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자이언트 스텝’의 기술적인 이야기들
[공동락의 중앙은행 엿보기] 시장 컨센서스마저 벗어나는 미국 물가 빅스텝을 밟더라도 ‘물가와 전쟁’ 감행
6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75bp 인상됐다. 지난 5월 50bp 인상이 22년 만에 이뤄진 조치였다면, 75bp는 무려 28년 만에 나온 문자 그대로 ‘이례적인’ 인상이었다. 파월 연준 의장 역시 50bp나 75bp 인상이 평소 통화당국이 내놓을 수 있는 기준금리 인상과는 다른 수위임을 인정했다.

룰을 이중삼중 위반한 미 연준
미 연준은 올해 3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3월 25bp를 시작으로 그 다음에는 각각 50bp와 75bp씩 금리를 올려 차츰 인상의 강도 역시 높였다. 하지만 3번에 걸친 인상 중에서도 이번 6월 소위 ‘자이언트 스텝’으로 불리는 금리 인상은 매우 파격적인 조치였다고 풀이할 수 있다. 자신들이 사전에 공지했던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안내)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연준을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최근 정책 트렌드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사전에 공지 과정을 거친다. 금리 인상을 위한 분위기를 환기하고 정책 결정이 이뤄진 이후에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였던 것이다.
실제 올해 3월 기준금리 25bp를 인상하기에 앞서 연준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통해 인상 폭에 대한 사전 시그널을 줬다. 이에 대해 인상 폭이 미흡했다는 반론 역시 상당했으나 자신들이 언급한 방향과 수위에 맞춰 공식적인 금리 결정을 하는 것이 더욱 적합하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빅 스텝 인상이 이뤄진 5월 역시 사실상 포워드 가이던스를 준수했던 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파월 의장 뿐만 아니라 복수의 연준 관계자들이 서로 앞다퉈 기준금리 인상 폭이 평소와 다를 수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끊임없이 공지했다. 22년 만에 이뤄진 50bp인상이라는 부담이 연준 관계자들에게도 상당한 정도로 작용했을 것이다.
안내할 시간 여유도 없었기에
하지만 6월 75bp 인상은 미처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됐다. 그나마 6월 FOMC에서의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사전 안내는 5월 FOMC 당시에 있었던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사실상 전부였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5월 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향후에도 2번 정도 더 50bp씩 기준금리를 더 올리겠다고 밝힌 것과 함께 당장 75bp는 그리 적절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것을 공식화했다. 결국 5월 회견을 일종의 포워드 가이던스라고 가정할 경우 6월 금리 인상은 해당 포워드 가이던스를 위반한 금리 결정이라고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사실 통화당국의 입장에서 자신들이 제시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위반하는 것은 적잖은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정책 당국에 대한 신뢰도 훼손뿐만 아니라 웬만해서는 정책이 시장을 교란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룰까지 동시에 위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연준은 이러한 사전적인 부담을 넘어 당장 75bp 인상을 통해 자신들의 물가 안정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시장 컨센서스마저 벗어나다니...심각성 더해
그렇다면 과연 연준이 자신들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위반할 정도로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다음과 같이 크게 3가지로 해당 원인들을 찾아본다.
첫째, 현재 집계되고 있는 물가상승률이 번번이 시장의 사전적인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5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6% 상승해 지난 1981년 12월 이후 40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그러나 앞선 3월과 4월에도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계속해서 8%대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5월 수치가 전혀 새로운 레벨은 아니었다.
따라서 단순히 물가 숫자가 높다는 이유 만으로 물가에 대한 공포가 커졌다고 보기보다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전망 범위를 벗어난데 따른 물가 예측 능력 약화에 대한 부담이 더욱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 좀 더 적절해 보인다. 실제로 5월 소비자물가는 시장에서의 사전 예상치의 평균뿐만 아니라 상단까지도 상회했다. 예상치들을 일종의 확률 분포라고 할 때 분포도를 뛰어 넘은 수치가 나온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미국의 물가는 사전 예상치와 괴리를 보이며 확연하게 상향 오차가 존재했다.
둘째, 전망과 실제 물가 간에 번번히 상향 오차가 존재하면서 물가 항목들 간의 연쇄 상승 작용(spiral)에 대한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물가 항목 간의 연쇄 상승 우려는 임금과 물가 간에 불거지곤 한다. 물가가 상승한데 따른 구매력 보존을 위해 임금이 상승하고, 오른 임금이 다시 물가에 전가되는 경로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물가 구성 항목들(원자재-부품-완제품 등) 간에도 연쇄 가격 상승에 대한 가능성이 감지되는 양상이다.
셋째, 기대 인플레이션의 급등, 특히 장기적인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승이다. FOMC 이전 발표된 미시간대학의 5년 이상 기대 인플레이션은 이번 달에만 0.3%p 급등하며 3.3%까지 올랐다. 서베이 지표를 통한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연준이 매번 FOMC 마다 해당 사항을 점검할 정도로 주목하는 지표로 이처럼 급등한 인플레이션 기대는 연준의 파격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거듭되는 물가 전망에 대한 상향 오차, 물가 항목 간의 연쇄 상승, 기대 인플레이션 급등 등으로 인해 연준은 자신들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위반한다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향후에도 빅 스텝, 자이언트 스텝과 같은 이례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물가 지표의 뚜렷한 안정이 확인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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