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사망…이란의 향배?

중동 정치구조 대혼란 소용돌이 차기 지도자 3명으로 거론 이란 집단지도체제에 비상계엄 가능성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 사진= 연합뉴스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 사진= 연합뉴스

“미-이 공습으로 하메네이 사망” 확인

지난 2월 28일(현지 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메네이의 사망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 체제를 지탱해온 거대한 기둥이 사라지면서 중동 정세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1일(현지시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86)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이란 정부는 이날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사망을 발표하면서 40일간 전국민적 추도 기간과 일주일간의 공휴일을 선포했다.

이란 국영방송 프레스TV와 국영통신 IRNA도 이날 “이슬람혁명의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공격으로 순교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들은 그가 테헤란의 집무실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메흐르통신은 “순교하는 순간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집무실을 지키며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며 “비겁한 그 공격이 토요일(2월28일) 오전에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이란 수뇌부 회의시간 맞춰 3군데 공습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수뇌부 회의 개최시간에 맞춰 고위 당국자들이 한 장소에 모이는 시간과 장소를 파악해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과 이란간 핵농축 협상을 진행하는 중에 공격을 감행한 것이어서 국제사회에 논란이 예상된다. 양국은 3월 2일 다시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고위 관리들의 회담 일정에 대한 첩보를 바탕으로 공습 개시 시점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군 관계자는 이날 이란 고위관리가 모여 있던 세 곳의 장소를 동시에 공격해 여러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전에 정통한 관계자도 미군이 수 주간 이란 주변 해역에 병력을 증강 배치한 후 대낮에 공격을 감행한 것이 이번 작전의 기습 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스라엘군이 이란 관리들을 기습 공격하기 위해 토요일 오전 시간을 공습 시간으로 잡았다고 보도했다.

하메니이, 37년 철권정치...’반서방’ 구심점

이번 전격적인 공습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1989년 초대 최고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의 뒤를 이어 37년 동안 이란을 통치한 중동 최장수 국가 수반이었다.

지난 1979년 이란혁명 당시 핵심 인물이었으며, 이란-이라크 전쟁 중 대통령(1981~1989)을 지내며 군부(혁명수비대)와 끈끈한 유대감을 쌓았다. 그는 종교적 권위뿐만 아니라 군 통수권, 사법부 수장 임명권, 국영 방송 장악력 등 국가의 모든 최종 결정권을 쥔 절대권력자였다.

37년 철권통치동안 그가 이란 정치사회에 미친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그는 중동 지역내 헤즈볼라, 하마스 당을 지원하며 ‘저항의 축’을 구축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거대 사탄’과 ‘소사탄’으로 규정하는 등 중동 내 반서방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자국내에서는 정규군보다 혁명수비대(IRGC)을 강화하여 체제 수호의 선봉으로 삼았고, 이들을 경제적·정치적 특권 계층으로 성장시키는 후원자 역할도 했다.

그는 집권 후반기 계속된 미국의 경제제재로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여성 인권 신장의 목소리가 커지는 등 내부적인 개혁 요구를 외면한 채 시위를 강경 진압하며 보수적 신권 통치를 고수해 국제사회의 비난도 자초했다.

종교지도자만이 최고지도자 옹립

한편 하메네이의 부재는 이란에 전례 없는 불확실성을 안겨줄 전망이다. 앞으로 이란을 이끌 차기 지도자는 반드시 최고 수준의 이슬람 신학적 식견을 갖춘 ‘무즈타히드(독자적 법 해석 능력을 갖춘 학자)’여야 한다고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이슬람공화국의 건국 이념인 ‘벨라야테파키(이슬람법학자의 통치)가 그것이다.

이에 따라 이란은 헌법에 따라 88명의 성직자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가 차기 최고지도자를 선출하게 되는데, 선출 전까지는 대통령, 사법부 수장 등으로 구성된 임시 지도위원회가 운영된다.

현재 유력한 차기 지도자로는 하메네이의 아들인 모즈타파 하메네이가 거론된다. 그는 아버지 하메네이가 살아있는 동안 배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으나 그의 사후에는 ‘세습’에 대한 내부 반발이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알리레자 아라피.
알리레자 아라피.

그래서 국가지도차운영회의(전문가 회의) 제2 부회장을 맡고 있는 알리레자 아라피가 강력한 유력 후보다.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회의의 리더인 만큼 체제 연속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간주된다. 그는 신학교 총원장 등 막강한 종교적 직함을 갖고 있어 명분 면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

또 현 사법부 수장으로 실무적, 안보적 역량을 갖췄다는 모흐세니 에제이도 유력한 후보다.

반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심장 전문의 출신으로 정치적 인물이지, 종교적 권위자가 아니기 때문에 차기지도자 자격에 미달한다. 또 혁명수비대 출신의 인사들 역시 종교지도자가 아니기에 자격은 없으며, 다만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줄 ‘강경파 성직자’를 옹립하는 막후 실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가 자신의 유고시 가동될 비상 후계체제의 중심인물로 꼽았다는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인 알리 라리자니 역시 종교지도자는 아니다. 막후 실세 역할을 할 인물로 주목된다.

이란 정치체제 어떻게 변할까

이같은 전망에도 하메네이 사후 이슬람공화국 체제가 근본적으로 와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이란은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나아가 비상계엄 또는 군사통제 가능성도 거론된다. 후계는 단순히 ‘종교지도자 자격’만의 문제가 아니라 군부·정보기관·경제 엘리트 간 권력 합의 문제로 비화할 것으로 보여 안정화 하는 시기까지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사라진만큼 권력 내부의 강경파와 온건파 간의 암투, 그리고 이 기회를 틈탄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분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 서방세력이 이란 정치의 향방에 깊숙히 관여하게 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체제 근간을 흔드는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이란 시민의 민주적 요구가 수용되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 열릴지 주목하고 있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