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판이 벌어질 때 지구가 내뱉는 탄소
[지질해설사 박태웅의 지구 속 이야기]
- [1분 핵심 요약]
- 판구조론의 완성 베게너의 가설 이후 맨틀 대류설과 해저 확장설이 결합하며, 지구가 독립적인 지각판들의 이동으로 움직인다는 ‘판구조론’이 현대 지질학의 정설로 확립됨.
- 탄소 배출의 주역 화산보다 해령과 열곡 등 지각판이 ‘벌어지는 곳’이 지구 탄소 순환의 핵심 동력임이 2026년 뮐러 교수팀의 연구로 입증됨.
- 플랑크톤과 기후 조절 2억 년 전 출현한 석회화 플랑크톤이 쌓은 퇴적물이 지질 활동을 통해 대기로 배출되며, 지난 1억 2천만 년간 지구의 장기 기후 조절 시스템을 유지해옴.
- 배출 속도의 역전 인류가 탄소를 배출하는 현재 속도는 5억 년간 지속된 그 어떤 지질학적 변동 속도보다 압도적으로 빠름.
- [The Insight - 행간의 재구성]
- 지각 파열의 비선형성 대륙 분리는 임계점에 도달하면 반죽이 찢기듯 순식간에 가속도가 붙음. 지질학적 변동은 완만하게 진행되다 어느 순간 ‘급격한 파열’로 이어지는 특성을 가짐.
- 자연적 균형의 산물 탄소 배출은 본래 지구가 지각판 이동을 통해 스스로 온도를 다스려온 정교한 메커니즘이며, 수억 년간 지구 생태계를 유지해온 기본 원리임.
- 문제는 ‘속도’다 현재 기후 위기의 핵심은 탄소 배출 여부가 아닌, 5억 년의 지질학적 호흡을 단 100년 만에 추월해버린 인류의 ‘배출 가속도’에 있음.
대륙이동설에서 판구조론까지
1912년, 32세의 독일 기상학자 알프레드 베게너(Alfred Wegener: 1880~1930)가 프랑크푸르트 지질학회에서 ‘대륙이 이동한다’는 코페르니쿠스적 가설을 제기했다. 그는 천문학 박사 출신의 기상학 연구자였지만 지구물리학에 늘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혁명적인 이론을 생각할 수 있었다.
베게너 이전 지질학계는 지구가 식으면서 수축한다는 이론과, 대륙과 해양은 고정되어 있다는 이론이 지배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베게너가 대륙이 움직인다는 주장을 한 데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었다. 그 근거로,
① 남아메리카 대륙의 동해안과 아프리카 대륙 서해안의 모양이 거의 일치하고,
② 멀리 떨어진 대륙에서 같은 종의 파충류와 식물 화석이 발견되었고,
③ 서로 다른 대륙에 있는 산맥과 지질 구조가 연결되고,
④ 인도, 아프리카 등의 열대 지역에서 빙하 퇴적층이 발견된 것 등이다.
베게너는 기존의 사고 방식이 1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 보았지만 실제 그의 새로운 이론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지기까지 반 세기가 걸렸다. 제안자 스스로 대륙 이동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밝히지 못해서였다.
베게너의 이론이 받아들여진 것은 1928년 맨틀 대류설, 1960년대 해리 헤스(Harry H. Hess; 1906~ 1969)와 로버트 디츠(Robert S. Dietz; 1914~ 1995)에 의한 해저 확장설(Seafloor Spreading)이 밝혀지고나서였다.
맨틀 대류설은 지구의 핵에서 전달된 열과 방사성 원소 붕괴열로 인해 고체인 상부 맨틀이 젤리처럼 매우 느리게 흐르며 열을 이동시켜 판을 움직이게 한다는 이론이다. 해저 확장설은 맨틀이 올라오는 해령(海嶺)에서 새로운 해양 지각이 만들어져 확장되며, 해구(海溝)에서는 오래된 해양 지각이 맨틀 속으로 들어가 소멸한다는 이론이다.
그리하여 베게너의 가설은 판구조론(1967~1968년)의 기초가 되었다. 판구조론은
① 여러 개의 단단한 판으로 나뉜 지구 지각인 암석권이
② 점성(粘性; 끈적거림)과 연성(軟性; 늘어남)이 아주 높고 유동적인 상부 맨틀의 연약권 위에 자리함에 따라
③ 매년 몇 ㎝씩 서로 완전히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이론이다.
다시 말하면 판구조론은 지구 지각의 수평적 이동인 판의 움직임과 맨틀 대류에 의한 수직적 움직임인 상승 및 침강을 하나의 틀로 설명하는 이론이다.
지구는 3억 년~ 2억 년 전 모든 대륙이 ‘판게아’라는 하나의 대륙으로 존재했었다. 베게너 이후 많은 지구과학자들은 2억 년 전 지구는 하나의 대륙(초대륙)이었고 다시 2억 년이 지나면 또 다른 초대륙이 형성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베게너의 주장에 1억 년의 편차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즉 그것은 지구가 3억 년 전에 하나의 대륙이었다가 2억 년 전부터 분리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지구는 2억 년 전까지 하나의 대륙이었다는 의미다.

