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디, 어떻게 당신에게 잘 가라고 말할지

[프랑스와즈 아르디를 추모하며] 10대 청순한 요정, 80세에 떠나 1960년대 최고의 ‘워너비’ 스타 우수에 찬 생머리, 안개같은 음성

젊은 시절의 프랑스와즈 아르디.
젊은 시절의 프랑스와즈 아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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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대표한 샹송 가수

지난 6월 11일 아름다운 별이 또 하나 지상을 떠났다. 프랑스의 싱어송라이터 프랑스와즈 아르디(Francoise Hardy, 1944년생).

프랑스와즈 아르디 하면 여전히 10대의 청순한 요정이 떠오르지만, 떠나는 날 그녀는 80세였고, 상큼한 소녀 감성의 곡이 우리나라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1990년대에도 그녀는 이미 40대를 훌쩍 넘겼었다. 세상의 무자비한 시간의 흐름과는 다르게 존재하는, 과연 음악은 요정들의 세계인지도.

이름은 귀에 익은 것 같은데 누구더라 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프랑스 여배우’ 혹은 ‘샹송 가수’ 라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는지. 화장기 없는 우수에 찬 생머리, 검은 터틀넥 스웨터가 어울리는 마른 체형, 속삭이듯 안개 같은 음성. 뭐 이런 걸 떠올렸다면 그게 바로 프랑스와즈 아르디다.

하지만 어쩌면 그건 40대 이후 세대 간의 공감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아는 샹송은 이미 지나간 추억이 되었고 프랑스에서도 젊은 층에게 외면받은 지 오래라고 한다

노래: Star

에디트 피아프에 비견되는 천재성

16세 생일 선물로 엄마가 사준 기타가 프랑스와즈 아르디를 음악으로 이끌었다. 여러 오디션을 거쳤고 마침내 1962년 첫 앨범을 냈는데 직접 작사, 작곡한 Tous les garcons et les filles(모든 소년, 소녀들)가 대히트를 하며 100만 장이 팔려나간다.

노래: Tous les garcons et les filles(모든 소년, 소녀들)

당시 언론들은 ‘프랑스와즈 아르디는 18개월 동안 판 앨범은, 에디트 피아프가 18년 동안 판 것보다 더 많았다’라며 놀라워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제인 버킨(Jane Berkin), 프랑스 갈(France Gall)과 함께 프랑스 샹송계의 ‘여성 3인방’이라 일컬어지는 프랑스와즈 아르디의 음악 행로는 출발부터 그렇게 화려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무표정이 그냥 얼떨떨한 표정이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앨범은 순식간에 유럽을 비롯 영·미권까지 팔려나갔다.

최고인기의 록밴드였던 롤링스톤즈의 보컬 믹 재거(왼쪽)와 함께 패션사진을 짝은 아르디.
최고인기의 록밴드였던 롤링스톤즈의 보컬 믹 재거(왼쪽)와 함께 패션사진을 짝은 아르디.

이때 데이빗 보위, 믹 재거, 밥 딜런 등 여러 아티스트들이 아르디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도 했는데, 특히 밥 딜런은 자신의 앨범 ‘Another side of Bob Dylan’ 슬리브에 그녀를 떠올리게 하는 시를 수록하기도 했다.

아르디는 50년 이상에 걸쳐 서른 여개의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했다. 아쉽게도 국내 대중에겐 대부분 알려지지 않았으나 아하 이 노래! 할만한 곡이 있다.

옛 노래 ‘It hurts to say goodbye’에 세르주 갱스부르가 가사를 붙여준 Comment te dire adieu(어떻게 너에게 잘 가라고 말할지)다. 1968년 발표 후 크리스탄 디올의 광고음악으로 쓰이며 프랑스를 비롯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으나, 대한민국에 그 곡이 알려진 건 그로부터 20년이나 지나서였다.

그때의 우리가 받았던 상큼한 느낌은 1960년대 프랑스인들이 느꼈던 그것과 같을까? 광고 삽입곡으로 사용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몇몇 마니아를 제외하고 그녀와 그녀의 노래를 모른 채 살아갔을까? 세상엔 그렇게 놓쳐버린 아름다운 노래들이 얼마나 많은 걸까?

노래: Comment te dire adieu (어떻게 네게 잘 가라고 말할지)

2018년 74세에 발표된 ‘Personne d’autre’(페르소나 도르)는 그녀의 마지막 앨범이 되었다. 이후 2023년 롤링스톤지(誌)가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수 200인’에 프랑스인으로선 유일하게 선정되기도 했다.

프렌치 시크 스타일의 아르디.
프렌치 시크 스타일의 아르디.

세계 션계 사로잡은 ‘프렌치 시크’

프랑스와즈 아르디가 가창력이나 음악성에 있어서 매우 뛰어난 가수라 하긴 솔직히 어렵다. 대중들 또한 그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아르디가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스타일,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1960년대 패션 아이콘 제인 버킨과 더불어 그녀는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였다.

