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역 인근 40만㎡ 주택공급지 찾았다

최대 1만 3천호 공급 가능 오 시장 “청년 특화 복합개발을” 용산공원 개발은 논의진전 없어

지난 20일 회동할 당시의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오세훈 서울시장.
지난 20일 회동할 당시의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오세훈 서울시장.

정부와 서울시가 주택 공급 방안을 두고 용산공원 개발 여부 등으로 벌여온 갈등 국면에서, 소모적 대립을 넘어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가는 협치의 실마리가 마련됐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회동을 갖고 주택 공급 현안을 논의했으나 용산공원 본체 부지 활용을 두고는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오 시장이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 일대를 활용한 대규모 청년주택 및 산업단지 복합개발 대안을 전격 제시하고, 정부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함으로써 해법 마련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 지역의 공급가능 규모가 1만호 이상라는 점에서 청신호가 켜진 것이 아니다. 공급 규모를 떠나 최고 당국자가 답을 찾는 지혜를 모았다는데 추가적인 공급지 발굴도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던지는 것이다.

김윤덕 장관과 오세훈 시장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만나 1시간가량 비공개 회동을 갖고 서울 주택 문제와 공공택지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이 용산공원 주택 공급 문제를 주제로 마주 앉은 것은 지난 20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회동의 가장 큰 쟁점은 정부가 검토 중인 용산공원 내 어린이정원 등 공원 본체 부지의 주택 공급 여부였다. 정부는 청년·신혼부부 대상 주택 공급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제한적 개발 필요성을 내세웠으나, 서울시는 역사적·생태적 가치를 지닌 도심 속 유일한 대규모 녹지인 용산공원 본체만큼은 절대 훼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 장관은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용산공원 관련) 의견 접근은 안 되고 있다고 봤다”면서도 “다만 오해는 많이 풀렸다. 용산공원에 제한적으로 주택을 건설하려는 우리의 진심이 전달된 것 같지만, 오 시장이 본체를 건드리는 것은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오 시장 역시 브리핑을 통해 “용산공원만큼은 역사적 맥락, 생태적 가치, 도시 공간 구조상 도심 한복판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힘주어 설명했다”며 “서울시는 전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결국 용산공원 본체 직접 개발을 두고는 합점에 이르지 못했으나, 양측 모두 ‘소모적 대립’에 머물지 않고 출구 전략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진전이 있었다.

김 장관은 “용산공원이어야만 한다는 것은 원래 없었다”며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합리적 대안을 찾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이르면 다음 달 발표될 정부의 추가 공공주택지구 대상지에도 용산공원 본체는 포함되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구 일원동 대청역 일대 탄천물재생센터 전경.
강남구 일원동 대청역 일대 탄천물재생센터 전경.

이 같은 이견 속에서 돌파구로 떠오른 것이 오세훈 시장이 전격 제안한 ‘탄천물재생센터 부지 복합개발 구상’이다.

오 시장은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약 39만3천㎡)를 이전하고, 인근의 동부도로사업소 부지(약 3조3천억 원 규모)와 SETEC(세텍) 부지(약 2조3천억 원 규모) 등을 연계해 가칭 ‘동남권 청년 특화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정식 제안했다.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는 정부가 검토해 온 용산어린이정원(약 30만㎡)보다 면적이 넓고, 지하철 대청역과 수서역, 수서IC가 인접해 있으며 탄천과 대모산, 삼성서울병원 등 생활 인프라를 두루 갖추고 있다.

서울시는 이 부지의 주거 기능을 절반가량 배치할 경우 최소 1만 호에서 최대 1만 3천 호에 달하는 대규모 청년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서도 오 시장은 서울시 소유의 동부도로사업소와 세텍 부지를 매각해 약 5조 5천억 원의 재원을 마련하고, 여기에 서울시 등이 5천억 원을 마중물로 투입해 민간 투자를 유치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탄천물재생센터 역시 이전과 행정절차에 시간이 걸려 현 정부 임기 내 단기 주택난 해소 대안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으나, 오 시장은 “용산공원에 지으면 이 정부 내에 착공이 가능한지 되묻고 싶다”며 신속한 행정절차 진행을 통해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윤덕 장관은 오 시장의 탄천 부지 제안에 대해 “우리는 (관련) 자료가 전혀 없으니 서울시가 가능한 자료를 바로 주기로 했다”며 “그 자료를 받아 분석해봐야 하겠지만,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취지로 대화를 나눴다”고 화답했다.

이 밖에도 오 시장은 서울시가 건의해 온 정비사업 용적률 완화(재개발 1.2배 상향) 등을 통해 추가 순증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도 김 장관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 같은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용산이나 탄천 부지 개발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의 주택 공급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정권 내 가시적 착공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일주일 뒤쯤 다시 만나 탄천물재생센터 개발 방안과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을 일괄 타결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용산공원을 둘러싼 이견을 넘어선 양측이 실효성 있는 대안 부지 개발을 통해 주택 공급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갈지 주목된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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