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채권 시장은 언제 안정될까
[공동락의 중앙은행 엿보기] 크레딧시장은 국채보다 더디게 안정돼 경기위축·금리상승기엔 더 힘들 수 밖에 정부 정책대응 효과도 시차두고 나타나
채권시장, 언제쯤 안정될까
레고랜드 발(發) 자금경색이 발생한 이후 크레딧 채권시장이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50조+α와 같은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 참가자들의 크레딧 채권에 대한 접근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국채 금리가 미 연준(Fed)의 피봇(pivot, 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 등으로 급격한 상승세를 멈추고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국채시장과 비교할 때 대조적이다.
크레딧시장에 대한 접근이 좀처럼 조심스러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자 채권 운용자들이나 자금을 조달하는 입장에서도 불안감은 지속되고 있다.
실제 필자가 최근 채권시장 참가자들이나 언론을 통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크레딧시장이 언제 안정될 수 있으냐”일 정도니 말이다. 참고로 레고랜드 사건이 생기기 전까지 가장 빈도가 높았던 외부의 질문은 “연준이나 한은이 얼마나 더 금리를 올릴까요?”였다.
결론부터 밝힌다면 현재와 같은 자금경색 및 크레딧 채권시장의 위축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물론 사태 직후에 나타났던 것과 같은 급격한 경직 현상은 지금도 조금씩 완화되고 있으나,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원활한 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크레딧 스프레드가 본격적인 축소나 안정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고비들이 상당해 보인다.

정책당국의 대응은 실패했나
이처럼 크레딧 채권, 구체적으로는 크레딧 스프레드가 제대로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을 내놓으면 항상 되돌아오는 단골 질문이 하나 더 있다.
그렇게 더디게 안정되는 시장이라면 “과연 정책 당국들이 내놨던 일련의 정책들이 효과가 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지원책의 규모가 이미 천문학적인 숫자에 달하는 만큼 “50조원을 투입하고도 안정되지 못하는 크레딧 채권시장”과 같이 자극적인 헤드라인의 언론 기사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는 레파토리다.
하지만 필자는 현재 크레딧 채권시장을 둘러싼 제반 여건을 고려하면 더딘 시장 안정은 어느 정도는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굳이 정책의 실효성이나 지원책의 규모를 놓고 논쟁이 확산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다. 다음은 그 이유들이다.
첫째, 크레딧 채권시장이 이미 급격한 투자심리의 경색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인 동시에 현 상황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경색된다는 것은 자금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무대인 시장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즉 자금을 조달하는 입장에서는 이자를 충분히 더 지불할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을 받을 수 없고, 반대로 자금을 보유한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자를 더 받는다고 해도 자금 공급 자체를 꺼린다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이 접점을 형성해 가격이 결정되고, 결정된 가격에 맞춰 총량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이 서로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정책 당국이 보여준 일련의 지원책들은 수요와 공급(주로 공급)을 자극함으로써 접점 형성을 돕는 행위를 일컫는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러한 큰 자극이 실제 시장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항상 ‘상당한 시차’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단순히 수요와 공급 곡선 상에서의 변화가 아니라 아예 수요나 공급 곡선을 새롭게 옮겨놓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그 시차 역시 더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유동성 축소 환경을 이해하자
둘째, 현재 크레딧을 포함해 금융시장은 유동성을 축소하는 국면에 있다는 점이다. 보통 통화정책의 변화를 금리에만 주목하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이 유동성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간과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금의 수요와 공급이라는 단순 셈법 만을 상기하더라도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곧바로 유동성을 축소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또한 이렇게 유동성이 줄어들 경우 채권시장에서 유동성이 투입되는 우선 순위가 상대적으로 밀리는 크레딧 시장에서는 금리가 상승하거나 스프레드가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셋째, 현재 통화당국이 진행 중인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통상적인 경기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물가 안정과 경우에 따라서는 경기 위축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성격에 가깝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기준금리 인상과 유동성을 줄이려는 상황은 보통 경기가 활황일 때 이뤄진다. 따라서 금리 인상(혹은 유동성 축소)을 통한 크레딧 스프레드의 확대 부담은 개별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활황에 따른 매출 확대나 영업이익 개선을 통해 상쇄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반면 현재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은 경기를 위축시키는 목적까지도 내포된 매우 강력한 긴축이다. 기업들이 매출을 늘리거나 이익을 개선함으로써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를 제어할 수 있는 여지 자체가 매우 제한적인 셈이다.
향후에도 크레딧 채권시장이 안정을 찾는 과정은 매우 험난할 뿐만 아니라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미 통상적인 금리 상승이나 스프레드 확대를 넘어서 `경색` 단계에 진입했던 만큼 정상적인 수준으로까지의 복귀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아울러 오버킬(overkill)로 불리는 공격적인 긴축을 통해 경기 위축 요인까지 부각될 경우 크레딧 채권의 안정은 국채 등 채권시장 내에서의 안전자산이 먼저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하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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