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의 거래? 만일 한반도에도 미친다면
美, 새 NSS에 베네수엘라 공습했나 미중러 3강, 세계 ‘3분할’ 하겠다면 한반도도 新제국주의 영향에 휘말려 남북한 없이는 3강이익 노릴 수 없도록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이 태평양 너머 먼 나라의 얘기일 수만은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지난 12월 발표된 미국의 신국가안보전략(NSS)에 따라 군사행동으로 나타난 미국의 첫번째 세계전략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그 다음 군사타깃이 누굴까로 관심이 모아지지만, 우리 한반도와 무관치 않은 이유도 있다. 신국가안보전략이 중국, 러시아의 묵인하에 이뤄지는 것이라면, 이들 3강의 안보전략 변화에 한반도도 휘말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뉴욕이 아닌, 베네수엘라 카르카스에 뜬 헬기의 프로펠러 날개짓이 동아시아 대륙 하늘에 커다란 폭풍우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번 공습으로 ‘미중러 3강의 세력권 분할 양해’ 시나리오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가설로 부상하게 됐다. 미, 중, 러시아가 이에 따르는 안보정책을 실행할 경우 태평양은 물론, 대서양, 인도양의 모든 주요 국가들이 그 영향권 아래에 들어갈 전망이다.
미국의 ‘돈로주의’와 ‘3강 세력권 분할’
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말 NSS를 통해 ‘서반구 우선주의’를 천명했다. 이는 19세기 먼로주의를 트럼프식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미주 대륙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을 완전히 축출하고 미국의 이익을 독점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리고 불과 한 달도 안되는 시점에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다.
3일(미 동부현지시간) 미국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공습하고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했다. 이는 미국이 자국의 ‘뒷마당’에서는 국제법보다 실리를 우선시하며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국제 외교안보전략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19세기식 세력균형 체제로의 복귀’로 평가한다. 19세기 제국주의 각축시대의 재현이다. 이는 각 강대국이 서로의 핵심 이해구역을 인정해 주는 대신, 상대방의 구역에는 개입하지 않는 ‘지정학적 거래’가 성립될 것이란 우려가 생긴다.
즉, 미국은 미주 대륙(서반구)에 대해 이민 차단, 자원 독점, 중·러 영향력 축출 등을 실현한다. 또 러시아는 동유럽 (우크라이나 등)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장 저지, 구소련권 영향력 회복 등을 노린다. 중국은 서태평양(대만 등)에 대해 일대일로 완성, 미 해군 봉쇄망 돌파 등을 얻어내는 ‘지정학적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생긴다.
이같은 지정학적 거래는 실제로 이미 시작된 인상을 보여주기 충분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 부담을 유럽으로 떠넘기며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일정 부분 지배력을 갖는 것을 묵인하는 대신, 러시아를 중국으로부터 떼어내려는 ‘역 닉슨 전략’의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중국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점령하는 것에 대해 침묵하는 대신, 그 대가로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 수위를 낮추라는 요구를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대만은 반도체 공급망 등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려 있어 베네수엘라와 평면적으로 맞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새해 벽두에 발발한 미국의 베네주엘라 침략으로 ‘가치와 동맹’ 중심의 질서가 ‘거래와 실리’ 중심의 질서로 재편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만약 3강이 서로의 무력 점령을 묵인(양해)한다면, 이는 세계 질서가 강대국들이 약소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야만의 시대’로 회귀했음을 의미한다.
반면, 우크라이나, 대만, 베네수엘라 등 당사국을 중심으로 거센 저항과 국제사회의 비난을 초래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또 다른 대규모 분쟁의 씨앗이 될 위험이 크다. 지구는 더욱더 야만스럽고 혼란스러운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직접 점령’은 불가능하겠지만
또다른 전선으로 한반도가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반도가 이 NSS에 의한 세력권 분할에 따라 ‘강대국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요새’가 될 것인지, ‘강대국 간의 거래가 일어날 수 있는 최전선’인지 알 수 없다. 우리로선 절체절명의 순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남북한의 군사력은 베네수엘라나 우크라이나와는 차원이 다른 만큼, 3강이 양해한다고 해도 한반도를 무력으로 점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남한은 재래식 군사력 세계 5위, 강력한 해·공군력과 미사일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조차 남한을 ‘무력 점령’보다는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 또는 ‘방위비 및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거래’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더욱더 3강에게는 버거운 존재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을 무력 점령하는 것은 중국이나 러시아에게도 엄청난 도박일 수 밖에 없다. 이들 역시 북한을 점령하기보다 ‘완충지대(Buffer Zone)’로 유지하며 자국의 영향력 아래 두는 방식을 선호할 전망이다.
