낳은 새끼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성체 수컷들보다 우위에 서며 양질의 먹이와 자원을 우선 배분을 받는다.
사실 암컷이라면 수컷에 비해 왜소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높은 남성호르몬으로 인해 암컷 점박이하이에나가 수컷보다 더 크고 강하며 호전적이다.
영장류만큼 발달한 전두엽
사냥과 자원 획득 과정에서 하이에나는 단순한 힘의 대결을 넘어 지능적인 전략을 구사한다. 이들은 먹이를 감지하고 공격을 가할 대상을 정하는 탁월한 정찰력을 지녔으며, 암컷들은 훈련을 받지 않고도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황에 맞추어 역할을 유연하게 교대하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뇌 영역 중 사회적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영장류 수준으로 크게 발달해 있어 동료들의 독특한 울음소리를 식별하고 개별 서열을 완벽히 암기한다. 심지어 라이벌 클랜과 조우했을 때 침입자들의 울음소리 횟수를 카운팅하여 아군의 수와 비교 계산한 뒤, 공격 여부를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수학적 인지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하이에나는 흔히 사자가 사냥한 먹이를 빼앗는 약탈자로 오해를 받지만, 실제로는 사냥 성공률이 매우 높은 전문 포식자이다.
사바나에 서식하는 누, 얼룩말, 가젤 영양뿐만 아니라 조류와 파충류까지 사냥한다. 사냥 직후 먹이 사체 앞에서의 경쟁은 상상을 초월하는데, 몸무게 250㎏의 얼룩말 사체를 30분 만에 완전히 분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암컷들은 자신의 자손들에게 단백질을 우선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강력한 서열 공격을 가해 수컷들을 구역 밖으로 몰아낸다.

암컷의 가짜음경, 서열의 잣대
점박이하이에나 암컷의 가장 두드러진 생물학적 특징은 수컷의 생식기와 거의 구분할 수 없는 가짜 음경(Pseudo-penis)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18세기 토머스 페넌트(Thomas Pennant) 등 초기 자연학자들을 거쳐 고대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리니우스 시절에 이르기까지 이 기이한 외형 때문에 하이에나는 매년 성별이 바뀌는 ‘자웅동체’라는 괴소문에 시달려야 했다.
암컷의 음핵은 약 길이 17㎜ 길이, 22㎜에 달할 정도로 비대화되어 외부로 돌출되어 있으며, 내부에는 해면체 조직이 밀도 높게 분포해 있다. 성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흥분할 때 완전한 발기가 가능하다. 음순은 중앙선에서 완전히 유합(癒合, 서로 떨어져 있던 조직이나 부위가 하나로 붙어 버리는 현상-편집자주)되어 내부에 지방과 섬유 결합 조직이 가득 찬 가짜 음낭을 형성한다. 이는 내부 물질의 촉감과 위치마저 수컷의 고환과 매우 흡사하다.
질 구멍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요생식관이 가짜 음경의 중심부를 관통하며 배뇨, 정자 수용(교미), 출산의 세 가지 기능을 단일 통로로 처리한다.
‘가짜 음경’이라는 해부학적 설계는 점박이하이에나 암컷에게 매우 파멸적인 생식적 비용을 치르게 만든다.
사망률 60%이상 되는 파멸적 생식비용
이들은 인류의 생식 비용과 맞먹을 정도로 위험한 번식 과정을 극복해야 한다. 하이에나의 자궁 경부를 빠져나온 태아는 골반 출구를 지나 바깥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약 180도 급격하게 꺾인 산도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배출 통로인 가짜 음경의 내경은 평균 2.5㎝내외에 불과한 반면, 갓 태어난 새끼의 몸무게는 최대 2㎏에 육박한다.
마치 호스 파이프로 사과를 짜내는 것에 비견되는 이 가혹한 과정에서, 산도가 충분히 늘어나지 않은 첫 출산 암컷의 10~15%가 음핵 파열과 출혈, 혹은 난산으로 사망한다. 더욱이 태아의 몸길이에 비해 탯줄의 길이가 지나치게 짧아 좁은 회전 구간을 통과하는 도중 탯줄이 눌리거나 끊어지기 쉬우며, 이 때문에 첫 출산 시 태어나는 새끼의 60%이상이 산소 부족으로 산도 안에서 질식사한다.
이처럼 파멸적인 출산 위험을 뚫고 생존한 새끼들은 놀라울 정도로 준비된 상태로 태어난다. 맹수들의 표적이 되기 쉬운 분만 직후의 취약 시간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암컷 하이에나는 깊은 전용 동굴 속에 숨어서 출산한다.
