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사 “한-러, 관계복원 말처럼 쉽진 않아”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 인터뷰] “러, 韓과 건강한 발전 궤도 올라서길 희망” “양국, 과거와 다른 방식, 새 기반위에” “시급한 직항 재개...對러 경제제재 해제” 러-북 밀착 “한반도 평화안정 기여할 수도” “韓언론, 러-우 갈등 원인에 깊은 이해를”

지난 2023년 12월 한국에 부임해 임기 1년 6개월을 보낸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 사진제공=주한 러시아대사관
지난 2023년 12월 한국에 부임해 임기 1년 6개월을 보낸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 사진제공=주한 러시아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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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는 28일 <더 칼럼니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 양국 관계가 건강한 발전 궤도 위에 돌아가길 바라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한국측이 ‘우리는 당신을 용서했고, 관계가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하기만 하면, 러시아가 그 말을 기다렸다며 관계 복원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며 “현실은 조금 다르다. 현재 상황은 한국이 러시아에 제재와 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시작됐고 그 결과로 한국은 러시아에 비우호적 조치를 취한 국가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는 한국과 관계복원을 원하지 않는다고 할 순 없지만, 성급하게 관계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며 “관계가 개선되려면, 현재 상황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되짚어보고, 그 원인에 대한 적절한 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그런 조치가 이뤄진다면, 양국 관계는 보다 건설적인 대화와 발전의 궤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속담에 비유하자면 “다진 고기로 스테이크를 만들 수는 없듯이’ 한국과 러시아 간 관계는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기반 위에서 복원될 수 있으며 마법 같은 해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한국이 제재를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고, 정부간 대화를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가장 간단한 조치로 양국의 직항 항공편 운항을 복원하거나 최소한 복원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 1년 10개월만인 지난 2023년 12월 한국에 부임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대사는 이재명 정부 출범 시기에 <더 칼럼니스트>와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 방식은 서면 질의응답 방식이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양국의 경제협력 복원과 관련,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할 때 과도한 제스처를 취하거나 문을 세게 닫고 떠난 것도 아니며, 도덕적 우월감을 내세우거나 비난조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한국기업으로서는 불가항력적인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며, 이 점은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국가들처럼 반(反)러시아 이념에 깊이 물든 모습은 한국에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한국(과의 경제협력)은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북한 간 체결한 군사협정과 관련해서 지노비예프 대사는 “한국민의 우려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지만, 러시아와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DPRK)간의 협력은 대한민국이나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며, 대한민국의 안보를 해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으며, 우리의 국가적 이익에 기반한 것”이라며 “협정에 상호 지원을 명시한 제 4조는 전적으로 방어적인 성격을 띄고 있으며 DPRK가 공격받지 않는 한, 모스크바와 평양간의 협력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아가 “러시아와 DPRK 간 우호적인 관계가 반드시 대한민국에 부정적인 요소가 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일부 한국 학자와 전문가들의 접근을 환영한다”며 “DPRK가 군사적 위협 앞에서 고립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한국에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의 양측이 각자의 안보에 대한 확신을 강화하게 된다면, 이는 궁극적으로 대화 재개와 정치·외교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러시아는 이러한 과정에서 건설적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이 지역의 문제들을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3일 발생한 한국내 정치적 위기 상황 속에서 DPRK측은 침착하게 행동했으며, 38선 아래 남쪽에서 발생한 어려움을 자국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려 하지 않았다”며 “이는 남한에서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신호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해 러시아가 건설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해 러시아가 건설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인터뷰 내내 한국민과 한국 언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근본적인 원인과 배경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갈등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러시아 사람들을 공격적이고 호전적이며 약자를 괴롭히는 존재로 낙인찍는 것은 러시아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며 서방의 선전에 의해 사고판단이 흐려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러시아는 약자를 공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항상 공격을 받았다. 우리는 국가 안보를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어떤 국가나 국민을 해치거나 말살할 의도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료 시기에 대해 그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많은 이들이 종전에 대해 기대를 품었지만, 러시아는 처음부터 과도한 기대를 가지지 않았다”며 “서방이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안기려는 그들의 의도가 여전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 안보에 대한 위협과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주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가 해결되면, 그 때 갈등을 해결할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서방과 관계에 대해 그다지 큰 기대나 미련을 갖고 있지 않는데, 이는 러시아의 의지나 희망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서방의 반(反)러시아 정책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지난 2024년 7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께서 연설에서 얘기하셨듯, 2002년 이스탄불에서 합의한 사항, 즉 우크라이나내 러시아어 사용자들의 권리 보장, 우크라이나의 비무장, 그리고 중립적 지위의 확립 등의 조건이 충족된다면, 신속하게 갈등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게 러시아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지노비예프 대사와의 인터뷰 전문을 3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7:23 [더칼럼니스트] ‘다진 고기로는 스테이크 못 만든다’ 주한 러시아 대사가 한-러관계에 던진 충격적인 비유!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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