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적과 싸우자”고 외친 그녀

[시네이드 오코너를 추모하며] 세상의 모든 차별과 싸우겠다는 의지 25세에 美우월주의 거부한 공연 논란 불의에 침묵하지 않았지만, 평생 자살충동

지난 7월26일 56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미국 대표적인 저항가수 시네이드 오코너.
지난 7월26일 56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미국 대표적인 저항가수 시네이드 오코너.

자신의 미모조차도 경계하는 삭발의 날카로운 감수성, 분노하는 듯하다 이내 서글퍼져버리는 깊고 아름다운 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과 전쟁, 부당한 권위와 천박함에 저항하는 전사, 시네이드 오코너. 2023년 7월 26일 슬픈 채로 이 별을 떠났다.

시네이드 오코너
본명 Sinéad Marie Bernadette O’Connor
1966년 아일랜드 더블린 출생
1987년 데뷔, 2014년까지 총 10장의 앨범 발매
1990년 2집의 Nothing Compares 2 U’ 빅히트

진짜 적과 싸우자

1992년 시네이드는 가톨릭계의 아동 성추행 사건 은폐에 항의하는 의미로 ‘진짜 적과 싸우자(Fight the real enemy)’라고 외치며 교황의 사진을 찢어버리는 발칙한 퍼포먼스를 벌인다.

그렇잖아도 걸프전을 비롯, 미국 우월주의에 거부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태도로 잔뜩 밉보인 그녀는 그 해,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의 공연 무대에 오르자마자 관중의 격렬한 야유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녀가 무대에서 내려가지 않는 이상 공연은 지속되기 어려워 보였다.

베테랑 세션들조차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혼돈의 상황 속에서, 겨우 스물 다섯이었던 시네이드는 놀랍게도 무반주로 노래를 시작한다. 그 여린 몸으로 포효하듯 불렀던 곡은 Bob Marley의 ‘War’. 세계의 모든 차별이 사라질 때까지 싸우겠다는 내용의 노래였다.

당차기 이를 데 없이 보였던 어린 여전사는 끝까지 도도한 태도를 무너뜨리지 않는 듯했으나 무대를 내려오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부끄럽게도 이 무대는 미국의 대표적 저항가수 Bob Dylan의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이었다.

Sinead O´connor - Madison Square Garden

Nothing Compares 2 U

시네이드는 엄마에게 “너 같은 거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폭력이 일상이었고 아이로서의 기본적인 보살핌 같은 건 기대할 수도 없었다. 학대받은 아이들의 진짜 아픔은 그럼에도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쉰 한 살의 그녀는 TV 인터뷰에서 불행했던 엄마를 안아주고 다독여 주지 못했음을 되려 자책하며, 빨리 엄마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자신이 갖고 있는 자살 본능의 근본이라고 말한다.

본인이 만들진 않았지만(프린스 작사·작곡),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그녀는 죽은 엄마를 떠올렸다고 한다. 영상 마지막 그 한 방울의 눈물이 사람들의 가슴을 그렇게나 울렸던 건 심연으로부터 깊이 울고 있는 어린 소녀를 어쩌면 우리가 알아봤던 때문이었겠지.

당신과 함께 있는 시간이 때로 힘들었다는 거 저도 알아요
그럼에도 당신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Nothing Compare 2 U” 중에서

Sinéad O’Connor - Nothing Compares 2 U (Official Music Video).

Universal Mother

늘 논란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 공격도 무수히 받았지만 불의 앞에 침묵하지 않는 태도는 의식 있는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쳤으며, 대중적으로도 시네이드는 여하튼 세계적 톱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부조리에 저항하는 힘의 일부가 되었을 뿐 정작 그녀에게 일말의 행복을 안겨준 건 자식들이었던 걸로 보인다.

1994년 발표한 4집 <Universal Mother>는 음악과 모성을 통한 치유의 여정이 아니었을까 한다. 자살 충동과 양극성 장애로 평생 고통받았던 사투와도 같은 인생에서 마침내 그녀의 무릎을 꺾었던 아들의 안타까운 죽음(2022년)은 이 따뜻하고 사랑스런 곡을 세상 가장 슬픈 노래로 만들어버렸다.

My darling child
You gave life to me
You came and saved me
God gave you to me
Me little puppy.......
.”My Darling Child” 중에서

My Darling Child

Lir’s children

신비로운 목소리와 느린 왈츠의 피아노가 담담한 척 서늘하게 저며오는 “Perfect Indian”에서 그녀는 스스로를 ‘리르의 아이’에 비유한다.

바다의 신 리르의 아이들이 계모의 저주로 900년간 백조의 몸이 되어 살아가게 되었다는 아일랜드의 오랜 전설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처참한 운명에도 불구하고 괴로워하는 아버지를 위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사람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힘이 담긴 백조들의 노래를 듣기 위해 적국의 사람들까지 호수로 모여들었다. 900년을 오로지 노래의 힘으로 견뎠을 아이들의 저주가 끝났을 때 사랑하는 이들은 이미 세상에서 모두 사라진 후였다.

시네이드의 삶은 전설처럼 허망한 새드엔딩이 되었지만 운명의 저주로부터 이제는 놓여났길, 마침내 그리던 엄마와 아이를 만나 서로 따스하게 안아주었길 또한 바라며 이 아름다운 백조의 노래를 감사히 듣는다.

A Perfect Indian
글쓴이

김효진 팝 칼럼니스트

김효진은 팝 칼럼니스트 입니다. 아직도 안 망했냐는 말을 4년 가까이 들으며 잠실에서 LP 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시집 한 권과 여기저기 써낸 음악 에세이가 자꾸 늘어가는 무명작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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