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수컷 오리 닮은 ‘약탈적’ 자본주의 방어하려면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경제적 약자의 거부권 제도화에 대해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국회 앞에서 항의하는 모습.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국회 앞에서 항의하는 모습.
  • 시장 경제의 약탈적 이면 자본주의의 자발적 교환 이면에는 대기업의 기술 탈취, 플랫폼의 독점적 착취, AI의 저작물 무단 크롤링 등 수컷 오리의 강제 교미와 닮은 비정한 기회주의적 폭력이 도사리고 있다.
  • 제도적 방어 장벽의 필요성 암컷 오리가 나선형 질을 통해 강제 교미를 무력화하듯, 경제적 약자들 역시 징벌적 손해배상, 디지털 시장법, AI 데이터 주권 보장 등 실효성 있는 제도적 거부권을 갖추어야 한다.
  • 상호 존중의 공정한 협력 강자의 횡포를 막는 견고한 방어 제도는 시장의 활력을 꺾는 규제가 아니라, 자발적 협력과 정당한 보상을 보장하여 자본주의를 지속 가능한 번영으로 이끄는 필수 조건이다.

①에 이어서

폭력적 오리 생태계와 폭력적 자본주의

오리의 나선형 질이 보여주는 진화적 역학은 자연계의 신비를 넘어 인간 사회의 경제 시스템과 시장 질서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도 심오한 통찰을 제공해 주는 대목이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 역시 혁신과 효율을 창출하는 자발적 교환의 공간인 동시에, 우월한 정보력과 자본력을 지닌 강자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약자의 자산을 강탈하려는 약탈적 기회주의가 상존하는 정글인 까닭이다.

독점적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거나, 거대 플랫폼 기업이 입점 업체의 마진을 착취하는 행위, 그리고 생성형 인공지능이 무단으로 인간 창작자들의 데이터를 흡수하여 이익을 챙기는 행태는 거대한 음경을 휘두르며 암컷의 동의 없이 행하는 수컷 오리의 약탈적 교미 전략과 구조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폭력’인 셈이다.

만약 약자에게 강자의 침습을 거부할 수 있는 물리적, 제도적 거부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시장은 오직 폭력과 무력에 의한 강탈만이 지배하는 파국적 시장으로 전락하고 마는 법이다.

따라서 현대 경제 시스템이 지속 가능한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는, 기술 탈취 방지법, 플랫폼 독점 규제, 스마트 계약의 암호학적 안전장치와 같은 제도적 법률과 기술의 형태로 촘촘히 구축해 놓아야 마땅하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자유로운 선택과 상호 이익을 전제로 하는 자발적 교환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제적 풍요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화된 교환 모델의 이면에는 현실 시장을 상시적으로 지배하는 ‘비대칭적 권력 관계’와 ‘약탈적 착취’라는 어두운 정글의 법칙이 엄연히 도사리고 있다.

자본주의의 약탈적 경제구조

현실의 경제 생태계는 우월한 자본력과 독점적 정보력을 장악한 강자가 계약의 허점을 악용하여 상대방의 자산을 부당하게 탈취하는 비정한 기회주의의 각축장인 까닭이다.

현실 세계에서 맺어지는 모든 경제적 계약은 미래의 모든 불확실성을 사전에 예측하여 명문화할 수 없는 본질적인 불완전 계약의 운명을 띨 수밖에 없다. 기업 조직 내부나 장기적 하도급 관계에서도 거래 당사자 간의 힘의 불균형이 존재할 경우, 우월적 지위를 가진 주체가 약자의 특화된 투자를 인질로 잡아 잉여 가치를 모조리 강탈하는 약탈적 기회주의가 구조화된다.

약자가 아무런 제도적 방어 장치 없이 자신의 고유한 기술이나 노동력을 강자의 플랫폼이나 공급망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만드는 순간, 강자는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위협을 행사하며 약자의 마진을 한계선까지 쥐어짜내는 착취를 시도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수년간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과 실패의 위험을 온몸으로 짊어지며 독창적인 특허 기술을 개발해 내더라도, 납품 계약이나 공동 기술 개발을 빌미로 접근한 대기업의 기망 행위에 의해 기술을 고스란히 빼앗기는 비극이 반복되는 구조다.

