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후보자 ‘뜨겁게’ 맞이한 외환시장

신 후보자 첫 출근날 원달러 장중 1530선 돌파 신현송 “달러 유동성 양호...환율과 금융불안 안해도” “추경, 물가 영향 아주 제한적” “매파·비둘기파 이분법 구분 바람직하지 않아”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1일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1일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처음 출근하는 날, 외환시장은 뜨겁게 맞이했다. 중동 사태의 불안감 증폭으로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530원선을 돌파한 것이다.

국제금융 전문가인 신 총재 후보자는 그러나 달러 유동성이 양호한 만큼 환율 급등으로 인한 대외 리스크는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쉽게 말해 달러 부족으로 인한 환율 급등이 아닌 만큼 외환 위기 등의 우려는 현재로선 없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수입물가 상승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31일 “현재 환율 레벨(수준)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일단 환율이 어느 정도 리스크(위험)를 수용할 수 있는지 보는 만큼 그런 면에서 큰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신 후보자는 이날 서울 세종대로 한화금융플라자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면서 기자들로부터 환율 상황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현재 달러 유동성 부분이 양호한 만큼 예전처럼 환율과 금융 불안을 직결시킬 필요는 지금 없는 것 같다”며 이렇게 진단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이란 전쟁 여파로 1,530원을 넘어 1,540원을 향해 치솟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2시 현재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보다 20.0원 오른 1,535.7원이다.

오후 1시49분께 1,536.5원까지 뛰어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0일(장중 최고 1,561.0원) 이후 17년여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오후 들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은 오히려 더 확대됐다.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041 내린 100.432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30원을 넘어선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실시간 환율 정보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30원을 넘어선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실시간 환율 정보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편, 신 후보자는 한국 경제의 당면한 위험 요소로 중동 사태와 유가 상승을 꼽았다.

그는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에는 상승 압력이 있고 경기에는 하방 위험이 있다”면서 “다만 중동 사태의 전개 과정이나 얼마나 지속될지에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환율 상승이 한국 경제의 대외 리스크로 작용할 우려는 적다고 평가했다.

그는 “환율이 높을 때 흔히 달러 유동성이라든가 자본 유출을 우려하는데, 현재 환율은 높지만 달러 유동성은 상당히 양호하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에 많이 들어오면서 외환 스와프를 통해 채권 시장에 투자하다 보니 달러 자금이 상당히 풍부하다”고 말했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에도 “중동 상황으로 취약 부문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정책적으로 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현재까지 발표된 추경 규모나 설계 등에 비추어 봐서는 물가 상승 압력 영향은 아주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중동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얼마나 지속될지 불확실한 만큼 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각국 중앙은행 간 통화 정책이 서로 연계돼 있기 때문에 다른 선진국들의 통화 정책의 경로도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파(통화긴축 선호)라는 시장의 평가에는 “매파냐 비둘기파냐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경제 전체의 흐름을 잘 읽고 시스템 차원에서 금융 구조와 실물경제가 어떻게 호응하는 과정이 일어나는지, 어떤 효과를 가지는지를 충분히 파악한 다음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에서 환매 중단 사태 등이 벌어지면서 금융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는 해외 사모대출 시장과 관련해서는 “사모대출 시장 규모는 2조 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은행 등 다른 부문에 비해 작다”면서 “전체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으로 봤을 때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용 현 한은 총재에 관해선 “지난 4년간 한은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준 이 총재께 존경과 감사의 뜻을 표한다”면서 “이 총재가 이룬 업적도 아주 많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가 도입한 6개월 금리 점도표 공개 방식을 계속 이어갈 것이냐는 질문엔 “후보자 입장으로서 답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시장과의 소통이야말로 통화 정책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 경로고, 이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는 지는 중요한 문제”라고만 말했다.

그는 한은 총재 후보로 지명되기 전이나 그 이후에 이재명 대통령과 따로 만난 적 있냐는 질문엔 “뵙지 못했다”고 답했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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