점령 대신 ‘관리’와 ‘거래’
한반도에 대해 3강의 양해 하에 일어날 시나리오는 ‘무력 침공’보다는 ‘영향력 고착화’가 될 전망이다. 우선 핀란드화(Finlandization)의 압박 가능성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중국이 대만을 장악한다면 한반도는 거대한 대륙 세력에 포위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때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에 대해 미국과의 동맹을 약화시키고 자국 체제에 순응할 것을 강요하는 ‘중립화’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한반도에 대해 한국을 지켜주는 대가로 더 많은 방위비나 첨단 기술(반도체, AI)의 독점적 제공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지켜주지 않으면 너희도 위험해질 것”이라는 식의 ‘거래적 안보’를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 자율성의 상실”
최악의 경우 남북한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힘이 약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만약 미국이 서반구 이익을 챙기는 조건으로 동북아에서 발을 뺀다면, 즉 주한미군을 감축한다면, 북한은 중국/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남한을 위협하거나, 반대로 강대국들이 자기들끼리 남북의 경계를 확정 짓는 ‘제2의 분단 고착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들 강대국은 무력으로 한반도의 남북한을 굴복시킬 수는 없지만, 외교와 경제로 한반도를 고립시키는 시나리오에 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한편, 남북한은 강대국을 믿을 수 없다는 판단아래 생존을 위한 극단적인 군비 경쟁에 돌입할 수도 있다. 한국 내에서 ‘자체 핵무장’ 여론이 임계점을 넘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강대국 간의 ‘양해’가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진행될 때, 가장 확실한 담보는 ‘누구도 우리를 쉽게 건드릴 수 없다’는 물리적 힘을 기르는 것이 될 것이다.
미국과의 원자력 협정 개정 등을 통해 ‘핵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면, 유사시 신속한 핵무장이 가능한 ‘핵 잠재력(Latent Nuclear Capability)’을 갖추는 쪽으로 움직여야 한다. 특히 북핵에 대응하는 압도적인 고위력 미사일(현무 시리즈 등) 체계를 완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것이다. 또 AI 무인 체계, 레이저 무기, 정찰 위성 등 핵심 국방 기술을 국산화하여 외부의 부품 공급 중단이나 기술 통제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립형 국방 생태계’를 구축하자는 목소리도 불거질 것이다.
3강이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비군사적 무기는 ‘첨단 산업의 주도권’이 될 수도 있다. 반도체, 이차전지, AI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면, 미국이나 중국 모두 한국을 잃는 것이 자국의 안보와 경제에 치명적이라고 느끼게 된다. 바로 우리의 ‘반도체 방패(Semiconductor Shield)’ 전략이다.
이와함께 특정 국가(중국 등)에 대한 자원 의존도를 낮추고, 동남아, 인도, 유럽 등과 독자적인 공급망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강대국의 경제적 보복이나 봉쇄에 견딜 수 있는 맷집을 키워야 한다. 이를 통해 강대국들이 ‘우리끼리 다 해 먹자’고 나올 때,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국가들과 연대하여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 호주, 캐나다, EU 국가들처럼 강대국의 횡포에 반대하고 국제 규범을 중시하는 국가들과 ‘제3의 블록’을 형성하여 강대국 간의 거래를 견제해야 한다.
여기에 남북한이 대화 채널 유지가 필수다. 이를 통해 ‘한반도의 주인은 우리’라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야 한다. 결국 한반도는 “우리 없이는 강대국들도 자신들의 이익을 지킬 수 없게 만드는 구조”를 짜는 것이 핵심적인 대응전략이어야 한다. 일본과 유럽에 대해서도 단순한 우방을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 파트너’가 되도록 연대를 강화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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