대기업은 공동 연구라는 명목하에 중소기업에게 제품의 상세 설계 도면, 핵심 원자재 배합비, 제조 공정 데이터 등 극비 영업비밀의 제출을 요구하는 수법을 구사한다. 이후 중소기업이 모든 핵심 데이터를 넘겨주고 공장 증설 등 전용 투자를 단행하여 공급망에 완전히 종속되는 순간, 대기업은 돌연 품질 미달이나 단가 불일치를 핑계로 납품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태도를 취한다.

대기업은 빼돌린 도면과 데이터를 자회사나 우호적인 제3의 협력사로 넘겨 유사 부품을 자체 양산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중소기업의 혁신 성과를 통째로 삼켜버리는 약탈을 완수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플랫폼 경제에서 더 강화된 약탈

이어 디지털 전환이 고도화된 현대 플랫폼 경제에서 벌어지는 약탈적 기회주의는 더욱 은밀하고 정교하며 광범위한 형태로 진화했다. 거대 빅테크 플랫폼들은 초기에는 입점 수수료 무료와 파격적인 소비자 혜택을 제공하며 수많은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유인하여 자신들의 네트워크 생태계 속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러나 플랫폼이 시장의 절대적 독점권을 장악하고 이용자들의 이탈이 불가능해지는 잠금 효과(Lock-in Effect)가 완성되는 순간, 플랫폼은 돌연 ‘약탈적 포식자’로 본색을 드러낸다. 플랫폼은 입점 업체들의 판매 데이터, 소비자 선호도, 검색 클릭 경로 등 모든 미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흡수하여 어떤 제품이 가장 높은 마진을 남기는지 손바닥 보듯 파악하는 감시자로 군림한다.

이후 플랫폼은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급조하여 입점 업체들의 베스트셀러 제품을 그대로 모방한 뒤,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하여 자사 PB 상품을 최상단에 노출시키는 자기우대와 입점 업체 제품의 순위를 강제로 강등시키는 약탈적 횡포를 자행한다.

플랫폼에 입점한 수백만 자영업자들은 막대한 광고비를 상납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눈에 띄지 못하는 인질로 전락하며, 매출이 늘어날수록 플랫폼이 떼어가는 수수료와 배달료, 결제 수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결국 뼈 빠지게 일하고도 빈손으로 남게 되는 가두리 양식장의 물고기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플랫폼이 휘두르는 불투명한 알고리즘과 수수료율 인상은 물리적 저항 능력이 없는 입점 업체의 목을 죄어 잉여 가치를 남김없이 털어가는 현대판 디지털 갈퀴이자 가장 세련된 형태의 구조적 강제 침탈인 것이다.

그 다음으로 최근 테크 산업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의 학습 및 수익화 과정은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규모로 자행되는 ‘지적 자산의 무단 약탈 행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거대 언론사, 독립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사진작가, 학자, 프로그래머들이 수십 년에 걸쳐 피땀 흘려 축적해 온 수십억 건의 창작물과 텍스트, 예술 작품들이 어떠한 사전 동의나 정당한 대가 지불도 없이 인공지능 기업들의 웹 크롤링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긁어모아져 거대언어 모델(LLM)의 학습 재료로 강탈당한 까닭이다.

인공지능 기업들은 ‘공정이용’이라는 법적 방패막이 뒤에 숨어 원작자의 저작권을 유린하는 한편, 그렇게 학습된 인공지능 모델을 상업적 구독 서비스로 판매하여 막대한 수익을 독식하는 형국이다. 최근 들어 이에 대한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창작자들의 저작권을 보이지 않는 자원으로 활용하여 수익화하는 점에 있다.

경제적 약자의 생존에 필요한 ‘제도적 방어망’

이러한 전방위적인 약탈적 기회주의의 정글 속에서 경제적 약자들은 암컷 오리처럼 인간 경제 사회 역시 약탈적 포식자들의 기회주의를 원천 무력화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방어망을 구축해야 한다.