갓 태어난 새끼 하이에나는 다른 포유류와 달리 이미 눈을 완전히 뜨고 있으며, 골격과 근육 운동 능력이 완벽히 준비되어 있고, 잇몸을 뚫고 날카로운 이빨이 돋아나 있다. 높은 안드로겐 남성호르몬을 가진 채 태어나서 새끼들은 태어나자마자 젖줄을 차지하기 위해 같은 배에서 태어난 형제들과 목숨을 건 치열한 투쟁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열 정리와 형제 살해가 이루어져서 생존한 형제는 더욱 강력한 생존 능력을 가지고 있게 된다. 즉 하이에나는 태어날 때부터 생존 본능을 타고나는 셈이다.
자손의 높은 폐사율에도 가짜 음경이 도태되지 않고 진화적으로 성공한 배경에는 이를 통해 얻는 막대한 사회적 이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이에나의 교미는 물리적으로 극도로 정교하고 까다로운 균형 감각을 요구한다.
암컷 하이에나의 해부학적 특성은 수컷에 의한 강제적 교미(강간)를 완벽히 차단하는 철통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 이는 암컷에게 무리의 어떤 수컷과 교미할 것인지에 대한 100% 주도권을 제공한다.
하이에나 클랜 내에서 가짜 음경은 가장 강력한 사회적 소통 수단이자 서열 정립 도구이다. 이들은 떨어져 있다가 다시 모일 때 서로의 머리와 꼬리를 교차하여 마주 서서 뒷다리를 들어 올린 채 발기된 음핵을 보여주는 만남 의례를 진행한다.
음핵을 드러내지 않는 최고 우두머리 암컷
이때 발기된 음핵을 먼저 노출하고 상대의 핥음과 검사를 받는 개체는 서열이 낮은 부하 암컷이나 수컷이다. 반면, 어떤 음핵 발기도 보여주지 않고 당당히 서서 상대의 인사를 받는 개체가 바로 그 클랜의 최고 우두머리 지배 암컷이다. 무리의 구성원들은 이 독특한 신체 언어를 통해 불필요한 유혈 충돌 없이 매일 서열을 재확인하고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암컷 점박이하이에나의 가짜 음경은 무리 내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사회적 포용 통행증’이다. 15%의 난산 사망률이라는 막대한 해부학적 손실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강력한 암컷 중심 공동체 내부의 정식 일원으로 얻는 안전 보장과 먹이 독점의 이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이 모순적인 기관이 세대를 거쳐 도태되지 않고 성공적으로 안정화된 것이다.
하이에나의 생존법은 생물학적 비용과 사회생태학적 이득 사이의 정교한 진화적 타협안이다. 이들은 단순한 ‘사체 청소부’라는 대중의 편견을 완전히 뒤엎고, 영장류에 비견되는 사회적 지능과 치밀한 암컷 연대 구조, 그리고 사자와 맞먹는 압도적인 턱의 힘을 이용해 척박한 사바나의 최상위 지배자로 군림해 왔다.
사자마저 쉽게 공격 못하는 맹수
재미 있는 오해는 ‘하이에나가 고기 맛이 없어서’ 사자나 표범과 같은 맹수가 잡아먹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사자가 하이에나를 사냥하여 먹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맛의 유무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에너지 수지 타산과 생물 농축에 따른 치명적인 리스크 때문이다.
자연계의 포식자들은 사냥을 할 때 철저하게 에너지 효율성을 계산한다. 얼룩말이나 가젤 같은 초식동물은 방어 무기가 취약하여 사냥할 때 포식자가 다칠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고, 영양가가 높은 지방과 근육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하이에나는 강력한 턱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위험한 맹수다. 사자가 하이에나를 사냥하려면 자신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각오를 해야 한다. 사바나에서 포식자에게 있어 작은 부상은 곧 사냥 능력 상실과 죽음을 의미한다. 굳이 목숨을 걸고 다른 맹수를 사냥할 이유가 없다.
또한 하이에나와 같은 육식 및 잡식성 동물은 초식동물에 비해 몸에 지방이 적고 근육이 질기며, 부패한 고기나 다양한 병원균에 노출돼 몸속에 유해 물질이나 기생충이 축적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상위 포식자의 입장에서는 영양가는 낮고 질병 감염 위험은 극도로 높은 최악의 먹이인 셈이다.
그렇다고 사자가 하이에나를 전혀 죽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자는 기회가 되면 하이에나를 적극적으로 물어 죽인다. 다만 이는 배를 채우기 위한 사냥이 아니라, 같은 영토 안에서 먹이 경쟁을 벌이는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사회생태학적 징벌 행동이다.
사자는 하이에나를 죽인 후 사체를 그대로 버려두고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간의 눈에는 고기 맛이 없어서 버린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생태계 내의 권력을 유지하고 영토를 방어하기 위한 철저한 전략적 살해인 것이다. ②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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