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미연합훈련 축소”...한국 정부 뭐했나
왜 한국의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주장하지 못했나.
도널드 토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반기 한미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개시 당일, 연합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국방부에 전격 지시하자, 국내에서 제기되는 주장의 요지는 ‘우리는 뭐하고 있었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과시하며 연합훈련이 북한에 ‘적대적 신호’를 보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표면적인 북미 관계 개선 외에도, 한국 정부의 대북 기조와 한미 간의 숨겨진 갈등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있다.
우리는 그동안 연합훈련 축소 노력했나?
트럼프 대통령이 훈련을 ‘취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며 전격적으로 대폭 축소를 지시하기까지, 한국 정부 차원에서 한미 간의 군사적 마찰을 줄이거나 연합훈련을 유연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나 조율은 있었을까. 문재인 정부시절,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했던 것과 같은 노력을 하기는 했을까.
하지만 그간 우리군 당국은 북한의 고도화되는 핵·미사일 위협과 드론·사이버 공격 등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UFS 연습의 정상적 시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만을 고수해왔다.
이재명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및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정세 관리를 도모해 왔을 뿐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의 이번 폭탄 발언이 지난 15일 발표된 이재명 대통령의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서로에 대한 상호 위협 의사를 내려놓고,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며 북측에 대화를 촉구하고, 북핵 고도화를 멈출 실효적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미연합훈련 축소 등 한국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려는 의지는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남북 간의 주체적인 평화 정착과 대화의 틀을 강조한 것일뿐이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만에 김정은과의 친분을 내세워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며 정반대 방향에서 북한에 강력한 러브콜을 보냈다.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가 광복절을 맞아 주도적으로 평화 메시지를 발신하며 판을 짜려 했던 시도가, 트럼프의 일방적인 대북 유화 제스처와 연합훈련 폄훼 발언에 묻혔다. 이는 한반도 정세의 결정권을 미국과 북한에 다시 빼앗기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일각에서 이 대통령의 경축사가 트럼프의 돌출 행동에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정부는 말로는 ‘한반도 평화 체제’와 ‘자주적 균형’을 부르짖으면서도, 실전에서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눈치만 보며 아무런 선제적·전략적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의 종전 논의와 평화 공존 제안 역시 치밀한 한미 간 공조나 실질적인 외교적 로드맵에 기반한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북한은 어떤 호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한미연합훈련을 둘러싼 미국 내 기류 변화나 트럼프의 불만을 사전에 포착하고 이를 관리할 외교적 역량을 발휘했어야 했다. 그러나 훈련 축소나 대북 유화 조치에 대해 주체적으로 판을 짜기는커녕, 미국 대통령의 돌발 SNS 지시 하나에 방어벽이 무너지고 안보 주도권을 상실하는 결과를 맞았다.
진짜 배경은 한국을 향한 ‘불만’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훈련 축소 지시의 명분으로 김정은과의 친분과 훈련 비용 문제를 내세웠지만, 외교가와 전문가들은 다른 핵심 요인도 지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 대통령에게 이란 비핵화 노력 동참을 물었으나 “사양하겠다(No thanks!)”는 답을 들었다고 공개 불만을 표출했다. 중동 정세 및 글로벌 현안에서 미국의 요구에 한국이 선을 그은 것에 대한 전략적 앙갚음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한국 측에 거액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 이행 및 방위비 분담 등에서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왔다. 일련의 현안에서 한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트럼프가 ‘한미연합훈련’이라는 안보의 핵심 카드를 흔들어 동맹을 압박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남북대화 무력’ 프레임과 정부의 중대 기로
국민의힘 등 국내 야권에서는 이미 이 대통령의 광복절 대북 제안을 두고 “북한의 호응만 구걸하는 안이한 발상”이라 비판해 온 바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까지 가세하여 한미 연합훈련의 근간을 흔드는 축소 지시를 내림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북한에는 아무 관심을 받지 못하고, 미국에는 소외를 당하고 있다”는 정치적 공세에 직면하게 됐다.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의 문을 열려던 정부는 미국의 눈치만 살피며,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자 북한은 완전히 기대를 접은 상태다. 반면 트럼프의 적극적인 구애에 대해서는 화답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미국의 변덕스러운 외교 스타일 탓으로 돌릴 수 없다. 그 이면에는 주권국으로서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미국 눈치만 살피며 실질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던 우리 정부의 ‘안보 뻘짓’과 외교적 공백이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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