암컷 오리가 생식 구조를 바꾸어 방어 전략을 구사했다면, 경제적 약자들은 제도적 방어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신뢰나 일방적인 굴종은 약탈자들의 번식만을 돕는 최악의 자멸 전략일 뿐이다. 침탈이 감지되는 즉시 문을 걸어 잠그고 상대방의 기회주의를 응징할 수 있는 제도적 방어 능력을 갖출 때 비로소 공정한 협력의 균형이 성립할 수 있는 법이다.

경제 생태계에서 작동해야 할 제도적 나선형 방어 장벽의 구체적인 형태는 다층적이고 정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기업의 기술 탈취에 대해 실제 피해액의 수십 배를 배상하도록 강제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입증 책임을 대기업에게 전환하는 ‘소송법적 방어벽’의 신설이다. 사실 중소기업이 입증 책임을 지고 입증하는 사이에 망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둘째, 거대 플랫폼의 알고리즘 조작과 자기우대를 전면 금지하고 사전 규제하는 ‘디지털 시장법’의 강력한 집행이다. 이를 받아들이는 플랫폼 기업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지만 제도적으로 막는 장치는 분명히 필요하다.

셋째, 생성형 인공지능이 무단으로 인간의 저작물을 크롤링하지 못하도록 암호학적 차단막을 설치하고, 학습에 사용된 모든 데이터의 출처를 공개하며 정당한 저작권료를 사전에 정산하도록 의무화하는 ‘AI 데이터 주권 보장’ 제도의 확립이다.

이 문제는 가면 갈수록 심각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양날의 칼이다. AI 창작자와 기존의 창작자 또는 저작권자와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부분이다. 플랫폼을 통해서 해결하지 못하면 방법이 없는 문제이다.

약자가 부당한 침탈에 대해 명확한 제도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약탈자들은 불법적 침탈을 포기하고 상호 합의에 기반한 공정한 거래가 형성된다. 약자가 강자의 횡포에 맞서 거래를 거절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어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계약은 자유로운 교환의 탈을 쓴 강요된 폭력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발적 협력의 토양’이라는 약속

오리의 세계에서 95%의 건강한 새끼들이 폭력이 아닌 암컷의 자발적 승낙과 로맨스를 통해 태어난다는 생물학적 사실은 인간 경제학에 심오한 울림을 던져주는 대목이다. 진정한 혁신과 가치 창출은 약탈적 착취의 찌꺼기에서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존중과 신뢰에 기반하여 공정한 보상이 약속된 자발적 협력의 토양 위에서만 만개할 수 있는 까닭이다.

단기적인 약탈에 눈이 멀어 협력업체를 고사시키고, 자영업자의 고혈을 짜내며, 창작자들의 지적 공유지를 황폐화하는 경제 시스템은 결국 먹잇감이 사라진 정글처럼 공멸의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약탈적 교미가 5%의 성공율을 보인다는 점은 경제적 약자들을 향한 강자의 횡포는 결코 그 장기적인 성공률이 높지 못하고 경제 생태계를 파멸시킬 수 있다는 점을 예시하는 좋은 사례다.

경제적 약자들의 권리와 주권을 지켜주는 견고한 방어 제도를 구축하는 일은 결코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비효율적 규제가 아니다. 주체적인 거부권이 살아 숨 쉬고 정당한 노력의 결실이 온전히 보호받는 공정한 제도적 울타리 안에서만, 자본주의는 약탈의 야만을 넘어 인류의 진정한 번영을 꽃피우며 진화해 나갈 것이다.

암컷 오리의 방어적 생식 진화는 결국 경제적 약자에게도 필요한 진화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이것이 오리의 열성 유전자의 차단을 통해 생존율을 높이듯이 경제적 약자 보호를 통해 경제적 기반을 튼튼하게 구축하고 시장의 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게 만든다. 이것이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이 보호받는’ 한국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끝)

글쓴이

하영균 에너지11 기술 대표

필자인 하영균 에너지 11 기술대표는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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