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위헌, K-수출 ‘시한부 호재’?

K-수출에 ‘독’인가 ‘약’인가 불확실성의 2라운드 시작 수혜기업과 피해기업은?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1분 핵심 요약]
  • - 미 대법원이 대통령의 독단적 상호관세 부과를 위헌으로 판결하며 한국 수출 기업들은 수조 원대 관세 환급과 가격 경쟁력 회복이라는 기회를 잡음.
  • - 트럼프는 즉각 ‘10% 보편 관세’와 ‘무역법 301조 조사’로 맞불. 사법부의 제동이 오히려 더 강력하고 광범위한 보복성 통상 압박을 불러오는 역설적 상황 초래.
  • - 완성차·식품·중소 제조사는 ‘단기 수혜’, 반도체·철강·미국 현지 투자 기업은 ‘장기적 피해 및 불확실성 증대’. 2차전지·조선은 ‘영향 미미’.
  • [The Insight- 행간의 재구성]
  • 명분은 사라지고 ‘실리’만 남은 전쟁 위헌 판결을 받은 법(IEEPA)은 ‘국가 안보’가 근거였지만, 새로 꺼낸 무역법 122조는 ‘무역 적자’가 근거다. 미국이 이제 안보라는 포장지조차 버리고 ‘돈’을 명분 삼아 정면승부에 나섰음을 의미한다.
  • 미국 투자 기업의 ‘역설적 고립’ 관세를 피하려 미국에 공장을 지은 기업들은 한국산 수출품의 관세가 낮아지면 현지 생산의 이점이 사라진다. 트럼프의 요구를 충실히 따른 기업들이 오히려 수익성 악화와 투자 명분 상실이라는 덫에 걸린 상황이 됐다.
  • ‘백악관’에서 ‘의회’로 옮겨간 통상 로비 대법원이 관세 권한을 ‘의회’에 돌려주면서, 이제는 대통령 한 명의 입보다 미 의회 내 자유무역 세력을 포섭하는 입법 로비가 생존의 핵심 변수가 됐다. 더 암울한 상황이다.

미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전 세계 통상 환경이 요동치고 있다. 일방적이고 부당한 관세가 무효화된 것이 사법정의에는 부합한다며 전세계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가 즉각 ‘보복 관세’를 외치는 또 다른 보복을 예고하면서 통상환경은 불확실성의 짙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우리 기업들도 ‘고율 관세 리스크’가 일부 해소됐다는 점에서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의 행보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며 긴장하고 있다.

사법부의 제동, 멈추지 않는 트럼프

이번 판결의 핵심은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전용해 마음대로 관세를 매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에 부과될 예정이었던 상호관세는 법적 근거를 잃게 됐다.

지난 1977년 발효된 IEEPA는 외국에서의 상황이 미국 국가 안보나 외교정책, 미국 경제에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험의 원인이 된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에게 국가 비상사태 선포로 경제 거래를 통제할 여러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대법원은 그러나 IEEPA에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것은 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한 것이다.

수입을 ‘규제’(regulate)할 권한은 부여했지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은 부여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수입 규제 권한에는 ‘관세’도 포함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대통령에게 관세권한이 부여되어 있는 무역법 122조를 내밀었다. 그는 이를 통해 저 세계에 ‘10%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이는 사법부가 막아선 ‘상호관세’를 다른 법적 수단으로 대체해 관세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특히 무역법 301조를 통한 추가 조사까지 예고하고 있어,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출국들은 더 촘촘하고 견고한 관세 장벽에 부딪힐 위기에 처했다.

