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7%대 폭락…AI 낙관론 흔들
삼성전자 9.48%·SK하이닉스 11.06% 급락 7거래일간 코스피 21% 하락 미 물가 상승·AI 투자비 회수 불확실성 겹쳐
국내 증시가 15일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되면서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나란히 7% 넘게 급락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두 자릿수에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했다. 미국의 물가 상승에 따른 고금리 부담과 AI 인프라 투자비를 충분한 수익으로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 반도체 경쟁 심화 우려가 겹치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54.59포인트(7.57%) 내린 5554.22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5.59% 하락한 5673.01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워 장중 한때 9.29% 내린 5450.81까지 밀렸다.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하락 폭을 일부 만회했지만, 급락 충격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날 코스피 하락 폭과 하락률은 지난 7월 28일 이후 약 두 달 반 만에 가장 컸다. 코스피는 지난 6일부터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이 기간 1449.52포인트, 약 21% 떨어졌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4월 7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보다 63.06포인트(7.65%) 내린 760.82로 마감했다. 장 초반 4.79% 하락한 784.45로 출발한 뒤 한때 745.43까지 떨어졌다. 지난 7일부터 6거래일 동안 하락 폭은 159.10포인트, 약 17%에 달했다.
급락세가 이어지자 양 시장에서는 매도 사이드카가 잇달아 발동됐다. 이후 지수가 장중 8% 이상 급락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에 서킷브레이커가 각각 발동돼 거래가 20분간 중단됐다. 양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같은 날 연이어 발동된 것은 지난 7월 29일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대형주 급락…삼성전자 개인 평균 매수단가 밑돌아
하락세는 국내 증시를 이끄는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9.48% 내린 21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1.85% 하락한 20만4500원까지 밀리며 20만원 선을 위협받았다. SK하이닉스도 11.06% 급락한 126만2000원에 마감했고, 장중 한때 하락률이 12.76%까지 확대됐다.
두 종목은 최근 7거래일 동안에도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 기간 6만6000원, 약 24%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57만9000원, 약 31%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이날 하락률은 지난 7월 28일 이후 가장 컸고,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날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평균 매수단가도 밑돌았다. 네이버페이(Npay) 자산 서비스 집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투자자 51만 8720명의 평균 매수단가는 22만2285원으로, 종가인 21만원보다 높았다.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5.53%로 집계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종가가 평균 매수단가를 웃돌았지만, 하루 만에 손실 구간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SK하이닉스 투자자 30만 3044명의 평균 매수단가는 171만7959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26.54%였다. 다만 이는 Npay 자산 서비스 이용자들의 집계로, 전체 개인 투자자의 보유 현황을 대표하는 통계는 아니다.
다른 주요 종목도 대체로 약세를 보였다. SK스퀘어는 10.21%, 삼성전기는 15.36%, LG에너지솔루션은 4.62% 하락했다. 코스닥에서도 에코프로가 8.18%, 에코프로비엠이 9.10%, 레인보우로보틱스가 9.44% 떨어지는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내렸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하나금융지주 등 일부 종목은 상승해 업종별로 차별화된 흐름을 보였다.
AI 투자 확대가 수익으로 이어질까…미국 물가도 부담
이번 급락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미국 기술주 약세와 AI 산업의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꼽힌다.
간밤 뉴욕증시에서는 나스닥 종합지수가 1.88% 하락했고 S&P500지수도 1.11% 내렸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물가와 금리 부담이 다시 부각된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9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이 전월보다 9.1% 오른 영향이 컸지만, 에너지 이외 품목에서도 가격 상승 압력이 나타났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금리 인하가 늦어지거나 고금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이는 미래 성장 기대를 반영해 높은 평가를 받아온 기술주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AI 산업의 투자 규모와 수익 회수 가능성 사이의 간극도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AI 인프라 투자가 2026년 약 1조 달러에 이어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추가로 6조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비용과 금융비용을 감당하고 투자자본수익률을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8조5000억 달러의 매출이 필요하지만, 실제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은 최대 3조6000억 달러에 그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AI 수요가 계속 늘어나더라도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인프라에 투입된 막대한 자금이 기대한 만큼의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이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 자체를 부정한다기보다,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한 자본을 언제,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다시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증권 서상영 상무는 AI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더라도 대규모 설비투자가 충분한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메모리 경쟁·외국인 매도까지 겹쳐
국내 반도체주에는 산업 내부의 경쟁 우려도 더해졌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성장과 증설에 따른 공급 확대 가능성,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 부담 등이 반도체 업종의 투자 심리를 압박했다. 여기에 미국 기술주와 반도체주의 약세가 겹치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매도세가 집중됐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규모가 컸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약 4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개인과 기관이 받아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피에서 개인과 기관은 각각 순매수했으나, 외국인의 매도 규모가 이를 웃돌았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이 순매수한 반면 개인과 기관은 순매도해 코스피와 다른 수급 흐름을 나타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부담에 AI 투자 지속성과 메모리 경쟁 심화 우려가 겹쳤고, 외국인 매도세와 국내 수급 불균형이 하락 폭을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날 증시 급락은 한 가지 악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미국의 물가 상승은 금리 부담을 키웠고, AI 투자 수익성 논란은 기술주 전반의 성장 기대에 제동을 걸었다.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 경쟁 심화 우려와 외국인 매도세가 겹치면서 국내 증시의 낙폭이 확대됐다.
증권가에서는 투자 심리가 급격히 훼손된 만큼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고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적극적인 주식 비중 확대를 지양하고 위험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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