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비겁한 승부수’를 대비해야
군함 요청 철회, 끝이 아니라 다음 단계다
또 트럼프의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인가. 더 센 요구를 위한 일보 후퇴인가.
후자라면 한국은 피병 요구를 철회된 것으로 섣불리 판단하고 마음을 놓아선 안된다. MASGA럼 새로운 설계도를 내밀고, 한국의 외교안보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대비를 해야 한다.
트럼프의 TACO 뒤에 숨은 더 큰 청구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 요청과 관련해 사실상 철회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부분의 동맹국들이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더 이상 동맹국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동맹도 함께 언급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당초 제기됐던 군함 파견 요청은 일단락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동맹국들의 냉담한 반응에 직면하자, 트럼프는 ‘애초에 필요 없었다’며 치고빠지기(TACO)를 보였다.
다만 이후 이어진 발언과 주변 반응을 종합하면, 이번 조치를 단순한 정책 후퇴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진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유럽 동맹국들이 자산 제공을 꺼리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며 “대통령이 저렇게 강하게 분노한 것을 처음 봤다”고 전했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을 향한 공개적인 불만 표출은, 미국이 애초 일정 수준의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이란 핵 문제와 중동 안보가 유럽에도 직접적인 이해관계로 작용하는 만큼, 역할 분담에 대한 기대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이번 상황은 ‘요청 -철회’의 단선적인 흐름이라기보다, 동맹국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드러난 사례에 가깝다.
‘파병할까 말까’는 끝...우리가 조건 설계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사안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다.
단순히 ‘요청이 철회됐다’는 결과에 주목할 경우 상황은 정리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과정에 주목하면, 동맹국들의 입장을 확인하고 압박을 가하는 단계가 이미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이번 사안은 종료된 사건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의 조정 국면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현실에 가깝다. 더욱이 트럼프의 거래적 협상 스타일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실제로 초기에는 포괄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형태였다면, 이후에는 보다 구체적인 역할과 조건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접근이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상 안전 확보, 선박 호위, 정보 공유 등으로 참여 형태를 세분화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동맹국별로 부담을 재조정하는 방식의 ‘조건 재설계’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외교, 호르무즈에도 ‘MASGA’ 이식을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발언에서 직접적인 추가 요구는 없었지만, 협력 범위가 재조정되는 과정에서 다시 거론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이번 사안을 ‘요청이 철회된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이후 제기될 수 있는 더 구체적이고 조건화된 요구에 대한 대비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를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 조정 과정’으로 인식할 경우, 대응의 출발점은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다음 요구는 기존과 다른 성격을 띨 가능성이 크다. 단순한 파견 여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어떤 범위에서, 어느 정도의 책임을 질 것인지를 묻는 형태로 바뀔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은 ‘참여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으로 참여할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한국의 대응 역시 한 단계 올라갈 필요가 있다. 요청에 대한 수용 여부를 판단하는 수준을 넘어, 참여의 조건과 범위를 선제적으로 설계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자국 선박 보호와 에너지 안보라는 직접적 이해관계를 기준으로 삼고, 군사적 개입의 범위와 역할을 제한적으로 설정하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동시에 이란과의 관계를 포함한 외교적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여지도 확보해야 한다. ‘능동성’이 중요하다.
이러한 조건 설정 없이 대응할 경우, 이후 제시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끌려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일정한 설계도를 갖고 접근할 경우, 동맹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선택의 주도권을 확보할 여지가 생긴다. 실제로 최근 대미 투자협상에서 제시된 이른바 ‘MASGA’와 같은 접근은,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대신 조건을 재구성해 협상의 틀을 바꾼 성공사례로 평가된다.
‘MASGA’라는 모자까지 만들어 조선업 투자 카드를 제시, 트럼프의 ‘거래 본능’을 자극해 관세를 낮췄듯이, 이번에도 ‘에너지 안보 인프라 협력’ 등 미국 실익을 고려한 새로운 설계도를 내밀며 우리의 이익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한 군함 파견 여부를 넘어선다. 동맹 내 역할 분담을 둘러싼 재조정 과정이자, 한국 외교가 수동적 대응에서 능동적 설계로 전환할 수 있는 시험대에 가깝다.
동맹에 대한 배려 아니다
외교 당국이 지금부터 파견 여부를 넘어 ▲에너지 수송로 보호에 따른 실익 ▲군사적 개입에 따른 위험과 비용 ▲이란과의 외교 관계 변화 ▲동맹 내 신뢰와 협상력에 미칠 영향 등을 본격적으로 따져야 한다.
특히 어떤 수준까지 관여할 경우 국익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그 선을 어떻게 협상에서 관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요청은 철회됐지만, 다음 요구는 더 구체적인 형태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그때 한국이 어떤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따라, 이번 사안의 성격은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나 하나 주권외교의 발걸음이 된다. 트럼프의 ‘필요 없다’는 한마디는 동맹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비겁한 승부수’일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
국내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당장 차량 5부제와 같은 에너지 전시 상황을 가정하고, 전쟁 추경을 통한 경제 방어막을 구축해야 한다. 모두 가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지혜의 능동성’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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