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분명한 것이 더 불확실하다
[공동락의 중앙은행 엿보기] 7월 금통위 ‘금리 인상’에 못박듯...타겟은 ‘부동산시장’ 일반적이 됐지만 가이드라인도 없는 ‘금융 안정’ 목적 기준금리 얼마 올려야, 부동산 가격 떨어져야 안정인가 통화정책만으로 달성될까... 불확실성과 혼란도 걱정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 겸 채권 애널리스트] 한국은행이 강력하게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한은 출입기자 시절을 포함해 거의 20년 가까이 기준금리 결정 과정을 지켜봤던 필자의 입장에서도 통화당국이 이처럼 분명하게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냈던 기억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다.
예상 외로 강력하게 매파적인 입장을 보임에 따라 채권을 비롯한 금융시장도 몹시 놀란 느낌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금통위 기자회견은 이주열 총재가 아니라 그의 쌍둥이 형제가 참석한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7월 금통위. 결과적으로 기준금리는 현행 수준인 0.50%에서 그대로 동결됐다. 하지만 향후 금리 결정의 방향성을 시사하는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1인의 소수의견이 개진됐고, 이주열 총재는 마치 작심이라도 한 듯 기준금리 인상의 당위성과 시급함을 강조했다.
이주열 총재의 변신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발언의 강도만큼이나 금리를 올리려는 이유와 목표도 매우 명확했다. 향후 통화정책방향을 시사하는 발표문, 기자회견 그리고 금통위 관련 기사들을 몇 번이나 복기하더라도 이번 제시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부동산`이었다.
통화당국이 직접 향후 자신들의 정책 행보에 대한 방향성과 타겟을 분명하게 밝혔다는 사실은 이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특히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사안이다. 다른 어떤 것보다 불확실성을 꺼리는 금융시장의 속성을 감안할 때 매파든 비둘기파든 향후 전개될 내용이 명확하다는 것은 그 만큼 대응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너무나 방향성에 대한 판단이 자명했던 통화정책 이벤트라도 반대로 또 다른 논쟁의 여지가 생겼다면, 불확실성 해소를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의미로 그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이번에 통화당국이 기준금리 인상의 이유로 지목한 ‘금융안정’이 목적이라면 말이다.
‘금융안정’ 그 모호함에 대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금융안정’을 설립 목적으로 새롭게 추가하거나 종전보다 더 강력하게 강조했다.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가 ‘금융안정 = 자산시장 견제’로 일반화했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금융안정을 강조하면 항상 그 이후에는 특정한 자산시장이 한 세트로 등장하는데, 이번에 한국의 경우 부동산이 바로 그 대상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안정을 강조하거나 자산시장을 견제하겠다고 중앙은행이 자신들의 견해를 분명하게 밝히는 만큼이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즉 중앙은행의 금융안정에 대한 강조가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설립 목적인 물가안정에 비해 그 정도를 구체화시키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연준(Fed)이 도입한 평균물가목표제(AIT)는 따지고 보면 연준의 물가안정 목표 2%라는 뚜렷한 수치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금융안정은 “얼마나”에 해당하는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은 금융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조치들이 이뤄질 경우 정책 당국이 구상한 최종적인 종착지를 명확하게 알 수 없다는 우려와도 직결된다.
얼마나 금리를 올려야 부동산을 견제하고 또 어느 정도로 견제가 이뤄져야 통화당국이 구상했던 정책 효과가 나타났다고 판가름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당연히 시장에서는 해당하는 수준을 문자 그대로 ‘추측’할 수 밖에 없다. 금융안정이란 목적으로 명확하게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으나, 그 방향성과는 별도로 부가적인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또 수반돼야 하는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과거 중앙은행들의 자산가격에 대한 대표적인 견제 사례로 지난 1996년 그린스펀 연준 의장의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발언과 같이 단편적인 내용들이 한정되는 것도 그만큼 금융안정, 자산가격으로 이어지는 통화당국의 견제 경로가 매우 모호하고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하겠다.
통화정책만으로 자산시장 안정 가능할까
금융안정을 목적으로 한 자산시장에 대한 견제나 대응이 단순히 통화정책으로만 효과가 발생하기 어렵다는 사실 역시 주목해야 하는 대목이다.
지난 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명자 자격으로 출석한 상원 인준 청문회 자리에서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에 대해 매우 강력하고 포괄적 대응을 시사했다. 앞서 전임 연준 의장 시절부터 화폐라는 명칭과 무색하게 가상화폐를 화폐가 아닌 일종의 ‘자산’이라고 간주한 데 이어, 이번에서는 돈세탁과 같은 불법적인 행위에 비트코인이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차단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비트코인 가격은 2017년과 2018년 중앙은행을 비롯한 각국 정책 당국들의 강력한 견제로 한동안 안정적인 동향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충격 이후 글로벌 전반의 강력한 유동성 확대와 소위 `돈풀기` 국면 이후에 나타난 증시 랠리에 맞춰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다. 정황상 중앙은행들의 완화적인 정책 행보에 따른 유동성 확장이 가격 급등 원인으로 거론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옐런 장관은 비트코인에 대해 유동성과 더불어 다른 정책 수단들을 통한 포괄적인 견제를 함께 강조했다. 단순히 유동성을 조절하는 정도의 대응이 아니라 과세를 비롯한 보다 다양한 견제 수단들을 함께 동원해야 할 필요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부작용도 고민해야...불확실성과 혼란 상당할 것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차츰 정상화 경로로 진입하면서 통화당국 역시 정책 정상화를 조금씩 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본인들이 판단하기에는 가장 정상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부문으로 금융불균형,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가격 문제를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부동산과 같은 특정 이슈에 통화정책 행보를 집중할 경우 미칠 부작용 역시 상당할 수 있음을 당국 역시 주지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금융안정은 그 목적이나 한계가 아직까지도 명확하지 않는 선언적인 의미의 정책 목적이다. 당연히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려야 그 목적으로 달성할 수 있느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불확실성과 혼란 역시 상당할 것이다.
한국은행은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는 “국내 물가, 경기 및 금융· 외환시장시장 상황, 세계경제의 흐름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look-at-everything approach)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만큼 특정 대상을 통화정책의 목적으로 한정했을 경우 부작용이 상당할 수 있음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런 의미에서 7월 금통위는 강력했던 통화정책의 정상화 의지 만큼이나 부동산이라는 타겟에 대한 강조 역시 너무나 강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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