어느 순간 빨라지는 판 이동 속도
베게너의 말은 지구가 하나의 대륙이었다기보다 북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대륙의 대부분을 포함하는 북(北)반구의 ‘로라시아’와,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아라비아,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남극 대륙을 포함하는 남(南)반구의 ‘곤드와나라’는 두 개의 대륙으로 나뉘어 있었다고 보완되어야 옳다.(다케우치 히토시 지음 『대륙은 살아 있다』 70p)
한편 두 대륙 사이에는 ‘테티스’라는 해양이 지금의 지중해 자리에 지중해보다 넓게 자리하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일반적으로 맨틀 위에 둥둥 떠 있는 대륙들이 손톱이 자라는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손톱이 자라는 속도라는 말에 걸맞게, 시드니 대학교 지구과학부의 디트마르 뮐러(Dietmar Müller; 1959~ ) 교수는 지구의 판은 점성(粘性)이 매우 높은 맨틀 위에 놓여 있어서 상당히 느리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말을 했다.
이어 그는 지구 역사 전반에 걸쳐 초대륙이 분열하는 과정에서 판의 이동 속도가 갑자기 빨라진 사례가 많았다고 밝혔다.(2016년)
뮐러 교수는 이런 비유를 든다. 두꺼운 반죽 덩어리를 잡아당긴다고 상상해 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반죽이 당기는 힘에 저항하며 손 사이에서 천천히 늘어나기 때문에 떼어내는 데 많은 힘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계속되면 결국 반죽은 충분히 얇아져서 아주 쉽고 빠르게 분리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한다.
대륙 사이의 연결 부위가 충분히 얇아질 경우 대륙이 분리되는 것도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연구는 대륙이 분리되는 동안 격렬하게 늘어났던 지역을 정확히 찾아내기 위해 수천 ㎞에 달하는 지진 단면을 분석하는 힘든 작업의 결과 나온 추론이다.
디트마르 뮐러 교수의 동료 연구자인 사샤 브루네 박사는 이런 분열 과정이 일반적으로 자연스럽게 끝나지 않는 바경계면의 분할로 이어지며 외곽 경계면은 급격한 침강, 높은 열(熱) 흐름, 활발한 화산 활동 등의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대륙 외곽 가장자리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전면적인 단층 파열이 발생한다.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되는 곳은
판의 이동 속도가 갑자기 빨라진다는 글을 발표한 지 10년만인 2026년 1월 뮐러 교수와 그의 연구팀이 새 논문을 발표했다.(네이처의 자매지인『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수록 ‘빙하기와 온실기 기후를 조절하는 판의 발산부에서 발생하는 탄소‘)
뮐러 교수는 지각판이 만나는 경계면에 형성되는 화산호(火山弧)라는 화산 사슬이 주도하는 화산 활동과 관련된 용융 작용 결과, 수천년 동안 암석 속에 갇혀 있던 탄소가 방출돼 지표면으로 올라온다는 기존의 학설에 반기를 들었다.
오히려 해령(海嶺)과 대륙 열곡(裂谷) 등 지각판이 벌어지는 지역이 지질 시대 전반에 걸쳐 지구의 탄소 순환을 주도하는 데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한다.
연구팀은 지난 5억 4천만 년 동안 화산, 해양, 지구 깊은 곳 사이에서 탄소가 어떻게 이동했는지 재구성한 결과, 해양 깊은 곳의 지각판 이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틈(gaps)과 능선(ridges)에서 방출된 탄소 가스가 지구 역사의 대부분 동안 빙하기와 온실 기후 사이의 주요 변화를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거대한 수중 산맥인 해령, 지각판이 벌어지는 열곡 등에서의 탄소 배출이 오랜 기간 탄소 순환을 주도한 이래 1억 2천만 년 전부터 화산 활동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수치를 결정적으로 올리기 시작했는 것이다.
이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한 종류인 플랑크톤 석회화 생물이 등장함에 따라 생긴 현상이다. 이들은 약 2억 년 전부터 진화하여 약 1억 5천만 년 전 전(全) 세계 해양으로 퍼져 나가 1억 2천만 년 전 이래 바다에 ’탄소가 풍부한 퇴적물’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 것은 이 퇴적물들이 화산 활동을 틈타 배출되었기 때문이다. 2억 년 전 ~ 1억 5천만 년 전에 석회 껍질을 가진 플랑크톤이 진화해 바다를 채웠고 궁극적으로 지구 기후를 지배하는 장기적인 탄소 순환의 중요한 고리가 되었다.(페리스 제이버 지음 『비커밍 어스』 165p)
조개, 전복 등이 껍데기와 진주를 만들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 골격 성분을 콘키올린(Conchiolin)이라 한다. 이는 연체동물의 외투막에서 분비되어 탄산칼슘 결정을 결합하는 접착제 같은 성분이다. 석회화 플랑크톤은 바닷물 속에 녹아있는 중탄산염을 흡수하여 탄산칼슘 껍데기를 만들어 탄소를 잡아둔다.
핵심은 ‘해양판- 지구 깊은 곳- 대기 사이의 탄소 교환’,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지구 기후 조절 메커니즘’이다.
여기에는 또 명확히 인류의 활동이 작용한다. 디트마르 교수팀의 연구 결과로 인간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인류가 탄소를 배출하는 속도를 볼 필요가 있다. 수억 년에 걸쳐 진행되던 탄소 순환의 평형이 불과 100여 년 사이의 인위적 배출로 인해 회복 불가능한 불균형 상태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연구팀의 최종 결론이자, 우리가 마주한 데이터의 경고이기도 하다.
* 다음 달은 지구 기후 조절 시스템, 기후 연구자에게 수여된 2021년 노벨물리학상 이야기 등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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