젊은 시절 연인이었던 사진작가 장마리 페리에가 찍은 아티스틱한 사진들의 역할도 컸지만 마른 몸과 큰 키, 중성적인 마스크의 무심한 표정은 당시 패션계에 깊은 영감을 주었다.

파코 라반의 메탈릭 드레스를 입은 아르디
파코 라반의 메탈릭 드레스를 입은 아르디

파코 라반이 금과 다이아몬드로 만들어 그녀에게 선물한 메탈릭 드레스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드레스로 일컬어지며 주간지 ‘파리 매치’에 실렸다. 그 스타일은 패션계에 혁명을 일으켰고 파코 라반과 그녀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현재 가장 힙한 브랜드 중 하나로 전 세계 200여 개의 매장을 가진 ‘꼼 데 가르송 Comme des garcons’(소년들처럼)도 아르디의 Tous les garcons et les filles 가사에서 따온 것이다.

영화감독들이라고 아르디를 내버려 둘 순 없었겠지. 프랑소와즈 사강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로제 바딤(Roger Vadim) 감독의 영화 ‘스웨덴의 성’(1963), 이브 몽땅과 함께 연기한 ‘그랑프리’(1966), 그리고 짧은 출연이지만 장 뤽 고다르의 영화에도 등장한다.

그녀가 부인한들 시대의 아이콘이었음은 분명한 것이고, 적어도 그녀의 패션 스타일의 영향력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깔끔한 사생활...안락사 합법화 주장하기도

아르디는 어린 시절이 불행했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집을 떠나 가족을 돌보지 않았고 외할머니는 정신적으로 그녀를 학대했다. 밝고 상큼한 노래에도 어딘가 우울하고 그늘진 표정, 자신감 없이 수줍어하는 태도의 원인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그것이 또한 그녀의 매력으로 우리를 매혹한다. 인터뷰에서도 확신 없는 말투다. 몰라요, 글쎄요, 아마도...

노래: Le premier bonheur du jour(하루의 첫 행복)

“아이콘이라는 단어는 마치 다른 사람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건 제가 아니에요. 좋은 책이 있는 제 방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파코 라반, 알렉사 청, 전 발렌시아가 수석 디자이너이자 현 루이비통의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스 게슈키에레 등 패션계 거물들의 찬사를 받았던 이 대단한 여성이 집에서 책이나 읽고 있는 게 제일 행복하다니 정말 사랑스럽지 않은가.

어린 시절부터 음악뿐 아니라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아르디는 파리 제4대학(소르본느 대학)에서 독일어를 전공하며 스스로의 지적 영역을 넓혀간다. 대부분의 곡을 직접 작사하는 그녀의 음악세계를 더 깊게 해준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프랑스 여성들의 워너비이자 세계적인 톱스타임에도 사생활이 심플한 것도 그녀답다. 프랑스의 가수 겸 배우 Jacques Dutronc(자크 뒤트롱)과 1960년대 후반부터 동거, 1981년에 결혼했다. 1973년엔 낳은 아들 토마스 뒤트롱도 재즈 기타리스트이다.

아들 자크 뒤트롱(오른쪽)과 함께 포즈를 취한 아르디
아들 자크 뒤트롱(오른쪽)과 함께 포즈를 취한 아르디

2004년 림프종 발병 후 2018년 마지막 앨범을 내기까지 은퇴와 복귀를 거듭하며 고통 속에서도 음악을 놓지 않았다. 작년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안락사 합법화를 지지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듣고 보는 건 몇 년도 발병, 치료 후 또 언제 재발 등 그런 소식과 기록뿐이지만 당사자가 겪는 고통이 어떠했는가를 그 발언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어쩐지 나는 아르디의 나이 먹은 얼굴이 좋다. 주름은 자연스럽고 유명인들의 그 흔한 보톡스 흔적도 없다. 젊은 시절의 슬픈 듯 시크한 표정도 좋지만, 훨씬 더 감정이 풍부해진 노년의 얼굴에도 강하게 끌린다. 활짝 웃는 사진도 더 많아졌다. 대체로 사람들은 그 반대이지 않은가. 환히 웃는 주름진 그녀의 얼굴을 보며 고통만은 아닌 시간이었길 기도한다.

마지막 곡은 이게 딱 좋겠다.

I’ll Be Seeing You
in every lovely summer’s day
in every that’s right and gay
I’ll always think of you that way

노래: I’ll be seeing you

이 칼럼을 영상으로 · 6:11 [더칼럼니스트] Dior의 광고 삽입곡으로 유명한 그 노래를 부른 가수!!
글쓴이

김효진 팝 칼럼니스트

김효진은 팝 칼럼니스트 입니다. 아직도 안 망했냐는 말을 4년 가까이 들으며 잠실에서 LP 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시집 한 권과 여기저기 써낸 음악 에세이가 자꾸 늘어가는 무명작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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