재협상 카드쓸까, 정면 돌파의 덫 빠질까

청와대 및 산업부는 일단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상호관세가 무효화된 상황에서 우리가 약속했던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그대로 이행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목소리가 당장 국내에서 터져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섣부른 재협상 요구는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자극해 더 가혹한 품목별 관세나 외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특히 미 의회가 관세 권한을 되찾아온 상황에서, 이제는 백악관뿐만 아니라 미 의회 내 공화·민주 양당을 상대로 한 전방위 로비전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이번 판결은 우리에게 ‘시간’을 벌어주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법부의 판결을 우회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수단들을 이미 대기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향후 우리 경제의 성패는 미국 내 사법·입법·행정부의 삼각 갈등 속에서 발생하는 틈새를 우리 정부와 기업이 얼마나 기민하게 파고드느냐에 달려 있다. “상호관세는 사라졌지만,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더 날카로운 칼날로 돌아오고 있다”는 현장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은

우리 기업들의 셈법은 다시 복잡해졌다. 우선 상호관세 위헌 판결로 인해 이미 납부한 관세에 대한 ‘환급 소송’의 길이 열린 점은 호재다. 하지만 자동차와 철강 등 우리 주력 품목에 대한 관세는 이번 판결과 무관한 ‘무역확장법 232조’ 등에 근거하고 있어 여전히 유효하다.

주식 시장 역시 단기적으로는 관세 리스크 완화에 안도하며 수출주를 중심으로 반등을 시도할 수 있으나, 트럼프의 ‘보복성 10%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그 충격은 상호관세 때보다 더 광범위하고 치명적일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승소의 기쁨보다는 트럼프가 꺼내 들 ‘플랜 B’가 우리 기업의 이익률에 얼마나 타격을 줄지가 향후 주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수혜 기업과 피해 우려기업은

주로 미국 현지 생산 시설이 적고,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높았던 기업들이 관세 위헌 판결의 수혜기업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기아(일부 차종)의 경우 한국에서 직접 생산해 수출하는 전기차(EV)와 일부 SUV 모델들이 상호관세 15~25%의 사슬에서 풀려난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테슬라 등 미국 내 경쟁사와 다시 싸워볼 만한 여건이 마련된다.

CJ제일제당, 삼양식품 등 유통·식품 기업의 경우 미국 내 K-푸드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관세 부담이 줄면 영업이익률이 즉각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또 상호관세 대응 능력이 현저히 낮았던 일반 제조업 중소기업들은 이번 판결의 가장 직접적인 수혜자로, 이미 납부한 관세에 대한 환급 소송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트럼프의 압박에 못 이겨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거나, 트럼프가 ‘보복’을 예고한 품목의 기업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피해가 예상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은 상호관세는 피했지만, 트럼프가 판결 직후 꺼내 든 ‘무역법 301조(불공정 무역 조사)’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보조금을 대가로 미국 투자를 약속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판결 때문에 손해 본 세수를 보조금 받는 기업들이 메우라”는 식으로 압박할 경우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체들은 상호관세 위헌과는 별개로, 트럼프는 이미 ‘무역확장법 232조’라는 별도의 강력한 부담을 부과받고 있다. 상호관세가 막힌 트럼프가 철강 쿼터를 더 조이거나 핀셋 관세를 매길 경우,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가혹한 환경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관세를 피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미국 공장을 지은 다른 기업들은 정작 한국산 수출품의 관세가 낮아진다면 현지 공장의 가동 효율성과 투자 명분이 퇴색되는 역설적 상황을 맞을 전망이다.

그러나 상호관세 외에 다른 법적 근거로 이미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는 기업들은 이번 판결에 대한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엔솔, SK온, 삼성SDI 등 2차전지 기업들은 ‘상호관세’보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 유지 여부가 생사결단 모델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관세에 국한된 것이라 배터리 산업의 핵심 변수인 보조금 체계에는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조선업은 주로 에너지 운반선(LNG선 등) 위주이며, 미국 내 건조 규정(존스법) 등으로 인해 애초에 관세 장벽보다는 수주 계약 조건 자체가 더 중요하므로 이번 판결의 영향권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이처럼 전통적 제조 수출 기업엔 ‘약’이 되고, 첨단 산업 투자 기업엔 ‘불확실성’이라는 독이 됐다. 그러나 트럼프가 예고한 ‘전 세계 보편 관세 10%’가 시행되면, 이번 수혜 기업들도 다시 피해 기업으로 전환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수혜는 ‘시한부 호재’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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